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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Apr 17. 2020

주도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혼과 임신, 출산에 대한 나의 생각들.



1년 사이 결혼과 임신, 출산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했고 변화하는 중이다. 변화는 두렵고 변화는 설렌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기에 변화는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고, 설렘을 감싸안는 것은 끊임없이 긍정적인 생각과 좋은 에너지에 집중하며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바로 서면 두려움은 줄어들고, 원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상상하며 이미지를 시각화할수록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커지고 낯선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이나 불안은 줄어든다.


그 과정 속에서 준비해야 될 마음들은 바라되 바라지 않는 마음이다. 간절히 바라던 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고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실망과 낙담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쁨과 환희의 순간도 슬픔과 아쉬움의 순간도 영원하지 않다. 어떤 감정을 선택하고 머무를지 결정하는 것도 우리의 의지에 달렸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도 본인 자신이어야 된다. 부모의 결정이나, 주변 사람의 의견이나, 사회적인 기준들을 배제시킬 수는 없지만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야 된다. 부모가 대신 살아갈 수도 없고,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사회적인 기준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찍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에 대한 낭비와 후회가 적다. 하지만 내 인생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탐구와 질문을 갖고 살아가야 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때로는 쉽지 않고 혼란스럽고 포기하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남들 다 하는 대로’ ‘ 그냥 평범하게 살면 안 돼?’ ‘ 왜 이렇게 유난 떠니?’ ‘ 특이하다. 이상하다.’ 이런 말을 하면서 차가운 말투와 걱정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다 감수해야 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참 쉽지 않다. 누군가를 만족하면서 살아온 사람일수록. 누군가에게 의지 하면서 살아온 사람일수록.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살아온 사람일수록. 더 많은 용기를 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쉬운 방법은 내 마음을 묻는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지, 내 마음이 어떨 때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느끼는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아도 내가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고 찾는다면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거나 상처 받거나 불안해하거나 화가 나지 않고 조금은 현명하고 지혜롭게 지금 주어진 인생의 숙제를 잘 풀어갈 수 있다. 인생의 숙제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 숙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사람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단단하게 자리 잡혀 갈 테지만 누군가가 풀어주기를 바라고,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누군가에게서 끊임없이 그 답을 찾으려고 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과 생각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다.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불안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기저기 새로운 정보들을 찾기 위해 기웃거린다면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지금 나의 호흡을 바라봐야 한다. 내 호흡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 얕고 가쁘게 뛰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이 답답하지는 않은지, 들어가고 나가는 숨이 일정하지 않은지 고요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한다. 호흡과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것이 나다. 지금 이 순간 어떤 호흡으로 숨을 쉬고 있는지. 내가 숨을 쉬고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 호흡을 하는 것도 나이고 그 호흡에 따라 내 감정도 마음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말과 감정에 따라 나의 호흡이 변화하고 있고, 수시로 변화하는 나의 감정 또한 호흡에 영향을 미친다.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할수록 호흡도 편안하고 일정하다. 호흡이 편안하면 대체로 좋은 에너지와 감정과 생각이 깃들 때이다. 나쁜 생각을 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 일 때 호흡이 고르기란 쉽지 않다. 지금 당장 눈을 감고 내 호흡을 바라보면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이 이끌리는 것을 선택할 때 후회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결혼도 임신, 그리고 출산과 앞으로의 육아도. 가능한 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선택했고 선택하고 싶다. 남편과 나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남편은 그 과정과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조금 버거워하기도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나를 최대한 이해하고 존중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마도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미 헤어졌을 것이다.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기도 하고 평생 혼자 지내도 괜찮을 정도의 생존능력을 장착하면서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남편을 통해 혼자보다 둘이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는 게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살기 싫어서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살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마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삶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가다가 역마살이 한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이제 한 곳에 정착해서 에너지를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에너지가  동적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적인 에너지에 집중해서 발란스를 맞춰 나아가는 것이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한 길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도시에서도 꽤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길거리를 걸어 다닐 때마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하는 수 없이 봐야 하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들어야 하는 것이 힘들었고 피로감이 금방 쌓여서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만큼 집에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연에 있을 때는 아무리 밖에 있어도 금방 에너지가 채워지고 감각도 살아나고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았기에 나는 조금 더 자연에 가깝고, 흙을 밟고 만지면서 지낼 수 있는 시골살이의 삶을 결심했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삶이지만 미세먼지로 점점 숨 쉬는 게 힘들어지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여자 혼자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와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그 당시 나는 숨 쉬기 답답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게 더 쉽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삶에서 우선순위가 분명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그리고 두려움이 사라지면 뭐든 해볼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긴다. 일단 한발 앞으로 나아가면 새로운 길이 펼쳐지고 새로운 길을 신나는 마음으로 걸어가면 그 길 위에 나를 도와주는 천사들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준다. 나는 그 시크릿을  알게 된 이후로 어떤 새로운 일을 결심하거나, 시작할 때 항상 내 감정 상태를 점검한다. 두려움과 불안은 없는지.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지 원인을 분석한 다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내 마음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혼자 시골로 내려간다고 했을 때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귀신 나올 것 같이 심난한 집에서 어떻게 여자 혼자 살아가냐며 한숨을 푹푹 쉬기도 하고, 정신 나갔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직 창창하게 젊은데 왜 인생 다 포기한 것처럼 살아가냐며 꿈도 없냐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로운 물건들로 채우기보다 남들이 버린 물건들이나 집에서 먼지 쌓인 물건들을 받아서 쓰면 구질 구질하게 산다며 불쌍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끔 상처를 받기도 하고, 마음이 좋지 않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힘이 쭈욱 빠질 때도 있기도 했지만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내가 바라고 원하던 삶이자 꿈이었기 때문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킬 권리도 의무도 나에게는 없다는 게 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답이었다. 내 인생이니까-


여자 혼자 시골살이를 시작할 때도 많은 사람들의 걱정 속에서 시작했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을 하는 과정 속에서도 사람들의 걱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 그 과정과 방식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결혼을 결심하고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준비했다. 다들 그게 가능하냐며, 신혼집은 구했냐며, 결혼사진은 찍었냐며, 혼수는 했냐며, 뭐는 뭐는 했냐고 끊임없이 물었지만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남들이 결혼을 할 때 준비하는 순서나 방식은 무시하고 가장 본질적인 것에만 집중했다. 신혼집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시작하면 되고, 혼수는 당장 필요한 게 없었기에 준비할 필요가 없었고, 스튜디오 촬영은 인위적이라 싫었고 비싼 비용을 들여서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대신 민속촌에 놀러 갔다가 6만 원 주고 찍은 전통 혼례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청첩장 사진으로 사용했고, 양가 부모님께 잘 보이기 위해 준비하는 예단은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고 끌리지 않아서 불필요한 부분은 생략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정도로 간소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결혼식 날짜와 결혼식 장소를 정하는 것, 그리고 진심으로 우리의 앞길을 축하해줄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혼수나, 신혼집이나,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것보다 제일 잘했던 것은 혼인 강좌를 듣고 우리의 혼인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보고 서로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만의 속도로 우리는 준비했다. 호흡이 가빠지면 잠시 숨을 돌리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우리의 임신은 갑작스럽게 다가왔지만 한편으로는 갑작스럽지만은 않았다. 내가 결혼을 결심하자 생명이 찾아왔으니까. 계속 닫고 있던 마음의 문이 열리니 아가도 그 문으로 들어온 듯했다. 열흘간의 침묵 명상을 마치고 그를 만났을 때 내 심장은 존재의 고마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슴 차크라는 활짝 열려있었고 그 어느 때 보다 맑고 정갈해진 마음과 몸으로 정렬된 에너지로 우리는 사랑을 나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나눴던 그 어떤 사랑보다 아름답고 뜨거웠고 환희로 가득 찼다. 그 순간 찾아온 아이라 더없이 기뻤고 감사했다. 물론 몸의 변화가 익숙하지 않았기에 마음과 감정도 수시로 변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도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마음도 감정도 고요하고 차분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뱃속의 아가에게 나의 에너지를 전하고 따듯하고 평화로운 출산을 상상했다.


 출산일이 점점 앞으로 다가오면서 배는 점점 불러오고 움직임도 불편해지고 힘들어지고 있지만 지금 나 스스로와 그리고 아가와 남편과 함께 우리는 함께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이 과정을 오롯하게 잘 느끼고 기억하고 싶다. 이것이 온전히 내 힘만이 아닌, 훌륭한 의사 선생님의 힘이 아닌.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하는 팀 플레이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응원하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환희와 기쁨의 순간으로 전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신이 나를 이 지구에 보낸 이유가 있듯이, 나와 남편이 부부로 인연을 맺고, 아가가 남편과 나를 부모로 선택한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엄마가 돼서 아이에게 한없이 많은 사랑을 주고 양육을 하겠지만 아이가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고 스스로 밥을 먹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자랄 수 있게 조용히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 순간이 수행이겠지만. 자연주의 출산이 아마도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스스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는 것.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명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상상하자. 새로운 믿음을 가진 자아를 만드는 것! 그것은 새로운 인간을 탄생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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