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선곳에서 온전한 나로 사는법

산골마을에서 우주를 품고 사는 나의 이야기

by 쉘위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살 거라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어렸을 때도 이렇게 흙을 만지면서 신나게 놀았던 적이 없었는데 어른이 돼서야 흙을 만지는 일의 즐거움을 알았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그리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내가 하는 많은 일 중 재미와 의미, 심지어 고귀함을 경험하는 순간을 자주 느끼는 일이 농사와 예술이다. 아마도 기도하는 마음이 있어서 아닐까 싶다.


2V26K64K3VKPEWT95QH4.jpg 시골마을에 정착해 흙을 만지는 촉감이 살아났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건강한 흙을 잘 만들어서 씨앗을 콕콕 심는 것뿐인데 어느새 새싹이 꿈틀 거리면서 올라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게 여간 기쁘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결코 내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놀랍다. 햇빛과 바람과 물의 삼위일체. 이곳 시골마을에 와서 시계를 보는 일보다 하늘을 보는 일이 많아진 것도 하늘이 알려주는 게 훨씬 더 많아서일지도.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을 느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영혼의 충만함은 나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한다. 그 힘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머무르게 하는 힘이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은 하늘에 내맡긴다. 생각과 고민을 엄청 많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순간 마음 속에 텅 빈 공간이 생기면서 모든 걱정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때, 힘을 내지 않아도 힘이 생기는 순간이다. 그것이 나를 살리는 에너지이기도 하고 타인을 살리는 기운이기도 하다.


590YDEJV9ZEU3EF01NTQ.jpg 새로운 터전에서 집에 나무 그림을 그려넣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그것뿐이다. 왜냐하면 내가 온전하게 숨을 쉬며 살아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감정으로 살아가지만 수시로 변화하는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순간순간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느끼는 것만으로도 생기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먹는 것,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내 몸과 마음, 영혼에 담는 것을 기민하게 관찰하고 우리의 소중한 영혼의 그릇에 정성껏 담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밖으로 의식하지 않아도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불편하거나 아픈 이유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삼켜서 소화시키지 못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 영혼은 아주 기민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는 외부 세계와의 연결고리만 찾기 위해 애를 쓸 뿐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진실되게 바라보기란 바쁜 일상에서 쉽지 않다.

그러다 아픈 마음과 아픈 몸뚱이가 나 좀 봐달라고 격렬하게 메시지를 보낼 때 그제야 고개를 돌려 우리 안을 들여다본다. 우리가 직접 들여다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들여다보는 상담 전문가나 몸을 들여다보는 의사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쉽게 보여지지 않는 것이 있다. 영혼이다. 그것은 우리가 오롯이 관심 있게 들여다 볼 때만이 치유가 가능하다. 우리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힘. 그것이 진짜 나로 살아가는 삶이다.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그리고 평화와 함께.


O1PZYIO2WD6JQDZYEW22.jpg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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