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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설탕 Aug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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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9th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씨밀레 프로젝트 공연 후기

자다가 깼는데,,공연 생각이 나서 후기를 안 쓸수가 없다.


나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말은 굳이 찾아보지 않고, 공연에 큰돈 들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연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많았다.

1.닫힌 공간이 싫어서.

2.준비된 자세가 싫어서.

3.본전 생각에 몬가 느껴야 한다는 감정적 압박이 싫어서.

이런 내가 프린지페스티벌에 갔다.

이유는 아는 사람때문에..

지인생각해서 기부하는 마음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했다.

(사실 티켓부스 앞에서 진정 구매해야 하나 망설였다. 문화 생활 많이 안해본 사람으로 이런돈을 좀 아까워한다.--;;)


아무튼 이런 나에게 훅 들어온 공연이 하나 있다.

정말 짧고 별 대사 없다.

우선 공연이 내가 싫어하는 요소들을 다 없앴다.

1. 공연을 하는 공간이 없었다. 

설명을 잘 못하겟는데.. 특별한 부스가 있는게 아니라 그냥 복도에서 진행된 공연이었다.

2. 그냥 지나가다가 앉아서 봤다.

찾아서 본 공연이 아니라 두리번 거리다, 어슬렁 거리다가 모가 하나보다 하고 가서 앉아서 봤다.

3. 멍하니 봤다. 

공연을 보다가 바보 같이 크게 웃다가 울었다. 주인공이 나같아서.....


몰까.

내 마음에 훅 치고 들어온 저건.


한 여자가 있다.

검은바지 흰 블루우스를 입고 있다. 

내가 늘상 입는 옷이다. 그렇게 입으면 눈에 크게 띄지 않으면서 단정하며 정돈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서 머리를 질끈 묵는다.

캔버스화를 신고 나가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자켓을 입고 구두를 신고

경쾌하게 걸어간다.

건강한 직장인 처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잔 사고 셀카를 찍는다.

경쾌한 현대인처럼..

방이 아닌 다른 공간에 가서는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노트북을 미친듯 두드린다.

가끔은 피아노를 연주하듯 열정을 쏟는거 같다.

나도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열정을 쏟을 때가 있긴 하다.

노트북 오른편엔 아이스아메리카노잔에 수북이 쌓여 있다.

내가 그동안 일하면서 마시 커피잔을 쌓아올린다면 어디까지 올라가려나...

그리고 종이치면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방에와서는 머리를 질끈 묶고

안경을 쓰고 책상에서 열심히 뭔가를 적는다.

이직준비, 자격증공부, 자아를 찾아야 한다며 쓴 글쓰기들.. 

퇴근후 맘편히 헤벌레 있었던 적이 몇날이나 될가..

몬가 늘 부족했다. 

그리고 자명종 시계를 맞춰놓고 인형을 끌어안고 잠을 잔다.

다시 익숙한 핸드폰 알람소리에 일어난다.

운동을 한다.

다시 자킷을 입고 구두를 신고 간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산다

셀카를 찍는다..

일을 한다..

방으로 돌아온다..

공부를 한다..

잠을 잔다..

이 반복된 패턴을 보이다가

어느날 자다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다.

나도 종종 꾸는 악몽이 있다.

다시 수능을 보는 꿈. 고등학교 교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출연해 주신다.여고괴담처럼..

그리고 다시 운동하고 일을하러 간다.

내가 그동안 헬스장에서 보낸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잠잔다.

어느날은 운동을 하면서 말을 걸기도 한다.

어느날은 곧장 일하러 가지 않고 계단으로 뛰쳐 올라간다.

야!!야!!호를 외치고 내려와

저렇게 그냥 외치고 싶었던 적 나도 많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서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다.

방에와서 뭔가 변화를 위해서 방을 정돈하기 시작한다.

활기가 넘쳐 보인다.

이불도 정돈하고.. 책상도 의자도 옷걸이도 정돈할려고 애쓴다.

그리고 또 반복이다.

뭔가 불만족한듯 사물을 뒤집기 시작한다.

의자도 뒤집고 책상도 뒤집고 옷걸이도 뒤집고

아이스 아메리카도 주문도 거꾸로 하고 잠도 어퍼져서 잔다.

노트북을 깔고 앉고 의자에다가 일을 하듯 두드린다.

뭔가 변화를 꾀하는데..

방에 우두커니 앉아서 울다가

계단에 올라가서 씩씩거리듯 울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또 운다. 그게 울음인지 땀인지 헉헉거림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끝난다.


공연을 보면서 떠오른 책이 하나 있다.

스와보미르 므로제크의 '초보자의 삶' 중 '혁명'.


주인공은 기분전환을 위해서 방의 가구배치를 바꾼다.

침대는 여기. 옷장은 저기, 책상은 그 사이..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어떤 배치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정해진 하계 안에서 진정한 변화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한계 밖으로 나서야만 한다며 혁명을 일으킨다.

옷장에서 잠을 자기로 결정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아파서 익숙해지기는 커녕 다리가 아파온다.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옷장에서 나와 침대에서 숙면을 취한다.


나는 내 지금 삶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늘 사직서를 품은채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고 있고,

아이를 낳고 주말부부를 하면서

삶의 기본적인 틀이 틀어져 있는 구조이다.

일에 대한 소명 의식은 고민해본적도 없다.

인간에 대한 윤리... 그것 하나가 내일도 어제와 같이 출근하는 이유일수 있다.


어느 세계여행 작가의 책이나

김어준 선생의 말씀처럼

그게 모 중요한건가라고 하면서 쉽게

훌훌 털어낼 단호함, 용기 같은거 나는 별로 없는데 자꾸 상상하게 된다.

답답하니깐..

그래서 내가 하는 작은 일탈은 이렇게

잠안오는 새벽에

공연후기 적는거다.

 

근데 자꾸 여주인공의 헉헉거림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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