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일기,3일차 ]월요일도 설렜으면.

육아 월요병

by 초연

3일차

3. 내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심을 내려놓으며 절합니다.

출근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월요병을 모르고 살았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월요병이 생겼다. 나는 금요일이 되면 직장 다니는 사람처럼 설렌다. 주말에 신랑과 같이 육아를 하면 힘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대신 주말이나 연휴에는 주중보다 남편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리려고 한다. 물론 나를 위해서도.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리는 동안에 신랑이 아이를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이 쫓긴 상태로 허둥지둥하는 것을 경계한다. 특히나 밥을 지을 때는 더더욱. 평화로운 밥상을 차리고 평화롭게 식사하고 내가 정성껏 지은 밥이 내 몸과 마음 영혼에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결국 그것이 다시 나에게 힘을 주고 에너지를 나눌 수 있게 되니까.


주중에는 그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살 때가 많아서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가 많다. 끼니를 놓치거나 그냥 대충 때우거나. 그러다 마지막 수유를 하고 아이가 잠들면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뱃속을 채운다.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잠이 들어버리니 밤새 장운동을 하는 장기들은 결국 다음날 피로감을 가져다주는 사이클의 반복이다.
어쨌든, 그놈의 밥이 뭔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제대로 먹고살지 못하면 잘 살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고 그렇다고 배 부르게 잘 먹는다고 해서 잘 산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평소보다 이불 밖을 나오는 게 힘들었다. 계속 뒤척 뒤척거리다 신랑에게도 어제 끓여놓은 국을 데워먹고 가라고 일러두고 나는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이불속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편하지가 않았다. 신랑도 주말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는 했지만 연휴가 끝나고 돌아온 월요일이 반갑지만은 않을 텐데.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서 절을 올릴 준비를 했다. 차를 끓여마시고 거실을 정돈하고 향을 피우고 방석에 앉아 잠시 동안 명상을 하는데 오늘따라 쉴 새 없이 카톡 메시지, 메신저 알림들이 울린다. 절을 하는 동안에도 거슬리는 메시지 알림에 결국 폰을 끄고 절을 했다. 그 사이 벌써 아이의 낮잠시간이 찾아왔고 수유를 하고 낮잠을 재우고 나니 배가 슬슬 고파온다. 그래도 아이가 자는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어서 남은 절을 마저 끝냈다. 확실히 아이가 자고 휴대폰의 방해도 없으니까 마음도 편안해지고 호흡도 차분해지고 집중도 잘 된다. 속으로 ‘ 그니까 이것아! 일찍 일어나면 되잖아!!!! ‘ 새벽 여섯 시에는 일어나야 되는데 요즘은 한별이가 새벽이 목이 말라서 꼭 한두 번씩 깨다 보니 숙면을 못해서인지 새벽 기상이 너무 힘들다.

정답은 하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거다!


아이를 재우고 108배를 끝내고 평화롭게 국을 데우고 밥을 차려먹으려고 하니 국이 좀 이상하다. ‘엥? 벌써 맛이 간 건가.’ ‘신랑은 뭘 먹고 오늘 출근한 거지? ‘그러면서 나한테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하면서 출근했는데 이거 먹고 간 건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네.


새해 첫 월요일! 연말 연휴 너무 잘 먹고 잘 놀아서 무겁게 시작한 월요일이었지만 주중에는 술을 좀 줄이고 일찍 자야지. 일기도 좀 쓰고! 감사 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해봐야겠다.

예전에 도시에 살 때 월요일을 조금 설레게 보내고 싶어서 부러 보고 싶은 사람, 친구들을 월요일에 만나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약속을 했었다. 이제 엄마가 되고 사람들을 쉽게 만나기도 어려워졌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살면서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는게 어떻게하면 조금 설레고 신나는 마음으로 일어날지 한번 고민해봐야겠다. 그런데 지금 막 아주 반가운 사람에게 책과 손편지가 도착했다. 아. 월요일에는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야지! 우편함에 고지서가 아닌 손편지를 꺼내는 기대와 설렘. 잊고 있었다. 그래! 좋았어!




2021. 1월 4일, 월요일.

해가 중천에 떴을 때 108배를 했던 날.

이제부터 신랑보다 먼저 일어나야지!





108배를 마치고 나니 택배가 왔다.

페북으로 알게된 지인님이 딸랑구와의 9년간의 이야기를 기록해놓은 책과 편지가 도착했다.


정성가득한 편지와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미소 지어지는 보들 보들한 책.

제목부터 가슴이 보들 보들해진다.


< 엄마를 사랑해드립니다>

- 나는 엄마를 사랑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구!


감동이다 힝.




싱그러운 미소 덕에 보기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사람.

나는 지인님의 미소가 너무 좋아서 페북에 셀카가 올라오면 좋아요와 댓글을 자주 남겼었다. 한번도 만난 적 없지만 나는 오늘 지인님에게 사랑가득한 편지를 받았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글을 기록하는 이유도 이렇게 서로 영감을 주고 힘을 주고 삶을 응원해주는 친구들 덕분이다.내 글이 누군가에에 영감을 주고 힘을 주고 삶을 응원하고 싶어서. 내가 행복해지고 내 주변사람들이 행복해지고 그 행복과 기쁨을 함께 나눈다면 삶은 조금 더 말랑 말랑, 보들 보들 해지니까! 결국 다 행복해지기 위한 발버둥이니까.


나를 지탱하는 힘들은 다 거기서 부터 시작 되었다.

내 자신을 조금 더 행복하게,

그리고 내가 아는 이들이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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