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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Nov 28. 2021

마음에 감기가 온걸까.

내 마음에도 배출구가 필요해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무겁고 찌뿌둥하면 하루를 시작할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원래부터 아침형 인간은 아니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야 되는게 적잖이 스트레스 였다. 출근하지 않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오다가 직장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난 후 알람시간에 맞춰 아침을 시작하는 삶이 나에게는 좀처럼 익숙해지고 싶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이였다. 물론 충분히 잠을 자고 피로감 없이 아침에 활력있게 일어나는 날도 있지만 전날 기분이 안좋게 잠이 들거나 남편과 갈등이 있으면 그 다음날은 어김없이 컨디션이 다운된다. 결혼 전 부터 내가 살던 시골집에서 지금의 남편이 갑자기 내 집에 들어와서 살게 되면서 나의 소중한 아침의 의식들이 깨져버렸다. 나는 알람없이 아침을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침은 느리고 고요하게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침이 느긋하거나 여유가 없으면 마음이 붕 떠서 부산스럽게 시작하면서 무언가를 놓치고 실수를 하고 시간에 쫒기는 기분이 싫어서 아침에는 되도록 말을 하는 것보다 조용하게, 침묵하면서 차를 우려 마시거나 명상이나 요가를 하거나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쓰곤 했었다. 그런데 남편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기 시작하면서 아침을 먹고 출근해야 되는 사람과 살면서 나는 무심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지 못하고 남편의 아침 밥상을 챙겨줬었다. 챙겨주면 밥알 한톨 남기지 않고 잘 먹는 남편을 보면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기고 했었다. 전 날에 국을 끓여 놓고 잠드는 것은 하나의 루틴이 되었고 다음날 일어나서 기분이 좋거나 시간 여유도 있으면 반찬도 한 두개씩 뚝딱 차려 내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텃밭에 가서 가져온 재료들로 밥상을 차리면 뭔가 내 안에 에너지도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된 사실은 남편은 반찬보다는 밥과 국만 있으면 되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남편이 출근 한 후 내가 먹을 반찬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노동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생활을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내마음은 달라졌다. 아이가 태어나서 부터는.


사지가 다 뒤틀리는 출산의 경험을 하고 이틀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남들 다 가는 조리원, 나는 그 돈 쓰는게 아까워서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서 산후 조리를 하면서 깨달았다. ‘그 돈을 쓰는 이유가 다 있구나. ‘하는 것을.

죽음의 문턱을 왔다 갔다 하며 살아돌아온 산모는 지극한 돌봄과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다.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 이것도 필요해. 저것도 필요해.’ 하나 하나 설명할 이해심과 인내심은 이미 다 소진 된 상태다. 그런데 멍청하게 나는 그것을 남편에게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 남편이 얼마나 공감능력이 없고 멀티 플레이가 안되는 사람인지를.


출산 하고 일주일 만에 나는 결국 폭발했고 그때 부터 얼마나 결혼을 후회했는지 모른다. 서운함과 서러움이 쌓여가며 원망과 후회는 분노로 변해갔다. 쉽게 짜증이 났고 화가 났다. 지금까지 마음공부 한게 아무 소용이 없구나 하면서 자책하고 괴로웠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의심했다.



‘ 나는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인간이였어. 내가 대체 왜 결혼을 하겠다고 한거야.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이야.어떻게 한 인간이랑 평생을 산단 말이야. 아니야. 살기 싫으면 헤어지면 되지 뭐. 그게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잖아. 아이는 어떻하고. 애는 무슨 죄야. 얼마나 상처 받겠어!’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괴로웠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마음은 잿빛처럼 어두워지는 것 같았고 가슴은 타 들어가는 것 처럼 쓰라렸다. 자주 잠을 설치기도 했고 아침에 눈을 뜨는게 너무나도 괴롭기도 했다.마음에 감기처럼 우울한 기분이 찾아올 때면 나는 계속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무기력해지고 나를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 마음을 바라볼 때마다 두려웠다. 그런 마음은 예전에 내가 내 자신을 미워하고 함부로 했던 그 때의 모습들을 불현듯 수면위로 떠오르게 한다.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시절들.


어쩌면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나에게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모난 마음들이 툭툭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나 좀 잘 보살펴 달라고, 나 좀 위로해달라고, 나 좀 안아달라고. 내 영혼이 울부짖고 있구나.


무엇부터 해야 할까.


내 마음은 몸을 쓰고 운동을 하라고 말하지만 내 몸둥아리는 너무 많은 감정들을 먹고 축 늘어진듯 무겁다. 땀이라도 내서 배출하면 나아질거 같기도 하지만 일단은 글이라도 써서 배출하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오늘은 정말 하루종일 밥 숟가락 뜰 기운조차 없는 날이였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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