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신체에 온전한 마음이 머문다.
최근에 화를 내면 꼬리뼈에 통증이 오거나 허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잘 안 쉬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기가 빠져서 무기력 해지거나 우울감이 찾아오곤 했다. 얼굴은 더 못생겨 보이고 초췌해 보여서 나 자신이 더 싫어졌다. 그런데 오늘 108배를 하다가 호흡을 하면서 계속 생각이 머물렀던 게 ‘단전’이 었는데 108배가 끝나고 동의보감을 뒤적뒤적거렸다.
육체는 식물 같아서 그 뿌리가 아래로 향하여 있고, 영혼은 그 뿌리가 하늘에 있다. 이 두 뿌리가 만나는 곳이 바로 단전이다. 단전에 기운을 잘 모으고 잘 지키고, 이를 잘 키워야 한다. 이런 행위가 습관 되면 입 안에 저절로 맑은 침이 고인다. 도가(道家)에서는 이 침을 ‘신수(神水)’라고 한다. 신수를 삼키면 소화 등 몸에 좋다. 자연치유 약인 것이다. 단(丹)은 마음이고, 전(田)은 몸이다. 단전은 두뇌와도 연결돼 있다. 미소를 짓거나 감사하면 단전이 열리고 화를 내거나 원망하면 단전이 막힌다. 어린아이는 하루 300~400번 웃기에 단전이 늘 열려있어 우주의 기운, 천록(天祿)을 받아서 무럭무럭 자란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정·기·신이 상호작용하면서 자연치유력과 생명의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정력과 기력이 쇠약해지면 평상시 현명한 판단과 처신을 하던 사람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래서 “온전한 신체에 온전한 마음이 머문다(A sound mind in a sound body)”라고 한다. 마음이 가는 곳에 두뇌, 눈과 귀, 코와 입, 손과 발에 기운이 모이고, 기운이 가는 곳으로 피가 따라가서 심신 작용이 일어난다. 정(精)은 몸, 신(神)은 마음이다. 그래서 정신이라고 한다. 정신이 온전하다는 것은 영혼과 육체가 영육 쌍전 하여 ‘원만 구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 상태에 우주 자연의 기(氣)가 들어갈 때 소우주와 대우주가 합일하여 ‘지공무사’하게 된다. 그래서 옛 성인 이르시기를 “군자는 천지의 덕과 합일한다(君子與天地合其德 군자여 천지 합기 덕)”고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정·기·신을 생명의 ‘삼보(三寶)’라고 한다.
108배 절을 하면서 동작과 함께 호흡을 하면 평소 때 보다 더 깊게 들이마시고 더 길게 숨을 내뱉게 된다. 동작이 빨라지면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져서 가능한 온몸의 근육을 다 쓰되 호흡이 가빠지지 않고 동작이 물 흐르듯이 리듬을 타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평소 때와 다르게 오늘은 아침이 아닌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몇 잔을 마시고 절을 했더니 호흡도 거칠고 땀이 나는데 내 몸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 그래서 중간에 차를 우려서 마시고 화장실을 몇 번 다녀온 후 노폐물을 청소하고 108배를 이어갔다.
다시 호흡을 고르고 정목스님의 기도문으로 절을 했다. 스님의 맑은 얼굴과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내가 명상과 108배를 열심히 했을 때 나의 얼굴과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때 사람들을 만나면 인상이 좋다, 피부가 좋다,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많이 했었다. 신기하게 열흘 동안 침묵 명상을 다녀오면 그런 이야기를 더 자주 들었었는데 오늘 문득 108배를 하다가 왜 그랬는지 뭔가 깨달음이 정리되지 않은 언어들로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순간들이 몇 번 찾아왔다.
침묵 명상을 하면서 말을 하지 않고 열흘을 지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되지만 평소 때보다 쓸데없는 생각이나 감정 소모를 덜 하기도 하고 명상을 하는 동안 자주 기가 채워지는 느낌을 느꼈었는데 한 시간 동안 앉아있는 동안 꼬리뼈부터 척추와 허리 목, 정수리가 일직선이 되어 기가 순환이 원활하게 되면서 항문을 쪼이면 뱃속에서부터 열감이 올라와서 몸이 뜨끈하게 데워지고 입속에서 침이 막 고여서 꿀꺽꿀꺽거렸는데 이상하게 그 침이 몸 안의 정수 ( essential)가 모여 만들어진 것처럼 아주 달게 느껴졌다. 아직 정리가 잘 되지는 않지만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기가 원활하게 순환되면서 온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에 걸리는 것도 하나도 없이 마음도 편안해진 상태였다.
그러고 보면 나는 최근에 자주 화를 내고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사로잡혀 내 몸의 기가 흐르는 것을 막고 있었고 기가 막혀서 몸이 아팠던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108배를 하다가 땀과 함께 노폐물이 배출되고 몸 전체를 움직이며 기를 순환시키니 막혔던 기가 조금 풀린 것 같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혼자 밖에 나가서 눈 구경을
하느라 신나서 저녁 108배를 했다. 오랜만에 월요일 아침이 신나서 월요 육아병은 사라졌던 월요일이다! :)
어린아이는 하루에 300-400번 웃기에 단전이 늘 열려있어서 우주의 기운을 받는단다. 우주의 기운을 받기 위해서는 웃어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요즘 아이는 나와 눈만 마주치면 웃는데 우주의 기운을 듬뿍 받으면서 동시에 무럭 무럭 자라나고 있는 중이었다. 내 영혼을 키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