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향기 가득한 밥상을 차리며-
냉이 캐려고 돌아다녀도 내 눈에는 잘 안보이던데 어제 장날이라 읍내 시장에 나가서 냉이 삼천 원어치를 샀더니 한 소쿠리에 듬뿍 담아 주셨다. 할매가 더 담아주시려고 하시는 것을 많이 주시면 다 못 먹는다고 극구 사양했다. 할매는 냉이 튀김 도 해 먹고 된장에 조물 조물 무쳐서 들기름 살짝 뿌려 먹으면 맛있으니 봄에 먹는 보약이라며 실컷 먹어두라는 말과 함께 레시피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마트에 가면 카드로 계산을 하지만 시골장에 갈 때는 현금을 챙겨간다. 몇 천원이 오가며 장 바구니를 가득 채워도 만원 넘기가 힘들다.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할매들과 눈 마주치면 ‘ 이 것 좀 사달라’ ‘ 저것 좀 사달라’고 말을 거시는 게 가끔은 귀찮기도 하지만 눈을 마주치고 흥정을 하고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는 시장은 사람 냄새가 난다. 그렇게 사람의 온기가 오고 가는 시장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운 요즘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요즘 대형마트에 가서 장 보는 것도 귀찮아서 음식 재료들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고 하던데 편리해지면서 돈을 더 많이 지불하고 사람과 덜 접촉하면서 안전을 느끼게 되었다.
온라인 속에서는 끊임없이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바라면서 오프라인에서는 사람과 연결되는 게 귀찮고 두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인구가 적은 시골에 살다 보니 사람이 북적거리는 장날에 사람 구경하고 시장 구경하는 게 이 곳에서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곳을 싫어하지만 시장은 생기와 활력이 넘쳐서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시장의 에너지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아쉽고 안타깝다.
시골 중에 시골 진안의 시장이 개인적으로는 더 시골스러웠으면 좋겠는데 자꾸 도시의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듯한 네모난 건물들이 자꾸 들어서는데 내 눈에는 흉측하고 못생겨 보인다. 건물들이 들어서니 할매들은 자꾸 건물 밖으로 밀려나고 사람들의 발길도 점점 줄어들고 장날에 나오는 장사꾼들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그렇게 사람이 줄어들수록 볼거리도 점점 줄어들어서 장날 기다리는 설렘도 줄어든다.
어제 장날에 장바구니 가득 사온 봄나물들로 아침밥을 든든하게 차려먹으면서 한 소쿠리 듬뿍 냉이를 담아주신 할매 얼굴이 떠올랐다. 이삼천 원을 벌기 위해 얼마나 많이 허리를 굽혔다 폈을까. 요즘 배가 불러오면서 허리가 점점 아파와서 그런지 누군가의 수고스러움이 참으로 감사하다.
누군가 정성껏 말린 시래기를 사서 시래기 밥을 하고 누군가가 캔 달래도 사서 달래장을 만들어 쓱싹 비벼먹으니 봄 비 내리는 아침 봄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진다. 시래기 넣고 다시마 넣고 톳 가루 넣어서 압력 밥솥에 밥을 앉히면 부엌 가득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산 향기와 바다 향기도 난다. 향기와 소리가 어울어지는 행복이 있다. 누군가의 수고만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아침.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이다.
오늘은 아침 일찍 아침 밥을 먹고
느긋하게 차 한잔 하며
빗소리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뱃속의 아가와 함께
잘 놀아야지
오랜만에 혼자 집안에 있는 시간이지만
뱃속에서 움직이는 아가 덕에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것 같다.
선희 샘이 주신 광목천 임산부 옷을 입고
지용이가 만들어준 향초를 피우고
하나가 사 온 이쁜 딸기를 먹으며
우리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May all beings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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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경 (慈愛經, Metta-su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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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이 비난할만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으며
모든 중생들이 안락하고 평안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은 그 어떤 것이든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길거나 크거나 중간이거나
짧거나 작거나 거대하거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이미 있거나 앞으로 태어날
이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어디에서건 누구에게든
다른 이를 속이거나 업신여기거나
미움과 분노로
서로에게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하나니
마치 어머니가 하나뿐인 자식을
목숨을 다해 보호하듯이
모든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자애를 키워나가야 합니다.
또한 온 세상에 대해
위로, 아래로, 그리고 사방으로
걸림 없이 원한과 증오를 뛰어넘어
무량한 자애를 가득 채워나가야 합니다.
서있거나 걷거나 앉아있거나
누워있거나 깨어있는 한
자애의 마음을 굳게 새기는 것,
이것이 진정 거룩한 삶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