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ㅅㅇ Feb 08. 2022

박선우 <우리는 같은 곳에서>

1월에 읽은 한 권의 책 - 적게 읽고 삶에 적용하기

'마음속에 비춰드는 미광'

딱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피부 언저리에 머물다가는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마음속에 조용히 스미듯 들어와서

영원히 남아있을 미광

아주 작지만 느껴질 만큼 내 안에 자리를 잡은 빛


추천받아서 읽은 책인데 정말 좋네요

추천합니다

친구에게 선물하고, 저도 따로 구매했습니다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하루에 한 두 편씩 읽어보세요 :)


번들어지고 극적인 사건 같은 건 없어요

그런 건 흥미진진할지는 몰라도 금방 휘발되니까요

현대시랑 닮았어요 교훈을 말하지도 결말을 맺지도 않아요 남겨둬요 그냥

영화로 따지면 상업 영화보다는 독립 영화 같달까

온갖 자극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미료 강한 베스트셀러 책들이 아니라 천연의 담백한 맛 그래서 고마운 맛


이 책이 가장 좋다고 느낀 이유는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닫았을 때

뭔가 알겠더라고요 마치 뭔가를 본 것 같았어요

아주 중요한 것을

삶 곳곳에 놓여있는 이런 미광을 얻기 위해

우리는 살아가는구나, 그게 삶이 우리에게 주어진 이유구나 그런 것들을 발견하라고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 살아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그런 미광을 이 책에서 목격한 것 같았어요

당연히 그간의 제 삶에도 많이 있었겠죠 근데 이렇게 객관적으로 써놓은 글을 보고서야 깨달은 거예요

마치 심리치료 중에 거울 연극치료가 있듯이

그저 소확행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갔던 순간들 속에 있었을 수도 있고요 가족과 함께 웃고 있는 장면 속에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런 미광들이 제 마음속에 들어왔을 때의 따스함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가 그리고 우리에게 삶이 주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깨달았어요

삶 곳곳에 있는 미광을 경험하기 위해

그게 다예요 그게 다일만큼 어쩌면 전부인 거예요신이 사람에게 준 선물이고요


삶이 힘들겠지만 그런 미광들이 내 앞에 군데군데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밝아지는 것 같아요

기대가 되고요 왜냐하면 이런 미광들은 막연한 게 아니에요 꿈이 없고 직장이 불투명하고 그래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거랑 아무 상관없어요 그런 조건이 없어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도 똑같이 있어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않고 더 오래 사는 사람이 더 많은 미광을 느낄 수 있는 거죠

꼭 오래 사세요


마음속에 무언가 밝은 반딧불 같은 게 들어온 느낌

그 작은 게 조명 하나 없던 내 마음을 밝히는 느낌

뭔가 채워진다는 건 거대한 것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특히 단편 중에서 <고요한 열정>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한 감정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본 것 같았어요


이건 작가의 말인데

제가 언젠가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면 수상소감을 딱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껏 수많은 젊은 시인들의 수상소감을 읽었는데도 그런 걸 느끼지 못했는데.. 오히려 수상소감도 '시인처럼' 보이기 위해 의식하고 쓰는 느낌만 받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나는 저렇게 쓰지 말아야지 하는 반발심이 더 강하게 들었었고요 그런데 박선우의 글은 그런 저의 생각을 바꿔놓았네요 참 담백하면서 섬세해요


이거 되게 인생 같지 않아요?

그 끝엔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꼭 가봐

라는 말이 저를 끝까지 살아보고 싶어지게 해요



작가의 이전글 꿈과 인간 관계를 관통하는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