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7일 차] 108배 효과?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니 결국에는 감사함이 고이는구나.

by 초연
108배하는 곳, 행복 고이는 자리



< 7일 차 >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절합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니 방이 건조했는지 목이 따끔따끔하다. 따뜻한 보리차를 끓여서 다시 침실로 와서 신랑과 같이 마시면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아침에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이불 위에서 아이와 함께 끌어안고 뽀뽀하고 웃는 시간, 차를 천천히 마시며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깨우려고 한다. 오늘은 이불 먼지를 털고 햇살이 좋아서 잠시 동안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후 화이트 세이지를 피어놓았다.


아침에 허겁지겁 일어나서 허겁지겁 밥을 하고 손이 느린 남편을 위해 샤워하는 동안 후다닥 아침밥을 차려서 출근시키면 갑자기 찾아오는 허무함이 있다.


‘ 왜 나까지 이렇게 분주하게 살아야 되는 거지.’


출산을 하고 나서는 그렇게 아이와 나만 집안에 남겨놓고 휑하게 출근하러 나가는 남편을 복잡한 감정들이 마구 올라왔었다. ‘ 우리 남편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고생하네’ 이런 마음과 ‘ 너는 나갈 곳이라도 있어서 좋겠다’


깔끔하게 샤워하고 밖에 나가는 모습만 봐도 부러웠다.


‘ 나는 밖에 나가려면 남편에게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을 해야 되는데 왜 남편은 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게 당연한 것처럼 그냥 저렇게 쌩하고 나가는 거야! ‘


‘ 하루 종일 내가 집에서 뭘 하면서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은 있는 건가?


밖에 나가서 자기는 여유롭게 사람들이랑 점심 먹고, 맛있는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데 나는 대충 국에 밥 말아서 후루룩 마시듯 해치우고 느긋하게 커피 한잔 마실 여유가 없어서 커피 잔을 이리저리 들고 다니다 보면 맨날 식은 커피나 마시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아이가 울면 달려 나와야 되고.



먹고 자고 싸고 기본적인 욕구가 해소가 되지 않으니 신경이 날 서고 짜증이 날 수밖에.


어느 날은 현타가 세게 와서 갑자기 혼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하기도 했지만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서 고갈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주 번아웃되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아졌고 무기력해졌다.


밥을 대충 챙겨 먹다 보니 영양소가 불균형 해졌고 임신하는 동안 몸에 무리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운동을 소홀히 했더니 안 그래도 약해진 몸뚱이가 출산 후 사지가 비틀리고 뼈 마디가 다 벌어지면서 몸이 너덜너덜 흐물흐물 해져버렸다. 그래서 쉽게 지치고 피곤함이 왔다.



다시 밥을 정성껏 짓기 시작했다. 가능한 조리 시간은 짧게 균형 잡힌 영양소와 제철 음식으로. 일주일에 한 번 바로바로 꺼내서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이나 간식을 준비했다.


미리 준비해서 냉장고나 냉동실에 항상 있으면 좋은 음식은 병아리 콩으로 만든 후무스, 여러 야채들 (당근, 샐러리, 오이 등) 그리고 두부와 버섯은 여러 종류가 있으면 카레나 버섯구이 된장찌개 등 다양한 요리에 다양하게 쓰여서 장 보러 갈 때 꼭 사 온다. 그리고 냉동실에 고등어나 삼치 등 생선이 있으면 반찬 없거나 밥하기 싫을 때 한 마리 오븐에 구워서 식탁에 올리면 뭔가 딱히 시간을 써서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잘 차려 먹은 기분이 든다. 육고기를 가능한 적게 먹고살려고 하기 때문에 단백질은 콩에서 보충하려고 하는데 렌틸콩, 병아리콩, 서리태, 쥐눈이 콩을 주로 먹는다. 렌틸콩은 야채 수프, 카레에 넣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렌틸콩 스프, 네팔 가정식 달밧과 우리나라 가정식 고등어 구이와 김치찌개



감자스프, 밥 먹기 싫은 날에는 야채 스프와 호밀빵
오뎅탕 겨울배추는 그냥 쌈장에 찍어먹어도 훌륭한 밥 반찬, 후무스를 만들어 놓으면 빵위에 쓱쓱 발라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훌륭한 간식!



겨울에 자주 먹는 들깨죽과 들깨 미역국, 계란찜


감자와 야채 삶은 계란으로 샌드위치 속을 미리 만들어놓으면 배고플 때 후딱 만들어먹기 좋다.
야채를 많이 먹고 싶은 날에는 월남쌈. 그리고 탄수화물을 줄이고 싶으면 밥 대신 콩을 더 많이 먹는다.
겨울 제철 밥상, 겨울 무밥과 꼬막 무침, 청국장, 달래장


손이 많이 가서 귀찮기는 하지만 겨울에 한번은 먹어줘야지. 근데 너무 맛있다. 담에는 신랑에게 꼬막 까라고 시켜야지. 꼬막위에 달래장을 올려서 무밥이랑 한입!
겨울에는 이것 저것 넣고 돌솥 냄비밥을 해먹는 것을 좋아한다. 밥은 싹싹 긁어먹고 누룽지는 다음날 아침 누른밥으로 먹으면 속이 편하다.

시골에서는 배달 음식도 시켜먹을 수 있는 데가 한정적이고 밖에 나가서 사 먹을 수 있는 식당도 한정적이다. 하지만 나는 도시에서 삽 십 년 넘게 살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속이 편하지 않아서 자주 외식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시골에 내려와서 살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는 잘 먹고살고 싶었다. 가능한 내가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로 정성껏 소박하게 밥을 지으면서 건강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살면서 나도 내 공간에서 다른 이들에게 정성껏 밥을 지어서 차려주고 싶어 졌고 2년 동안 밥 보시를 하며 어찌 저지 시골에서 굶지 않고 잘 살아왔다. 밥을 하면 쌀이 생겼고 여기저기서 먹을 것이 들어왔다. 그렇게 열심히 밥을 잘 지어먹으면서 많은 친구들과 함께 밥을 나눠먹었고 매일 찾아오는 친구가 생겨서 나의 밥상은 더 풍요로워졌다. 그 매일 찾아오는 친구는 지금 매일 (지겹게) 같이 밥을 먹는 남편이 되었다. 하하.





덕분에 (?) 나의 요리 실력은 매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거 같다. 나 챙겨 먹을 때 그냥 숟가락 하나 얹는다는 마음으로 밥을 지으면 아무 불편한 마음 없이 밥을 하는데 내가 안 먹고 싶을 때 남편 먹을 밥을 하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고 하냐며 심술궂은 마음이 올라온다. 그래도 함께 맛있게 먹을 사람이라도 있으니까 이렇게라도 잘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난 요리하는 것도 꽤나 즐거워하는데 그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더 행복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오늘의 커피 타임

지리산에서 친구가 대봉감을 직접 깎아서 말린 곶감을 보내줬다. 곶감이 너무 커서 반을 자르니 안에 호두가 콕 박혀있다. 한입 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커피를 내렸다. 아 커피 향도 너무 좋고 창밖으로 보이는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을 보며 이 귀한 겨울 간식을 이렇게 따듯한 집에서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함이 절로 나온다. 친구의 정성과 마음이 곶감에 달달하게 저며있는 듯하다.


맛있는 거 먹으니까 신랑 생각나네.


남겨놨다가 이따 퇴근하면 줘야지.



결국 나는 기승전 남편 생각뿐인 건가?

( 아니거든 흥! )


그냥 내가 다 먹어버릴테다. 넘 맛있쪄!

나의 지리산 엄마, 키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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