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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Apr 17. 2020

시골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

자연주의 출산 이야기 |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낳고 싶어요



내가 살고 있는 진안은 현재 산부인과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 진안에 거주하고 있는 산모들은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도시 전주로 진료를 보러 다닌다. 처음에 나도 이런 부분이 시골의 한계구나를 몸소 느끼며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때라도 도시에 바람 쇠러 나간다 생각하며 불편함을 감수했다.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환상만 있었지 막상 현실에 부딪히니 임신 초기에는 시골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내가 생각했던 현실과는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걱정이 컸다.

하지만 보건소에서 출산 취약지 임산부에게 이송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부인과 설치가 어려운 출산 취약지역 임산부에게 산전·진찰  분만 이송 교통비를 지원함으로써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전라북도에서 시행하는 정책이라며 병원에서 진료받은 기록 서류들을 출산 후에 제출하면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현재 나는  이상 산부인과 병원 진료를 받지 않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병원 진료를  때마다 만나는 의사 선생님의 생각과 신념이 나와는 너무 상반되었고 불안감만 키워내서 상담을 하면 할수록 혼란스럽고 불편해졌다. 무엇보다 가장  이유는 내가 원하는 출산 방식으로 하는 곳이 없었고  의견을 주위 깊게 들어주는 의료진이 없었기에 출산 당일 마음 편하게 몸은 이완된 상태로 아이를 낳을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 마음이 들면서 더욱더 병원과 나도 멀어졌다. 그래서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병원에서 출산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물론 계획은 상황과  몸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되고 변경될 수도 있지만 나는 의료진의 개입과 산모의 주도권이 적은 병원에서의 분만보다는 산모와 아이의 인권과 내가 원하는 자연적이고 평화로운 출산을   있는 조산원에서 진료와 분만을 계획 중이다. ( 내가 죽는 방식을 선택하고 출산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소박하면서도 나의   중에 하나였다. 적어도 나는 병원에서 약물에 의존해서 삶을 마감하거나 의료진에게 삶을 의지하고 싶지는 않다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다. )

안타깝게도 가까운 전라북도에는 조산원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왕복  시간을 청주에 있는 조산원에 가서 진료를  본다. 진안에서 청주까지 대중교통으로는 하루 반나절이 걸린다. 그래서 남편이 하루 휴가를 내고 운전을 해서 같이 간다. 조산원 진료는 기계적이기보다는 인간적이고 재래식 방식에 가깝다. 값비싼 초음파 기계로 뱃속의 아가의 상태를 정확히  수는 없지만 오래된 기계로 아가의 심장 소리를 듣고 건강한 출산을 위한 교육과 준비를 위해 남편과 함께 해야 되는 일들을 알려준다. 최대한 약물을 쓰지 않고 출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고 점검하며 불가능에 집중하기보다는 가능성과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조산사의 역할인데 병원 진료할 때와는 다르게 마음도 몸도 편해진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출산할  필요한 것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그런데 문제는 조산원 진료는 의료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산전 진료나 진찰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조산사는 조산(助産) 임산부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 지도를 임무로 한다.

이해가   되는 것은 의료법에 위반되는 것이 산부인과 설치가 어려운 출산 취약지역 임산부에게 산전·진찰  분만 이송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냐는 거다. 도시에 비해 시골은 다양한 옵션도 없기 때문에 항상 선택권이 좁다. 선택권이 좁아지니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도 삶도 다양하지 못한  가장 답답하다. 다들 남들이 하는 방식이 옳은 듯이 따라가고 있고 남들과 다르면 불안해하거나 유난 떠는 사람처럼 바라본다. 허울 좋은 법과 정책은 존재하지만 객관식 답안 지안에서 답을 찾을  없는 사람은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남들 하는 대로, 아니면 불편하게 불평하며 살아가는 거다. 아니면 떠나던가.

나는 남들 하는 대로 살아갈 생각도 없고 불만과 불평만 하면서 살고 싶지도 않고 진안을 떠날 생각도 없다. 그래서 이번 군수 선거에  관심을 가졌고 정책도 꼼꼼히 비교했다.  후보가 나왔다. 선택권이 별로 없는데도 선택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사람은 지난 군수 꼭두각시처럼 보이고,  사람은 계속  팔이, 감성 팔이 하는  오늘 하루 계속 짜증이 났다.  후보는 진안에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만든다고 했는데 만드는  중요한  아니라 어떤 의료진으로 구성할지에 대해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진안은 계속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인구의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인구 늘리기 정책에는 적극적이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진안에 과연 인구가 늘어날까?  구하기도 힘들고, 아이 낳기도 힘들고, 학교에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학교는 점점 사라지는데 단순히    지원해주는 허울 좋은 정책이 지속 가능할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이유는 어찌 됐든  불합리한 법은 바꿔야겠다는 다짐이다. 보건소 직원은 정책이 생긴 이후로 진안에 살고 있는 산모 중에 조산원에서 출산을  사람이  명도 없었다고 했고 법이 그러니 어쩔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례가 없으니 조례도 업데이트가 되지 않을 수밖에.

임신하는 동안 아름다운 마이산을
자주 걸어 다니며 태교 했었는데 
아가가 건강하게 태어나
내년에는  길을 같이 손잡고 
걸어 다닐  있기를 바라며-

진안의 작은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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