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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설탕 Jun 11. 2017

기억의 집

가끔 내 발걸음이 닿았던 장소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때가 있다.

이번 6월 연휴에 단양군 영춘면을 간 것은 불쑥 올라온 그 마음 때문이었다.


30년전 살던 동네를 엄마, 언니, 조카와 함께 찾아 보았다.


강둑 아래 살던 집은 흔적도 없이 밭으로 변해 있었고,

감나무 아래 살던 집도 어디로 간지 알수 없었다. 

다행히 언덕위에 살던 집은 아직 그대로 있었다.

그 시골에서 2년동안 세군데의 집에서 살았다. 이제와서 보니 그것도 복이었다.


30년전 지금의 내 나이의 엄마가 살았고,

지금 내 딸아이 나이의 내가 살았고,

지금 조카 나이의 언니가 살았던 곳.


그때 30대 후반 이었을 엄마는 

거실이자 현관이었던 곳에서 신발을 신고 한 계단 내려가 있던 부엌에서 저녁밥을 지었고,

초등학교 5학년인 언니는 엄마가 건네는 동그란 갈색 밥상을 받아 냈고,

7살인 나는 주방 문주방에 걸터 앉아서 마당한번 보고 엄마한번 보며

"기집애가 문턱에 앉는거 아니야"라는 엄마 잔소리를 

듣는둥 마는둥 하며 밥냄새를 맡았을 거다.

5살인 동생은 런닝 바람으로 놀고 있었겠지.

아빠는 아랫마을에서 가맥을 가볍게 하고 계셨을 거다.


낯설지만 그래도 정겨운 골목길 그 집 문가에서 서성거렸다.

디딤돌에는 잘 벗어 놓은 갈색 신발 한짝이 놓여 있었고 

지팡이가 옆에 세워 져 있었다.


어느날 작심하고 찾아간 기억의 집을 해질녘에 처다보다 

유년시절의 나와 만나고 왔다.


이곳에서 만큼은

부동산 앱으로 시세를 알아 보지 않았다.

여긴 부동산이 아니라 집이니까...


=====

펜으로 그리고 색연필로 색칠한 그림.

그리고 나니 구조가 조금씩 틀어 졌다.

다음엔 좀더 세로 비율에 신경 써야 겠다.

빡빡하지 않은 파란 하늘을 칠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서

물감을 똑똑 떨어 트려 보았다.

몬가 아쉽지만

다음 그림은 좀더 잘 그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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