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망했다고 느낄 때-
최근 나는 내 인생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사고’를 당하고정신이 반은 나간채로 삶의 의욕을 다 상실해 버렸다. 눈 뜨고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괴롭고 힘들어서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 빼고는 잠을 자거나 드러누워 지냈다. 현실이 엉망진창이 시궁창이 되면서 집은 개판, 내 몸도 마음도 망가져갔다. 몇 주 사이에 엄청난 양의 머리가 빠졌고 체중이 줄었다. 집 밖을 나가고 싶었지만 나갈 힘이 없었다. 눈부신 햇살 아래 걸어 다니는 것도 힘이 들었고 어두운 내 마음과 자르게 맑은 날은 유난히도 더 괴로웠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막막했지만 나는 혼자만의 깜깜한 동굴 속으로 점점 더 깊게 들어갔다.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웠고 힘들었다. 우울함은 더 깊어져갔다.
가정에서 엄마의 기운은 집 안의 기운이다. 집 안 공기가 점점 탁해지고 무겁다고 느낄 때쯤. 진짜 다 던져버리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세 살 아이를 키우고 있고 아이를 혼자 두고 쉽게 떠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충격적인 ‘사고’는 금융 사기이기에 주머니에 여행을 위한 여윳돈 따위는 이제 없다. 이게 지금의 나의 현실이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도 나에게는 ‘유니콘’을 만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될 거다.
코로나만 끝나면 떠나려고 악착같이 모아둔 돈도, 10년을 모아둔 보험금도, 산후조리원도 가지 않고 여행 가려고 챙겨 놓은 돈도 한순간의 사기로 공중에 날아가버렸다. ( 거기에 앞으로 몇 년간 갚아나가야 될 대출금까지) 귀신에 홀리듯, 그렇게 날려버린 돈을 생각할 때마다 아이 옷이라도 하나 사서 입힐걸, 샤넬 백이라도 하나 살걸, 엄마랑 호캉스라도 할걸 후회와 자책으로 얼룩진 시간들 속에서 나의 영혼은 말라비틀어져서 바스락 거리고 있었다.
아이를 봐도 마음과 생각은 다른 곳에 가있고 집중하지 못했다. 웃는데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나는데 웃고 있었다. 정말 미쳐가고 있었다. 남편과는 서로 투명인간 취급하며 말도 섞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날이 선 대화를 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했다. 그 중간에 서있는 아이는 더 이상 서 있을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아이는 며칠 동안 심한 고열을 동반한 기침으로 고통스러워했고 아무것도 먹지를 않고 시도 때도 칭얼대고 짜증을 내며 엄마를 들들 볶기 시작했다. 남편도 갑자기 고열과 오한으로 그날 밤 쓰러져 버렸고 이틀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리고 나도 그다음 날 같은 증상으로 쓰러졌다. 모든 가족에게 위험 신호를 알리는 빨간 불이 켜졌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시 나는 세상을 반짝 거리는 눈과
호기심으로 살아가며 내 삶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분명히 지금 나에게는 위기가 찾아왔고 가시 밭길을
피를 철철 흘리며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배움은 있을 것이고 단단하게 박힌 나의 굳은살들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지탱해줄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길 위에서 배웠다.
어렸을 때는 수많은 사기도 당해 보면서
세상에 정말 나쁜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고
한없이 베푸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인연들과 사람들로 인해
상처와 아픔은 치유되었고
어둠 속에서 나와서 새로운 길을 찾아
걸어갈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정말 힘든 일을 겪고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은 항상 그랬었다.
그때 그때마다 천사처럼 찾아와
나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줬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와서
고마운 마음을 다시 전하지 못하고
인연을 이어나가지 못한 게
큰 일을 겪고 나니 문득 떠올랐고
후회가 되었다.
내가 힘들 때
’다 잘 될 거야 ‘라고 말해준 당신들.
요즘 웃을 일이 없었는데
이 친구 덕분에 광대가 터질 도록
웃었던 짧은 순간의 생각을
남기고 싶어졌다.
언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구석에서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금 나를 살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H a k u n a M a t a t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