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귀영화2) 꿈을 좇으려면 돈을 좇아라
돈이란 무엇인가.
무엇이겠는가. 돈은 최고다. 돈=최고라는 건 단순하지만 진리다.
특히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돈만 있으면 '웬만한 것'들은 다 할 수 있지 않은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 -> 당장 돈을 벌어라 -> 돈을 벌려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 ->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냐? -> 그 비율을 잘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걸 보통 사회에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다들 아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가겠다. 나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 워라밸의 개념이 예술인들에게는 좀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왜냐면 예술인들은 일과 삶이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는, 예술인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면 삶의 의미를 못 찾기 때문'이다. 예술인이라는 단어는 참 멋진 단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주받은 사람... 정도의 뜻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보다 자주) 들 때가 있다.
따라서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관련 사람들은 특히나 이 비율을 잘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하루 중 몇 퍼센트를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데 쓰고, 몇 퍼센트를 (원치 않아도) 돈 버는데 쓸 것인가. 그 비율을 잘 고민하고, 잘 해내야만 한다. 그것이 이 잔인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국은 돈에, 현실에 굴복당하지 않고 끝끝내,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영화감독 지망생들이 돈벌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예술을 가르치는 기관들을 보면 작화 수업, 시나리오 창작 같은 수업은 많은데 정작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돈벌이 수업이 없는 것이다. 나는 영화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든 예술가 지망생들에게는 돈벌이 101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돈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다시 한번 읽는 분들께 말씀드린다. 나는 금수저다. 가족들의 사랑 덕분에 혼자만 금수저로 살아올 수 있었다. 우리 가족들이 재벌이라 금수저라는 말은 아니다(그러면 좋겠다만..) 우리 가족 구성원은 각자가 매일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벌면서 살아왔다. 감사하게도 가족 구성원들 중 누구 하나 크게, 오래 아프거나 갑자기 사기나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린다거나 하는 큰일이 없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평탄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방패 삼아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이런 금수저가 또 어디 있나. 이번 에피소드는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하는 돈 이야기다. 내가 해 온 방식이 정답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의 입장이 다 다르겠지만 (그것까진 나도 어떻게 알려드릴 수 없으니) 그냥 이런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돈벌이를 하며 영화를 했구나 하는 것을 봐주시면 된다.
'지가 금수저인 줄도 모르고 힘들게 살아온 척, 돈 없는 척, 구질구질한 척, 가난에 대해, 돈에 대해 아는 척 어쩌고 저쩌고 나불나불 욕욕욕쌍욕' 그런 건 하지 말아 주시길. 그런 생각이 드신다면 그냥 제 글을 안 읽어주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 글을 계속 읽으실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최대한 제가 아는, 경험한, 그동안 느낀 돈에 대한 것들을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부분이다 보니 구구절절 서두가 길었습니다. 그럼 다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뿅.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26살이었다. 부모님 댁에 살았고 그때는 영화도 기웃, 취업도 기웃기웃했다. 돈은 과외 알바로 소액을 벌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대학생이 있다면 그들에게 외치고 싶다. "여러분! 빈대처럼 딱 붙어있으세요! 지금이 그게 그나마 가능한, 아주 괜찮은 시기입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부모님 밑에서 버티세요!"
그렇게 최대한 뻐팅기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부모님과 함께 있기 눈치 보이고, 좀 나가서 살아야 할 것 같고 그런 시간이 온다. 또는 부모님과 같이 살아도 월세를 드려야겠다는 방식으로 철이 약간 든다거나... 그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야 한다. 정말 장담하는데, (아직 철이 덜 들어) 눈치가 가장 덜 보이는 때, 그리고 그것이 허용되는 때는 평생에 딱 그때뿐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