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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Dec 30. 2020

아기 예수님 탄생만큼 기뻤던 한해

새해 108배 습관을 위한 워밍업

크리스마스 이브 신랑이랑 집에서  늦게까지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다 잠들어서 아침에 배가 부글부글해서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땅을 약간 뒤엎을 정도 눈이 내렸고 한별이는 어느때와 다르게 혼자서 놀고 있고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찬물로 세수를   보이차를 우려 마신  108배를 시작했다. 천배도 거뜬하게 했던 예전의 나는 이제 없다. 과거의 나는 과거의 나일 뿐이다. 과거에 사는 삶을 돌아보며 과거에 머무는 삶은 불행하다.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이순간의 몸의 감각을 느끼며 뼈마디 마디와 관절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108배를 하는데도 숨이 차오르고 삼십배 정도 지나니 등에 땀이 송글 맺혔다. 서서히 움직임도 편해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앞에서 절을 받던 한별이가 중간에 잠이 와서 약간 칭얼거렸지만 호흡과 자세에 집중하며 한배 한배 정성을 다해 절을 올렸다. 초반에는  먹을까,  할까, 그때  그랬지 ‘ 온갖 번뇌들이 수도 없이 떠오르고 사라지고 떠오르고 사라졌다. 호흡이 고르지 않았고 몸의 중심이 자꾸 뒤로 가고 있었다. 다시 호흡에 집중하며 한별이가 나를 바라볼  내가 정성껏 절을 올리고 있구나라고 느낄  있게 자세와 호흡을 맞춰가니 몸은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니 생각이 서서히 사라짐을 느낀다. 108배를 마치고 나니 호흡을 가다듬고 잠시 동안 앉아서 자비 명상을 했다.

 한해 많은 도움을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과 서로 좋은 선한 영향력을 주고 받는 친구들과 동시에 서운함과 오해로 멀어진 인연들도 떠오른다. 어떤 인연이든 배울  있다. 나를 성장하게 해준 모든 인연들에게도 감사하며 힘든 코로나 시기에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아픔의 고통 속에서 싸우는 사람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 그들의 가족들도 상처와 아픔으로 부토 치유되고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우리 모두 정말 힘든 한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겨냈고 앞으로  이겨낼 거라 믿는다. 크리스마스날 성당에 성탄 미사를 안가고 집에 있는게 참으로 낯설지만 서로  마주치며 ‘평화를 빕니다인사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명상과 기도를 하고 눈을 뜨니  뒤로 따스한 햇살이 내려 앉았다. 한별이는  앞에서 방실 방실 미소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어느때보다 성탄절 느낌은 나지 않지만 나에게 새로운 생명이 찾아온 한해로 어느때 보다 특별한 성탄절이기도 하다. 예수의 탄생 만큼, 기뻤던 한해. 2020.

가정마다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성탄절 되시기를 
두손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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