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이 겨울.
< 10일차 > 험난한 인생길 잘 참고 견뎌온 스스로를 감사하며 절합니다.
오늘은 오전에 아침겸 점심을 준비하며 절을 올렸다. 친한 언니가 집에와서 밤 늦게까지 수다떨고 술한잔 하며 주말을 보냈는데 요즘 새벽에 방이 건조한지 한 두번씩은 꼭 마른 기침을 하면서 깨는 아이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탓인지 정신이 몽롱하다.
밤새 말을 많이 해서 인지 오늘 아침 나도 목이 따끔따끔하다. 소금물로 가글을 하고 생강을 듬뿍 넣고 짜이를 끓였다. 한모금 천천히 넘기며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알싸한 생강맛을 느껴본다. 몸이 서서히 데워진다.
향을 피우고 방석을 깔고 절을 올리는데 아이는 옆에서 잠이 오는지 칭얼거린다. 그러다 또 혼자 놀면서 자주 엄마와 눈맞춤을 하며 미소짓는다. 엄마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얻는듯 하다. 나도 절을 한배 한배 천천히 올리면서 일어나서 손을 합장 할 때마다 아이에게 활짝 미소 지어본다.
아이가 잠을 잘 때 절을 하면 집중을 잘 할 수 있어서 좋고 잠을 자지 않고 내 옆에 있을 때는 아이를 향해 미소지으면서 할 수 있어서 좋다.하지만 아이가 잘 때는 언제 깰지 몰라서 마음이 들 뜨기고 하고 아이가 깨어있을 때는 108배를 하는 동안 중간에 한번도 쉬지 않고 절을 올리기란 쉽지가 않다.
오늘은 친한 언니에게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아이가 오전 잠을 자기 전에 시작했더니 삼십배가 조금 넘으니까 졸려서 칭얼거린다. 그냥 무시하고 내 갈길을 갔지만 결국 중간에 나는 멈추고 아이를 안고 잠을 재우러 들어갔다.
그렇게 오전에 절을 시작했지만 아이가 자는 동안에 잠깐, 오후에 잠깐, 저녁에 잠깐, 겨우 겨우 108배를 해냈다. 마지막 절을 올릴 때 쯤 신랑이 퇴근 후에 귀가 했다. 신랑은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들어와서 내 앞을 조용히 움직인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그런 신랑의 모습에서 안쓰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코로나 2단계가 시작되면서 신랑은 일도 반으로 줄었고 수입이 반으로 줄었다. 생활비도 확 줄어들면서 허리 띠를 바짝 쪼여매야 된다. 괜찮다고. 그렇게 쪼들리지 않으니까
그냥 올 겨울 보릿고개 아이랑 더 많이 시간 보내면서 가능한 외식도 줄이고 집에서 잘 보내보자고 했지만 처자식 먹어살리는 가장의 책임감 무게는 어깨를 무겁게 하나보다.
사실 나도 혼자 살 때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없이 살았었다. 희망적이었고 낙관적이었는데 결혼 후 나는 꽤나 현실적이고 예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보다 비관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노후 준비도 제대로 해놓은게 없는 나와 그런 남편을 보고 있자면 불안함이 스멀 스멀 올라올 때가 많다. 아이가 하고 싶고 먹고 싶은게 있는데 가정 형편 때문에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눈치보며 말하지 못하고 포기 하는것만큼 부모입장에서 가슴이 아리고 쓰리는 것은 없으니까.
그래서 그동안 나 자신을 위해, 여행을 가기 위해 모아놓았던 적금들은 결혼 후 아이를 위해 모으기 시작했고 생활비를 줄여서라도 저축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들쑥 날쑥한 수입 때문인지 가정경제는 불안정하다. 이런 저런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다.
몸둥아리 건강하고 재능있는데 뭐라도 해서 먹고 살겠지.
그렇게 잘 살아왔잖아. 그런데 몸둥아리가 멀쩡하지가 않다.더이상 예전의 몸둥아리가 아니다.
하- 우울해진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자.
108일이 지나면 몸둥아리도 건강해지겠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면 뭐든 할 수 있을거야!
이 겨울 보릿고개가
우리 가정을 더욱 단단하게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