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귀영화2) 영화감독 지망생의 알바 꿀팁
누군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답한다.
"아... 저는... (저도 뭔지 모르겠는) 글을 쓰고요..
영화도 (하고 싶어 노력하지만 맨날 잘 못) 만드는 사람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나오는 답은 항상 비슷하다(괄호는 안 들렸기 때문이겠지.)
"와, 멋지네요!"
나는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일까?
한때 나는 우스갯소리로 제일 부러운 세 종류의 사람들에 대해 말하곤 했다.
1. 어려서부터 꿈이 '사'자 직업이었던 사람.
2. 돈 버는 것 그 자체가 즐거운 사람.
3. 일은 그저 돈벌이 수단이고 가족이 1순위라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사는 사람.
일단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애초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영화감독'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사람들을 고치는 '의사'였다면. 정의를 위해 애쓰는 '검사'였다면...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을 테고 그 목표를 한 번이라도 이뤄내면, 부와 명예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물론 그쪽 세계를 전혀 모르기에 무뇌로서 하는 말이다).
두 번째는 그냥 돈을 벌자! 가 목표인 사람이다. 주식을 하든, 업종에 상관없이 사업을 하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적인 사람이라면 (열심히 한다는 전제하에) 적어도 평균적인 서민의 '부' 정도는 획득하면서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해서다(이것 역시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세 번째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렇게 막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개중에는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고 재밌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로또 복권 당첨된 사람들처럼 부럽다. 여튼) 일을 해야 하니까 하는 거고, 대신 여가 시간에 데이트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휴가 때는 놀러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면서 너무나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이 세 부류 다 부러운데 (1,2,3 모두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디폴트고 그 와중에도) 1,2는 좀 많이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아 덜 부럽고, 3은 그래도 평균적으로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이 세 번째 부류가 제일 부럽다. 또 그들의 삶이 정말 멋져 보인다. 아주 재미있지는 않아도 의미를 찾아가며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하고 있지 않은가. 또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맛있는 밥을 척척 사 먹기도 하고, 휴가 때 멋진 곳에 놀러 가서 돈을 쓰기도 하고, 조금 비싸도 원하는 물건을 백만 스물두 번 고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 그건 정말 부럽고 멋진 삶이다.
영화감독 지망생은... 상당히 다른 삶이다. 얼마나 노력하든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은 로또 당첨 수준이고, 열심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과 행복을 얻느냐 하면 그것도 '글쎄올시다'다. 물론 성공한 감독도 있다. 그러나 한번 영화가 성공해서 다음 일이 바로 보장되는 감독은 (뇌피셜) 우리나라에서 10명도 못 될 거다. 상업 장편으로 데뷔를 해서 성공적이었다고 할지언정, 다음 작품에서 또 그다음 작품에서도 감독들은 매번 증명해내야만 한다. 내가 실력이 있다는 것을. 내가 만든 영화가 잘 될 거라는 것을. 큰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해나가다가 한 번이라도 작품이 망하거나 하면... 그대로 매장이거나 다음 작품을 하기까지 십여 년, 몇십 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대체 왜 영화 쪽은 이런 것일까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지 않겠다(이건 영화 산업 시스템과 예술인들에 대한 심오한 연구, 전문가의 통찰이 필요한 영역이라 나는 얘기할 깜냥이 안 되니 슝슝 스킵). 여튼 상업 데뷔해서 성공 한 번 한 감독들도 이 지경인데... 일개미 수준의 영화감독 지망생들은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안 들 수가 없다.
뭘 어떻게 살아. 아르바이트하며 살아야지.
그렇다. 일개미 감독 지망생들은 존나게 알바 하면서 살아야 한다. 마치 내가 '사'짜 직업의 고뇌를 잘 모르듯, '돈이 목표인 사람'의 고뇌를 모르기에 무뇌충 발언을 하듯이, 영화 쪽 일을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우리 영화감독 지망생들이란 꿈속에서 살아가는 고고하고 멋진 백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백조는 물속에서 존나게 발차기를 하고 있다. 고고하게 떠 있기 위한, 가라앉아 죽지 않기 위한 발차기. 결국 이 세상의 모든 멋져 보이는 사람들은 다들 수면 아래서 죽기 살기로 발차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일 수 있겠다. 그게 의사든 변호사든, 식당 사장님이든 주식 대박 난 사람이든, 영화감독 지망생이든.
그럼 우리 백조 영화감독 지망생이 수면 아래서 발차기를 잘하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세 가지에 대해 말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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