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here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점심먹고 나니 또 나른해지고 아이 재우다 또 잠이 들었다. 자도 자도 졸리고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아이는 점점 더 여물고 단단해지는 느낌인데 늙은 애미와 애비는 점점 흐물거리고 비실거리는 느낌이다. 자꾸 눕고 싶고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게으른 마음이 더 몸과 마음을 약하게 하는거 같아서 해가 지기 전에 공원 산책하러 나갔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공원을 보면서 작년 이 맘때 쯤 시골집 마당을 거닐다 추운 겨울을 버티고 꼬물 꼬물 올라오는 새싹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도 마당에 나가서 새싹들이 올라오는 것만 봐도 뭔가 특별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았던 그 시간들이 참 그리웠던 하루. 올 해는 흙위에서 아이와 놀 수 있으려나- 요즘 열심히 기어다니는 아이가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우뚝 서서 아장 아장 걸어다니며 손잡고 같이 산책 할 생각을 하니 봄이 제법 기다려진다. 마음 속에 큰 꿈은 품었지만 요즘은 앞이 환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내뱉다가 호흡이 고요해지면 다시 눈을 뜨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 내 귀에 들리는 소리, 내 뺨에 스치는 바람, 내 두다리가 지탱하고 있는 단단한 땅이 새삼 고맙다. 그리고 요즘은 아이의 웃음이. 다시 나를 지금 여기에 머무르라고 한다. 지금 여기에. Now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