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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설탕 Mar 08. 2023

버스는 타야할 사람이 다 와야 출발해

서두르는 부엉이와 서두르지 않는 고양이 버스


제목: 서두르는 부엉이와 서두르지 않는 고양이 버스

사이즈: 40.9 * 53 cm

재료: 캔버스에 아크릴과 마카

제작연도: 2021

작가: 김나경 @studio_nakyung2011

<작가노트>

비싼 금시계를 갖고 있는 부자 부엉이는

버스를 제시간에 타야 해서 서두릅니다.

엄마도 부엉이 같이 서두릅니다.

회사 갈 때,

치료실 갈 때,

병원갈 때,

학교 갈 때,

시계를 보고 저에게 늦었다고 빨리빨리 서두르라고 합니다.

말도 빨리빨리 하라고 합니다.

책도 빨리빨리 읽으라고 하고,

달리기도 빨리빨리 하라고 하고,

옷도 빨리빨리 입으라고 하고,

빨리 머리 감으러 목욕탕에 들어가라고 하고

빨리 나오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양이 버스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고양이버스는 자꾸 까먹습니다.

이름도 까먹고,

글씨도 까먹고,

말도 또박또박 하는걸 까먹습니다.

버스에는 시계가 없습니다.

고양이 버스는 타야할 승객이 모두 타야 출발 합니다.

그래도 부엉이와 고양이버스는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그런사람도 있고 이런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분이 좋습니다.


나경: “엄마 부엉이가 왜 서두르는지 알아? 비행기 시간 때문이야..”

엄마: “나경아 근데 부엉이가 왜 비행기를 타? 날수 있는데..”

나경: “비오면 날개가 젖으니까 비행기 타고 가고 싶은 거지..”

엄마: “근데 고양이 버스는 왜 안 서둘러?”

나경: “손님이 다 안 왔으니까..고양이 버스 창문은.. 내가 연구소 갈때 아파트 창문을 보니까 저렇게 흰색 줄이 그어져 있더라. 그래서 그렇게 했지”



부엉이는 시계와 캐리어를 들고 아이를 머리에 이고 서두르고 있다..

서두르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엄마인 나다.

나는 분단위로 계획을 짜서 움직이곤 했다.

그래서 늘 급했고, 지금도 급한편이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 서있지 못하고 마음은 미래에 가 있었다.

조금 천천히 가는 아이 눈에는 내가 얼마나 다르게 보였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도 인생이 재미있다.

아마 나는 똑똑한 아이를 키웠어도

늘 조급했을 것이고

느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도

더 느려질까 조급하긴 하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은

그런 조급한 내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 내가 또,, 숨을 안 쉬고 급하게 움직이고 있구나..'

내가 아무리 급하게 서둘러도

고양이 버스는 가야할 손님이 다 와야 간다.




위함한 기회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질병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붙잡으려면 질병과 함께 조금 더 머물러야 하며 질병을 통과하면서 배운 것을 나눠야 한다.

심각한 질병은 우리를 삶의 경계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삶이 어디에서 끝나버릴 수도 있는지 본다.

경계에서 삶을 조망하면서 우리는 삶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혹은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보도록 허락받는다.

여전히 살아 있긴 하지만 일상에서는 멀어져 있기에 마침내 멈춰 서서 생각해볼 수 있다.

왜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살아왔는가. 미래가 있을 수 잇다면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질병은 삶 일부를 앗아가지만 기회 또한 준다.

...

삶이라는 게임을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속 할 수는 없었다.

예전의 나를 회복하기보다는 앞으로 될 수 있는 다른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그리고 글쓰기는 이 다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다. -7~9p,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봄날의 책-


느리게 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늘 경계에 끄달려 다녔다.

더 이상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다.

인생은 소풍 같은것.

예전의 나는 그 소풍 장기자랑에서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긴장하며 노래연습 춤 연습 하느라 소풍장소의 경치는 정작 못보고

열패감만 잔뜩 느꼈었다면

지금 나는 아이와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모두가 찾을 수 잇는 그런 보물.

우리집 현관문에 커다랗게 놓여진 보물을 소중히 여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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