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배 15일차 ] 편안함에 이르렀나?

하다보니 300배 한 날.

by 초연

어제부터 입 안이 헐고 입술 안에 뭐가 올라와서 먹는 것도 말하는것도 힘들다. 주말에 작게 올라왔던게 점점 커져서 어제는 좋아하는 커피도 마실 때 마다 따가워서 겨우 겨우 마셨다. 아프니까 신경질적인 마음과 짜증이 쉽게 올라온다.


요즘 아이가 이빨이 하나둘씩 잇몸을 뚫고 나오기 시작하면서 낮에도 칭얼거리고 자주 안아달라고 하고 50일 이후부터 수면 교육에 성공해서 통잠을 자던 아이가 요즘은 새벽에 두 세번씩 깨서 칭얼대고 엄마를 찾는다.


아이도 성장통을 겪느라 힘들겠지만 아이가 성장통을 겪을 때는 엄마의 고통도 커진다. 잠을 제대로 못자니 피곤함이 좀처럼 가시지가 않는다. 요즘 새벽 다섯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아이 덕에 아이를 달래고 어른 후 다시 재우고 나면 잠이 달아나버린다. 애써 자는게 아까워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시간을 혼자 누리고 싶어 명상도 하고 책도 읽고 조금 부지런을 떨었더니 몸이 무리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건가. 오늘은 아침 내내 잠은 계속 쏟아지고 입안은 헐어서 입술이 퉁퉁 부었다. 어제는 아이가 낮잠도 안자고 안아주고 놀아주느라 저녁이 되니 체력이 방전되서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톤 터치를 하고 쓰러져버렸다. 중간에 갑자기 배가 고파서 일어나서 저녁을 허겁지겁 차려 먹었다. 몸이 피곤한데도 누가 차려주는 사람도 없고 어디 시켜 먹을 때도 없는 현실에 짜증이

나서인지 남편한테 한바탕 짜증을 쏟고 뻗어버렸다. 결국 또 이렇게 화를 냈다. 오늘도 기어코. 몸이 피곤하고 힘들면 쉽게 마음이 무너져버린다. 그런데 진짜 아파도 내가 밥을 차려먹고 남편은 뭐 하나 제대로 만들 줄 아는게 없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화가났다.



밤새 속은 부글 부글하고 새벽에 일어났는데 몸은 왜이렇게 무거운 건지. 그러고 보니 요즘 매일 밤에 108배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소화도 안시키고 바로 잠들었으니

그럴 수 밖에.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두시간 정도 명상을 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명상을 하는 내내 꼬리뼈가 너무 아파서 파스

한장을 허리에 붙이고 찜질팩을 끌어안고 잠이 들었는데 얼굴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뜨거워서 이불을 머리 위로 올리고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고 싶었는데 거실에서 놀던 아이가 내 얼굴 앞까지 기어와서 얼굴을 때리는건지 쓰다듬는건지 계속 건드려서 결국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창문을 활짝 열고 이부자리를 정리한 후 오늘은 아침 내내 절을 올렸다. 중간 중간에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기는

했지만 오늘은 어제 못한 절까지 300배를 그 어느때보다 천천히 자세에 집중하며 절을 했다.



생각보다 할만했다.



300배를 생각하고 절을 하니 108배는 금방 끝났다.



108배를 하려고 하면 108배 숫자에 집착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300배를 목표로 세우고 힘들면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니까 뭔가 마음도 가볍고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다.



앞으로 일주일에는 한번 300배를,

한달에 한번은 1000배를 해봐야지.


그럼 108배는

엄청 가볍게 하려나 :)


108배에 집착하지 말고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함에 이르렀는지

그 목적지를 향해가자.


마음이 편안해지면

몸은 저절로 편안해질테니.


저절로 절이 되는 것.

그것이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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