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다짐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주의 시작 월요일.
힘이 차 올라야 되는데 힘이 없다. 요즘 나의 생기는 어디로 간건지, 마음도 푸석 푸석 건조하게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 하다. 마음의 곳간에 나눌 감정이 많아야 사람이 풍요롭고 여유로운데 나는 여전히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거슬리는거 투성이다.
요즘은 아이가 부쩍 엄마 껌딱지가 되서 조금만 보이지 않아도 울고, 안아달라고 하고 놀아달라고 하는 통에 몸이 금방 지치고 피곤하다. 매일 아침 조금 더 자고 싶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 자려고 해도 아이는 어느새 내 옆에 기어와서 얼굴을 때리고 온몸으로 나를 누른다.
내 뱃속에서 나온 주먹 만한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훌쩍 자랐는지. 십킬로에 가까운 아이가 되면서 엄마는 안을때마다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오고 아이가 나를 누를 때 마다 비명이 나온다. ‘ 아아아아아’
아이는 한달사이에 엄청 잘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이제는 혼자 지탱하고 제법 오래 서있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훌쩍 자라는 아이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신기한데 너무 빨리 크는 아이를 보면 아쉽기도 하면서도 혼자 알아서 척척 하는 날이 오면 또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빨리 크기를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천천히 자랐으면 하는 마음. 모든 엄마들이 다 그러하지 않을까.
아이는 정말 너무 이쁜데 너무 힘든 육아. 꼭 한번 경험해볼 만 하지만 그러기에는 정말 너무 고되고 고통스러운 임신과 출산. 한마디로 딱 설명하기 너무 어려운 이 여정을 겪으면서 무엇이 가장 힘든지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엄마가 되고 마음 속에 품었던 큰 꿈이나 자아 실현 욕구 따위는 저만치 멀게 느껴져서 손에 잡히지도 않고 앞이 잘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너무 막연하게만 느껴지니까.
그러다보니 정말 눈 앞에 있는 것에 더 급급해지는 것만 같다. 사람은 더 마음이 좁아지고 그릇도 작아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화가 쉽게 나고 짜증을 냈다. 원인은 욕구불만이었다. 그 욕구를 해소 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엄마가 되고나서 자아실현욕구를 떠나 더 힘든 것은 먹고 자고 싸고 기본적인 욕구가 해소 되지 않는다는것이 였다.
문득 6년 전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는데 네팔 포카라에서 한가로이 노를 젓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부러워서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 때 풍요와 자비의 안나푸르나 여신에게 기도했던 모든 것이 다 이루어졌는데 왜 나는 그 때 그 시절이 이토록 그리운 걸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고 내가 원하는 것을 먹고 원하는 것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던 그 시간. 내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은 여행 할 때였다.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냈던 그 시간. 나는 그 때 깨달았다. ‘잘’ 먹고 ‘잘’자고 ‘잘’싸고. 기본적인 욕구를 먼저 채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가 태어나서 엄마가 제일 관심있는 것도 그 것이였다.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지. 그런데 엄마가 되면 그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잘 못 먹고 잘 못자고 잘 못싼다. 그래도 지난 주에는 엄마 덕에 잘 먹었지만
아이가 새벽에 자주 깨는 바람에 잠을 못잤더니 병든닭처럼 비실 거린다.
그래도 새로운 한주도 시작 되었고 새로운 달도 시작되었다. 2월은 1월보다 더 빨리 가겠지.
지난 주에 생리를 시작해서 몸이 힘든데도 108배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엄마가 몸도 안좋은데 그냥 쉬라는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듯 108배도 내 던져버렸는데 몸을 안움직였더니 오히려 어깨에 돌덩이를 얹고 있는
듯 하다. 오랜만에 겨우 겨우 움직였지만 2월은 1월보다 몸을 더 자주 움직여서 가볍게 봄을 맞을 준비를 하자. 108배가 아니더라도 신나게 춤을 추거나 밖에 나가서 걷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