처음 가본 성수동

by 또딱로드

핫하다던 성수동을 이제서야 처음 가봤다. 속이 빈 뼈대 골조만 있는 건물에 꽈배기 모양의 장식이 기둥을 휘감고 있고 지하엔 향수 팝업스토어가 있다. 창문이 거의 없는 겉벽이 온통 검은색인 3층 건물이 솟아있다. 들어가보니 투명벽 사이사이에 옷걸이에 100만원대의 티셔츠가 전시되어있다. 묘하게 생긴 건물 -내부계단을 지나 지하에 옷이 걸려있다. 전시인지 판매인지 모를 물건. 과거 신발 공장 건물이 물건 홍보의 최전선이 되었다. 아담하지만 함부로 범접하지 말라는 느낌의 회색 창으로 뒤덮힌 Dior스토어가 옆에 서 있다. 명품을 보시라며 환하게 열어놓은 그 문은 내겐 오히려 안이 너무 잘 보여서 더 못들어가는 문이다.


한참 걸어가니 벽돌건물 한가운데 대형 여닫이 문이 있다. 빈 공장이었던, 물건을 만들어 찍어내던 덜컹거리는 기계가 있던 자리에 갈대와 붗꽃이 살랑거린다. 4미터가 족히 넘는 천장이 주는 공간감. 그 아래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신다. 과거의 공장 매연과 소음은 오늘날의 재즈피아노음악과 재잘재달 담소 소리로 바뀌었다. 생산에서 소비로의 거친 전환이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공장이 주는 곧게 뻗은 가로 세로 외관과 섬세하고 고소한 에스프레소 냄세는 은근히 재미있는 부조화다.


팝업스토어들을 돌다보니 슬슬 내 다리는 지쳐간다. 물건 홍보와 판매의 중간에 끼어서 내가 물건을 사러 걷는건지, 그냥 구경하러 걷는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사지도 않을 물건, 살 확률이 적을 물건을 보러 다니는 건 지치는 일이다. 하지만 팝업스토어 입장에선 나의 방문은 반은 성공이다. 난 그 스토어 브랜드를 기억니까 홍보가된다. 내가 방문하는 모습을 본 다른 사람이 또 방문한다. 점점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슬슬 지쳐간다. 한쪽엔 아디다스 팝업스토어가 커밍순이지만 다른 한쪽은 이미 수명을 다한 스토어의 벽지가 허물처럼 뜯겨있다. 탄생과 소멸이 빠른 템포로 이루어지는 이곳. 내가 팝업스토어를 기억했다 하더라도, 이 가게가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신기하면서도 마음한편으로 씁슬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핸드폰에서 만보를 넘게 걸었다는 신호를 본다. 다리가 아프니까 그만 가야겠다는 마음속 회로를 돌리며 2호선 성수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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