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실랑이. 그리고 우리의 진실이 전하는 말.
오늘 아침, 아이는 반팔을 입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아침 공기가 아직 쌀쌀하다며 가디건을 입히려 했다.
아이의 손은 반팔을 고집했고,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결국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이걸 입어야 해. 나가면 춥단 말이야.”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억지로 가디건을 입었다.
유치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서둘러 등원을 시키고 볼일을 보기 위해 나왔는데
날이 생각보다 덥고 공기가 무거웠다.
내 콧구멍에 스치는 공기가 봄이 아닌 여름이 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알수 없는 불편한 감각이 오늘 아침 아이와 실랑이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의 표정을 내가 제대로 보려고 했는지.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들으려고 했는지
돌이켜보니 내 감정과 내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닳았다.
처음에는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감기에 걸리면 안 되니까
그런 걱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 안에 나의 불안이 숨어 있었다.
아이의 감기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아픔으로 인해 생길 나의 수고가 두려웠다.
밤새 간호해야 할까 봐, 멀리있는 병원을 가야 하는 귀찮음과
일정 조절하는 어려움과 계획한 하루가 흐트러질까 봐
그 모든 불편이 내 삶에 들어오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오늘, 그 자유는 내가 통제 가능한 선 안에서만 허락되었음을 알게 됐다.
그 순간을 '건강을 위한 보호'라며 감췄지만,
실은 나의 안정을 위한 '통제'였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한별아.
오늘 너는 너의 방식대로 세상을 느끼고 싶어 했는데
엄마는 내 방식으로만 옳다고 말했구나.
네가 아플까 봐, 고생할까 봐 걱정이 되면서도
그 이면엔 엄마가 힘들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었단다.
그걸 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엄마는 더 단호하게 말했는지도 몰라.
그래서 오늘 엄마는 반성도, 후회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배웠어.
너를 통해 내 마음을 보게 되었고,
너의 조그만 고집이 전한 ‘진심’을 들을 수 있었어.
엄마는 완벽하지 않아.
앞으로도 실수할 거야.
하지만 매번 멈추고, 돌아보고,
너에게 다시 마음을 열고
조금 더 넓은 사랑을 배워갈게.
오늘 아침 너의 그 표정,
엄마는 잊지 않을게.
네 마음을 지켜주고 싶다는 기도가
오늘부터 조금 더 깊어졌어.
사랑해, 나의 햇살.
오늘도 엄마가 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