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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Jul 23. 2020

두려움과 친구 되기

우주는 우리의 느낌을 듣는다.



알몸으로 영하 2도의 물속에서 10분여 동안 돌고래와 수영을.
보통사람이면 죽을 수도 있는 물 온도와 시간이다. 근데 이 분은 오랜 시간의 요가로 명상하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고래들이 저렇게 가까이에 자신의 몸을 만져도 도망가지 않는 것도 명상할 때 나오는 알파파가 자신을 헤치지 않겠다는 것을 감지하고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와이에 살 때 소울 서퍼들을 만난 적이 있다. ( 내 인생에서 어마 어마하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 중 한 명인데 ) 그들은 파도와 서핑 보드만 있으면 살아가는데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하면서 매일 뜨는 태양에게 기도를, 지나가다 떨어진 망고와 아보카도에게도 감사하다는 기도를 그리고 파도를 타러 갈 때도 바다를 향해 깊은 경배를 하고 자기 키보다 두세 배가 높은 파도 속을 향해 헤엄쳐갔다. 나는 그들에게 두렵지 않냐고 물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어느 날은 피가 담긴 봉지 하나를 들고 와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뭐 하려고 하는 거냐고 물으니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훈련이라고 했다. 나는 어리둥절 한 채로 앉아서 그들이 창살 하나와 피가 담긴 봉지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내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파란 바다가 새빨간 핏물로 물들었고 그 주변으로 상어 지느러미가 보였다.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온갖 상상을 하며.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바닷속으로 들어갔던 친구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침착한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는 혼자 흥분해서 물었다.

그러자 한 친구가 사랑이 담긴 눈빛과 미소를 담아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 크리스티나. 우리는 두려움과 친구가 되기 위한 연습을 하는 거야. 우리는 바다를 사랑하고 파도가 없으면 우리 삶은 죽은 것과 다름없어. 하지만 저 바닷속에 언제 상어가 나타날지 모르고 언제 파도가 우리를 삼켜 먹을지 몰라. 그렇지만 그 두려움보다 서핑을 사랑하는 사랑이 훨씬 더 커. 그래서 우리는 서핑을 하기 위해 바다의 정령들에게 기도를 하고 매일 아침 바닷가를 뛰면서 우리 몸을 훈련하고 쓰레기를 주으면서 바다와 우리 영혼을 보호하려고 해. 상어는 피 냄새를 맡으면 다가와. 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 상어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고요하게 기다려. 그럼 상어는 알지. 아 저 인간들이 우리를 헤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 짧은 순간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까. 상어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면 우리도 무섭고 두려워. 파도도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엄청나게 큰 파도가 오면 동시에 저 파도를 잡아서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건 일생일대에 가장 신나고 멋진 일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기억해. 크리스티나. 두려움이 내 영혼을 잠식할 때마다 사랑이 내 영혼을 감싸 안도록. 그것이 진짜 알로하 스피릿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제나 진짜가 돼. 진짜 삶을 살아. 진실을 바라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 진실과 함께 할 때 너는 너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삶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갈 거야”

또 다른 이야기 중에 하나는 오래전 마음이 힘들었을 때 백담사 절에 들어가서 한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스님은 내가 첫날 절에 도착했을 때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일러두셨는데 혹시 새벽에 화장실을 갈 때 산에서 내려오는 멧돼지를 만나면 절대 뛰거나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하시며 잠시 멈춰서 호흡을 고르고 속으로든 밖으로든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세 번을 말하라고 했다. 나는 그때 피식 웃었고 스님이 장난치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깜깜한 새벽에 화장실을 가는데 저 멀리서 번쩍번쩍 거리는 눈빛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 아 멧돼지다’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면서 갑자기 배도 살살 아프고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는데 그때 스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해보지 뭐. 나는 얼음처럼 굳은 몸으로 멧돼지를 향해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세 번을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몇 초가 지난 후 번쩍 거리는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얼어붙었던 몸이 사르르 녹으면서 나는 움직일 수 있었다.

멧돼지는 “사랑해”라는 언어를 알아들은 게 아니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의 감정과 느낌을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그 순간 두려워서 공격하려는 마음이 내 마음에 있었다면 멧돼지는 나를 향해 힘차게 달려왔을 것이다. 언어 뒤의 언어가 있고 언어보다 더 강력한 힘은 마음속 의도이다. 두려움도 감정이다. 그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행위를 하느냐이다. 솔직하게 말했는데 진심이 통하지 않은 경우, 좋은 행위를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는 경우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 의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는 항상 순수한 마음과 연결되고 공명한다. 개인의 이익보다 더 큰 계획이 있을 때 도와주려는 손길들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한다고 포장하면서 우리 안에 진짜 의도를 숨긴다면 결국 더 큰 화를 입거나 손해를 보게 된다. 그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우주는 우리의 생각을 듣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듣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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