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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Jul 24. 2020

육아가 명상이 되어야 되는 이유

캥거루 캐어가 필요한 시기-  

육아가 명상이 되어야 되는 이유-
캥거루 케어가 필요한 시기.

아가는 말은 못 하지만  유심히 쳐다보면 아가는 말 이외에 비 언어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각각의 얼굴 표정과 눈빛. 울음소리에서 저마다의 표현이 있다. 엄마는 하루 종일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가 말하는 것을 최대한 집중해서 듣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때제때 해결하는 능력과 역량에 따라 하루의 질이 달라진다.

똥을 쌀 때의 표정, 기저귀가 불편하다는 표정, 배고픈 울음소리, 잠이 오는데 잠을 못 잤을 때 잠투정 울음소리, 만족스러운 몸의 언어. 집중과 관찰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몸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산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 자체가 물리적인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 지치고 약해진 상태에서 나 자신보다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와 아이 사이에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나는 사라진다. 어떻게 서든 나의 정신적, 육체적, 영적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하루에 그 시간을 아이와 함께 충분히 교감했다고 느끼면 아이는 투정 부리는 시간이 적다. 확실히 엄마의 몸이 편해지고 정신적으로도 덜 지친다. 하지만 다른 것에 에너지가 분산되거나 마음이 바쁘거나 두 가지 일을 같이 할 경우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에너지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더 채우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을 한다. 그 표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알아차려서 원하는 것을 바로 채워주면 아이는 금세 평화로워지지만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이때 엄마는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멘붕이 오기도 한다. 아이는 엄마의 예측 가능한 반응에 안정감을 느낀다. 엄마가 감정 조절을 못하고 자신의 감정이 아이에게 투사되면 아이는 표현하는 게 서툴어지거나 두려워진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다.

문득 이 시기에 부모와의 그런 교감이 충분히 되지 않은 아이가 자라면 어른이 되어도 진실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치를 보고 자란 아이는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 임계점에 도달하면 터지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당장 내가 화가 난 상황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참고 참고 참으면서 쌓아왔던 화를 상대에게 투사한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피해의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화를 하면 엄청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반응인데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반응해주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서운해하거나 속상해한다. 대부분 서운한 감정이 많고 그 감정은 표현하기가 참 어렵기 때문에 잘 표현하는 법을 모른 채로 자란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쌓인 그 핵심감정이 그 사람의 에너지나 의식을 형성한다. 두려움이 많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많으면 의식이 쉽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쉽지 않다. 어린아이 시기에 그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으면 그렇게 자라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아이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나면 엄마도 소진된 에너지를 채워야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여전히 예전의 조서연이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어떠한 기대를 한다. 엄마라서 유난 떤다는 말 듣기 싫어서 악착같이 나를 지키기 위해 버티는 중이다. 하지만 자꾸 얼마 남지 않은 내 에너지를 계속 빼앗아 가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축축 쳐진다. ‘저 지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산모라구요. ‘ 목 위까지 올라오는 그 말을 그냥 삼켜버린다.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내 의도를 왜곡하고 굴절시켜서 자신들이 편한대로 이해할테니까.

솔직히 지금 난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내 에너지가 별로 없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도 모자를 지경인데 어른 아이들이 보채면 진짜 울고 싶다. 그런 사람들의 문제는 자기 힘든건만 보이고 자기 아픈 것 좀 알아달라고 한다.

결국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부모와의 건강한 애착 형성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이렇게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문득 아이를 보면서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잘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이는 온몸으로 들어야 된다. 몸과 눈과 귀가 아이에게로 향해 있어야 되니까. 그리고 최대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서 내 영혼이 원하는 소리를 지금은 더 귀 기울여 듣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 제일 중요한 사람은 무엇보다 나 자신이고 내 아이이고 내 가족이라는 것. 나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다. 나를 지키기 위해 하던 일이 나를 지킬 수 없다면 무너뜨리는 수밖에.

몇 년 전에 호주에 놀러 갔을 때 머물렀던 집에 아침마다 놀러 와서 토스트를 얻어갔던 엄마 캥거루 뱃속에는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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