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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Dec 28. 2020

코로나 시대의 집

공간에 무엇을 스미게 할 것인가.

 연휴가 끝나고 찾아온 월요일 아침. 어제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고 우리는 일찍 소등을 하고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 밖은 여전히 깜깜. 해가 뜨기 전이기도 했지만 어제오늘 대기의 공기도 미세먼지로 가득  있는  뿌옇다. 요즘은 일어나자마자 찌뿌둥한 몸을 108배로 이완시키고 나면 등 뒤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면서 몸이 가벼워져서 하루를 조금 활기차게 시작한다.

한동안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싫었다. 자도 자도 졸리고 몸은 항상 무겁고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이 권태롭고 지루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 자주 짜증이 났고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은 언제 터질지 모를 정도로 긴장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터뜨리고 나면 몸이  좋아지지를 않았다. 화를   얼마나 해로운  온몸으로 경험을 하면서 화가 올라올 때마다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면서 물을 마시거나, 에너지를 전환시키기 위해 움직이거나, 샤워를 하거나, 반신욕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가능한 에너지가 분출되는 방향보다 충전시키는 쪽을 선택하면 괜찮아졌다.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거나 몸이 힘들면 짜증이 쉽게 났고 나를 돌보는 시간이 부족하면 더더욱 그랬다.

반년 간의 육아를 하면서 나는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면 남편이 육아와 가사노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짜증이  났다. 지난가을에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서 갑자기 일이  늘어나서 일주일 내내 독박 육아를  때는 정말 사람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시골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육아하는 현실이 너무 힘들고 외롭고 지쳐서 시골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가 도움을 주러 오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게 되었고 도시에 가서 사는 삶이 더 이상 상상이 되지가 않는다. 밥하기가 너무 싫은 날에는 도시에서 처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편리함을 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쓰레기 죄책감 때문에 그것도 마음 편하게 못할 거 같고 그렇게 식비로 소비되는 비용도 무시 못할 거 같다. 코로나로 수입이 절반이 줄었지만 우리는 시간이 두배로 늘었고 나는 통장을 보는 것보다 서로의 눈을 보는 시간이 많아져서 지금의 삶에 훨씬  만족스럽기는 하다.

오랜 시간 떠돌이 삶을 살면서 나는  세계를  집처럼 살았다. 숲 속에서 나무로 대충 집을 지어 지내기도 하고 오래된 벤을 사서 친구와 차박을 하면서 지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집에서 일을 하고 숙식을 제공받으며 살기도 하고 절이나 아쉬람 명상센터에서 봉사를 하면서 지내기도 했다. 항상 이동하는 삶을 살면서 소유도 부질없었고 내가 사는 공간을 가꾸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24시간 생활하는  공간에서 행복해지는 . 나는 공간에 영혼이 깃든다고 믿는다.  공간에서 어떻게 호흡을 하고 시간을 보내고 어떤 에너지로 채우느냐에 따라 공간에 스미는 기운이 달라진다. 성당이나 절에 들어갔을 때 경건한 마음이 드는 곳이 있다. ( 물론 모든 성당이나 절에서 느껴지는 것은 아닌데) 기도를 많이 하는 곳일수록 나는 그런 에너지를 강하게 느꼈었다. 그리고 어떤 공간을 갔을 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숨이  쉬어지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머무는 사람이나 주인의 기운이 공간에  스며있을 때이다.

아침 명상을 하고 나니 집안 가득 햇살이 환하게 들어온다. 코로나와 육아 그리고 엄마로 살면서 나는 집의 소중함과 감사함이 커졌다. 집안을 물건과 먼지로 채우지 않기 위해 무엇을 정리하고 청소할까 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집안에 사랑의 에너지와 생기 가득함과 평화로운 기운으로 채워져 한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얼어 죽은  알았던 극락조에서 새잎이 올라오는 아침, 어제부터 생강과 계피로 우려낸 짜이가 오늘은  찐해져서 몸을 따듯하게 데워준다. 그리고 한별에게 조금 특별한 공간을 선물한 . 따뜻한 만다라가 너의 겨울을 지켜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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