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쉘위 Oct 21. 2020

[ 산후 우울증 극복기] 걷는 엄마 조서연

하루에 만보 걷기 프로젝트


출산 백일이 지난 후 몸은 80프로 회복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힘들어서  매일 두 시간씩 유모차 끌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 밥 주고 집안일하고 다시 아이 밥 주고의 반복을 하다 보면 지루함과 권태로움이 미쳐버릴 것처럼 답답했다. 힘든데 괜찮은 듯 씩씩하게 보이기도 싫고 뭐가 힘드냐고 물으면 대답해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거나 되려 상처 주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나면 헛헛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가도 점점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나 혼자 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두운 마음을 알아차리고 밖으로 나와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하늘을 보며 어깨를 활짝 펴고 한발 한발 앞으로 씩씩하게 걸었다.

그렇게 하루에 만보, 한 달을 걸었다. 오늘은 몸이 으슬 으슬해서 집에서 뒹굴면서 건너뛰려고 했는데 한별이가 유난히 보채길래 어르고 달래고 하다가 아차 싶었다. 한별이에게도 어느새 루틴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안아서 재우는 대신 유모차를 태워 밖으로 나왔다. 유모차를 타자마자 한별이는 스르륵 잠이 들었고 오늘은 산책시간이 늦었지만 나오기라도 해서  아름다운 노을도 만났다. 50일이 지난 후부터 수면 의식을 시작한 덕분에 열두 시간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질도 괜찮아졌고, 백일 지난 후 걷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 근육도 다시 튼튼해지고 있는 중이다. 한별이 덕분에 엄마는 다시 살아나고 있고 엄마는 다시 그 에너지를 빵빵하게 채워서 한별이에게 듬뿍 줘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