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숙제 먼저 해결하자
5일 차. 끊임없이 일어나는 욕심내는 마음을 절제하는 마음으로 절합니다.
전날 찬바람 맞고 한두 시간 넘게 걸어서 마트에 다녀와서 그런지 아침에 몸이 무거워서 이불 밖을 나오는데도 한참 걸렸는데 108배를 하기 전에 잠깐 몸을 풀고 명상을 하는데 천골부터 어깨 목 까지 쿡쿡 쑤셔와서 일어나서 108배를 하기까지도 한참이나 걸렸다. 사실 기분이 좋지 않고 몸이 좋지 않으면 오늘 하루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또다른 메세지가 깊게 울려퍼진다’하고 나면 기분도 더 괜찮아지고 몸도 더 가뿐해질거야!’
그리고 나는 안다. 여기서 포기하면 마음이 더 찝찝하고 불편해진다는 것을.
방석도 펴놓고 향도 피워놓고 만들어 놓은 차도 마셨는데
아이가 일어나서 오늘은 유난히도 나를 보며 놀아달라고 한다. 혼자 놀라고 장난감도 손에 쥐어줘 봤지만 자꾸 나를 쳐다보며 같이 놀아달라고 하는 눈빛을 보내니 결국 방석을 치우고 아이와 신나게 놀고 나니 아이는 어느새 눈을 비비기 시작한다.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하고 나니 아이는 잠이 들었다.
휴. 이제 한 시간 정도 내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방석을 다시 깔고 향을 피고 정목스님의 유튜브 108배 영상을 틀어놓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해는 어느새 중천에 올라와서 거실 안을 가득 채웠고 밖에서는 공사를 하는지 뚝딱뚝딱 소리가 들린다. 집중하기 위해 커튼을 치고 볼륨을 높여본다.
처음 삼 십배 하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잡생각이 무수히도 올라온다. 서운한 마음, 화나는 마음, 속상한 마음 등등. 이런저런 마음들이 올라오면 금세 호흡은 흐트러지고 자세도 불안정해진다. 절을 하는 동안에도 생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호흡과 자세에만 집중해본다.
삼십 배를 넘으면 금방 오십 배가 된다. 그리고 오십 배가 넘으면 이미 반 이상을 했기 때문에 조금 수월하게 하는 거 같다. 집에서 절을 할 때 보일러를 끄고 약간 공기는 차갑게 하는 편인데 육십 배가 넘으면 약간 땀이 나고 입고 있던 옷을 하나둘씩 벗는다.
아. 그런데 오늘은 39배째에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싱크대 세면기가 고장 나서 기사 아저씨가 오셨다. 초인종 소리에 아이가 깼다. 그렇게 나의 평화로운 오전은 끝이 나버렸고 자기 전에 나머지 못한 절을 마무리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방석을 치웠는데 저녁에 부부 상담이 평소보다 두배는 길어져서 여섯 시간이나 걸렸고 점심, 저녁도 못 먹고 배가 고파서 눈은 빙빙 돌고 밥할 힘은 없고 오랜만에 라면을 끓였는데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쑤셔 넣었더니 결국 탈이 났다. 상담하면서 올라왔던 감정과 급하게 뱃속에 쑤셔 넣은 간이 센 음식이 아무래도 장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거 같다.
나는 라면을 먹다 속이 불편해서 소화제 하나를 먹고 바로 잠이 들었다. 결국 오늘 아침 속은 더 더부룩하고 얼굴을 퉁퉁 부은 채로 일어나서 어제 밀린 108배 일지를 쓴다.
암튼 미루지 말고 아침에 108배를 하자. 그래야 밀린 숙제 해야 되는 것처럼 하루 종일 찝찝한 마음이 없으니까.
20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