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과 단식 그리고 디지털 디톡스
긴 명절 연휴가 끝났다. 결혼 후 그리고 아이와 함께 처음 맞이하는 설날을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도 못만나고 집에 콕 쳐박혀 보냈다. 가까이 사는 시댁은 남편만 잠시 들렸고 나는 명절 연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남편에게 육아를 맡겨버렸다.
무조건 쉬겠다는 계획으로!!!
하지만 집에 같이 있는 이상 온전한 쉼은 불가능하다. 아이가 우는 소리도 신경쓰이고 어쨋든 밥은 해먹어야 되니.
나는 밥 해먹는 시간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연휴 첫날에는 콩나물 밥과 달래장과 청국장 잔뜩 해서 선물받은 간장게장과 같이 하루 세끼를 해결하고 다음날은 제주도에서 친구가 보내온 컬리 플라워와 감자로 만든 커리와 떡국 한 솥으로 두끼를 해결했다. 밥차리는 시간은 절약되었지만 밥 도둑으로 세끼 아니 두끼를 탄수화물을 먹으니 몸이 부대끼고 무겁다. 먹은 것 만큼 움직이지 않으니 소화가 안되서 일수도 있지만. 정말 격하게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최근 나는 스트레스가 증상이 스스로 진단해도 꽤 심한 듯 싶었다. 자도 자도 피곤하고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져서 또 먹을 생각을 하는데 속이 꽉 차있으면서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먹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이 키우면서 밥한끼 제대로 먹는게 쉽지는 않지만 대충 국, 밥, 반찬, 김 꺼내서 우걱 우걱 먹고 난 후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뭔가 스스로 보상받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달달한 디저트와 커피를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으며 잠깐 주어진 그 여유를 깨알같이 달콤하게 즐기고 싶었다.
이번 겨울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카페 가는 낙도 없었고 유모차 끌고 어디도 갈 수 없으니 집에서 이렇게라도 혼자 즐기지 않으면 정말 하루가 너무 지치고 힘든다. 그리고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후다닥 술상을 차려서 육퇴 후에 한잔하는 낙이 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힘이였다. ( 간신히 하는 108배를 운동이라고 자위하며) 그러다보니 이 겨울 나는 먹는 낙으로 버텼고 덕분에 뱃살은 더 늘어났고 덩치도 더 커진 느낌이다.
그런데 요즘 먹는 것 만큼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가스가 차고 자기 전 까지 뭘 먹고 자니 밤새 속은 부글 거리고 자는 동안에도 몸이 쉬지를 못하니 다음날에도 항상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고 먹는 것 만큼 소비되는 에너지가 적다보니 배출이 잘 되지 않아소 몸 안에 독소가 쌓이는 것만 같았다. 우리 몸에 독소가 쌓이면 얼굴이 칙칙해지고 장운동이 활발하지 않아서 변비가 오고 몸 속에 가스가 차면 머리가 띵하고 어깨가 결리고 계속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다보면 쉽게 짜증이 나거나 무기력 해진다.
연휴 내내 먹고 자고 자고 자고 먹고 언뜻 보면 푹 쉰것 같지만 내 장기는 쉬지 못하고 있었다. 반신욕하고 피곤해서머리를 안말리고 그냥 잠들었더니 다음날 갑자기 몸살까지 찾아와서 오한이 오고 열이나서 계속 누워있다가 아파서 입맛도 없는 김에 이때다 싶어 이틀동안 단식과 관장을 하고 속을 청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속을 편안하게 할려고 하루 두끼 누룽지를 먹고 약국에서 파는 관장약으로 관장을 했다. 최근에 장이 딱딱해져서 화장실 가기가 너무 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비워내고 나니 속이 개운해졌다. 혹시 몰라서 관장 바로 전에 몸무게를 쟀는데 화장실에서 나와서 다시 재보니까 바로 1킬로가 줄었다. 몸이 어찌나 가볍던지..
그래. 진짜 쉬는 것은 생각도 장기도 비울때 진정 가벼워진다. 핸드폰도 내팽겨치고 보냈던 연휴, 덕분에 디지털 디톡스까지 했네-
긴 명절연휴가 끝나고 찾아온 월요일은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남편이 육아를 하다가 온 종일 다시 육아를 혼자 하니 왜이리 힘들고 시간이 가지 않던지. 그래도 오늘 하루 가짜 배고픔에 속지 않지 않았던 나를 칭찬한다. 몸이 고되면 고될 수록 자주 먹는 것 앞에서 무너지는 나를 반성하며. 올 한 해, 부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를!
헛헛한 마음이 어디서 부터 오는 걸까. 생각해봤다.
나 빼고 다 잘 사는 것 같은 그 놈의 SNS. 그 마음이 올라오면 핸드폰을 보는 시간도 줄이고 먹는 것도 줄여야 된다. 그리고 오늘 하루 정말 최선을 다해 보내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한 첫 설날,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핸드폰을 보는 시간보다 아이의 눈을 더 자주 마주치려고 하지만 또 아이의 이쁜 순간들을 담으려다 보니 또 내 손에 폰이 있다. 친구들이 선물해준 꼬까옷 이때 아니면 못 입힐거 같아서 누워있다 생각나서 부랴 부랴 꺼내 아이에게 입히고 반나절을 보냈다. 올 설날 연휴의 가장 큰 기쁨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