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쉘위 Aug 10. 2020

옆구리 터진 엄마의 김밥

쏘울 푸드



어제 문득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저녁 7시만 넘으면 김밥 한 줄  먹을  없는   진안에서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내가  먹어야 된다. 그렇게 지난 2년 동안 살아오면서 혼자서, 아니 둘이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먹었던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생각날 때마다 만들어 먹었다. 남편은 내가 만들어주는 음식에 무미건조한 리액션만 하는 게 재미가 없어서 가끔  하는 재미가 없기도 하지만 내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줘도  먹는 게 남편의 반응이다.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요즘은 먹고 싶은 게 있어도  하는 게 얼마나  인지 모른다.  하는 게 일로 느껴졌다는 것은 도통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세 시간에 한 번씩 아이의 밥을 챙기는 것도 벅차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잠깐 집안일  하고   읽거나 밀린 일들을 겨우 시간을 쪼개서 해야 되는  황금 같은 세 시간. 엄마는 어찌 그리도 시간을  쓰면서 우리 둘을 키웠을까. 엄마가 해준 밥이 너무 그리웠던 날이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도 밖에서 파는 음식을 사서 먹인 적이 별로 없었다. ‘ 엄마  이거 먹고 싶어하면  . 호떡도 케이크도 치킨도 떡볶이도 김밥도 밖에서 먹는 게  보기 좋고 맛있었지만 엄마는 내가 먹고 싶다고 하면 금세 뚝딱뚝딱 집에서  만들어주셨다. 나는 엄마가 앞치마를 메고 부엌에서 노래를 흥얼흥얼거리며 우리를 위해 요리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고사리 손으로 엄마 옆에서 나도 하고 싶다며 알짱 알짱거리다 엄마가 바로 만들어준 음식을 손으로 집어 입으로  빠르게 넣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맛있다며 우리 엄마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엄마는 항상  표정이 보기 좋아서 집에서 만드는 게 귀찮아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오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  먹고 싶어?   줄까?’ 물었다. 가진 돈이 떨어지거나 엄마의 음식이 먹고 싶으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돌아왔었다.

호주에서 밴으로 여행하다가 신우신염에 걸려서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의 미역국이 너무 먹고 싶어서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여행을 종료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음식은 알 수 없는 그런 힘이 있다.

하지만 가끔 엄마가 만든 건  예쁘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다. 소풍   엄마가 싸주는 김밥은 항상 옆구리가 터져 있었다.

엄마, 나도 다른 애들 김밥처럼 하얀 밥에 이쁘게 싸줘. 당근은 빼고. 엄마 김밥은 맨날 터져 있어,  생겼어
그래서 소풍 가서도 애들이랑 김밥 교환할 때마다 당당하게 도시락 통을 열기 힘들었는데  친구가 우리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다고 칭찬해준 덕에 나는 엄마의 옆구리 터진 김밥도 마음껏 자랑할  있게 되었다.

  이후로 나는 “ 우리 엄마 김밥은 못생겼는데 맛있다!”
그런데 사 먹는 김밥은 이쁜데  맛이 없는지 모르겠어”  

동생과 나는 엄마 김밥이 못생겼다고 엄청 놀렸지만
우리는 엄마가 김밥 싸는 날에는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엄마가 김밥 꼬다리를  때마다 서로 먹겠다며 경쟁했다. 
그리고 엄마가 접시 위에 김밥을 올려놓을 때쯤은 이미 둘 다 배가 빵빵하게 불러 있었지-

어제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이 생각나서 장을 봐서 부랴 부랴 김밥을 말았다. 김밥을 싸면서 혼자 꼬다리를 열심히 주어먹었다. 그런데  김밥도 옆구리가  터져 있었다.

하얀  해달라고 조르던  어린아이는 커서 검은 현미밥만 먹는 어른이 되었고 당근을 쏙쏙 빼서 먹던  어린아이는 당근을 듬뿍 넣은 김밥이 좋아졌다. 좋은 쌀로 밥을 해서   참기름과  좋은 소금으로  간을 했던 엄마. 옆구리는 터졌지만 엄마의 사랑은 꽉꽉 채워졌던 김밥. 이제는 내가  엄마 나이가 되어서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을 한별이에게  만들어주는 날이 오겠구나. 한별이는 언제쯤 알까? 내가 꽉꽉 눌러 담은 사랑이 넘쳐서 김밥 옆구리가 터졌다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업 장 소 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