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귀영화) 잘 놀기 위한 돈벌이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엄청난 자유와 권리, 행복을 이미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사람은 징징대면 안 될 것 같다. 힘들다고 징징댔다가는 “누칼협? 그럼 그만둬!” 하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누칼협: 누가 칼 들고 협박하냐?)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나도 놀고 싶다” 라든가 “나도 휴가 가고 싶다” 같은 말도 하면 안 될 것만 같다. 왠지 “너는 이미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있는데 뭘 더 바래? 욕심쟁이 아니야?” 이런 얘기를 들을 것만 같아 눈치가 보인다(나만 그런 것일 수도?)
그러나 아무리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무조건 좋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어쨌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선 나 스스로가 나를 더 압박하고 강하게 컨트롤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휴식이 필요하다. 취미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놀고 싶은 때 신나게 놀 권리가 있다. 그렇게 안 하면 이 삶을 지속하지 못하고 결국 우울증에 빠지거나 이 길을 포기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미 생활을 하려면, 놀려면 돈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건 어떻게 해요?”
뭘 어떡해. 또 존나게 발차기를 해야지.
그런 것까지 하기 위해 초별 사장은 다시 머리를 굴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가랏 초별1몬!” 하면서 월화수 초별1을 일하게 만들었고, 목금토는 “이번엔 네가 가랏 초별2!” 하면서 초별2를 일하게 만들었는데… 올여름 만약 통영으로 휴가를 가고 싶다면? 또는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갑자기 크로스핏이 배우고 싶다면? 또는 나도 요즘 유행인 오마카세 같은 것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면? 그런 종류의 것들은 예상치 못한 지출에 속하고, 계획에 없던 시간을 만들어내야 하는 항목에 속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시간을 더 쪼개고,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고, 워라밸의 프로포션을 다시 맞춰야 한다. 그래서 나도 전 편에 말한 알바들을 하게 됐던 것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너무나 좋아해서 업으로 삼고 싶었을 정도다. 그런데 업으로 삼으면 여행이 일이 되어 싫어질 테니 여행은 내 즐거움, 유희로 남겨놓기로 했다(영화보다 여행을 더 좋아한다는 뜻일 수 있다). 그런데 여행을 가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발차기를 했는가. 나의 알바썰을 잠깐 풀어보겠다.
일단 당근 알바를 뒤적였다(당근개꿀) 당근 알바의 좋은 점은 집 주변 반경 몇 미터에서 알바생을 구하고 있는 곳들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 주변의 식당, 카페 등 요식업 알바 자리를 뒤적였다. 그렇게 고깃집 알바를 시작하게 됐다. ‘그냥 원래 하던 학원 알바를 늘리지 왜 그렇게 안 하지?’ 하는 의문이 생기셨을 수 있다. 그런데 학원 알바는 아무래도 학생들과 해야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한번 수업을 만들고 시작하면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서 단기로 할 수 있는 알바를 찾다 보니 아예 다른 종류의 알바를 하게 된 것이다.
고깃집 면접을 보러 이력서를 들고 가니 점장님이 내 나이에 놀라셨다.
“당근 알바는 보통 학생들이 많이 지원해서 십 대가 지원한 줄 알았어요~”
“허허허. 저는 십 앞에 삼이 붙네영(올드한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머) 나이가 너무 많나요?"
“20대처럼 보이시는데요! 저희는 그건 상관없어요~ 근데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요즘 점장은 엠비티아이를 물어보는군! 하하하 이것 참 재밌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보다 젊으신(20대 후반) 점장님이셨다. 게다가 나를 꼬시려고 (일 하게 만들려고) 젊어 보인다는 멘트까지 하신 것 같다. 그럼 뭐 어때. 뽑아주시니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다른 알바생들은 갓 스무 살 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와… 내가 대학 시절,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로 일 할 때 이런 모습이었겠군 싶었다. 이 친구들에게 나를 “언니&누나”라고 부르라고 하는 게 약간 노양심 같았다. 나는 이모&고모 수준인데? 현타가 조금 오기도 했다. 그러나 뭐 어때. 지금 나는 고깃집 알바생 이모지만 나에게는 초별1도 있고, 초별2도 있지! 그리고 나는 앞으로 유희를 즐길 초별3을 위해서 일하는 초별4란다! (이쯤 되면 자아분열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함)
고깃집 일은 재미있었다. 학원 알바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조금 있는 편인데 이 일은 단순노동이라 아주 상쾌했다. 점장님도 친절하셨고, 나를 아주 좋아하셨다. 당연하지^^(자신감 만땅 초별4) 나는 노땅이다 보니 군기가 빠짝 들어 있었다. 손님이 없어도 핸드폰을 보지 않았고 뭐 하나라도 치우거나 닦을 거 없나 왔다리 갔다리 살펴서 점장님이 앉아 있어도 괜찮다고 자주 말하셨다. 나보다 먼저 일을 해 온 20대 선배 알바생들이 뭔가 하고 있으면 얼른 옆에 가서 도왔고 눈치를 보며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려 했다. 나는야 대학시절 고깃집, 마트 알바 등 온갖 알바를 주구장창 해왔던 짬이 있는 노땅이라구!
20대 선배 알바생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내가 언제 또 20대(그것도 막 대학생이 된 친구까지 있는)와 이야기를 나눠보겠나.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은 맨날 또래들인데.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 휴학을 한 친구, 군대 가기 전인 친구, 명품카를 끌고 다니지만 심심해서 알바하는 친구 등등 여러 종류의 알바생들이 있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어서 오전 타임에 일 하고, 식당 휴식 시간에 헬스장에 다녀온 후 오후 타임 일까지 하는 아주 젊음 그 자체인 친구도 있었다. "젊음이구먼~" 했다가 "누나도 전완근이 와~따!" 하면서 나의 튼튼한 전완근 칭찬을 듣기도 했다^^(칭찬 맞지? 칭찬이야그래칭찬이라고믿을래.)
그렇게 몇 달 일하고 목표한 돈이 모이자 작별을 고했다. 점장님이 아쉬워하셨고, 한참 지난 몇 달 후에 점장님도 다른 식당으로 옮겼는데 알바 할 생각 없냐면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당근 알바생 후기에는 “최고 최고 최고 진짜 최고”라고 극찬을 해주셨다. 캄샤합니다~~~ (알바생 초별4는 계속 자기 자랑을 하는 캐릭터임).
그런가 하면 약간 위험한 경계에 발을 담글 뻔 한 일도 있다. 한 번은 당근 알바를 보다가 시급이 꽤나 괜찮은 알바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다른 곳들에 비해 1.5배 가까이 될 정도였다. 라이브 7080 그런 식의 상호명이었다. 검색을 해봤는데 리뷰도 몇 개 있고 그냥 무대에서 가끔 공연도 있고 7080 세대가 단체로 오기도 하는 그런 라이브 카페였다. 나는 술을 (적당히) 즐기시는 부모님과 함께 어려서부터 호프집, 술집, 라이브 카페 같은 곳들을 즐겁게 다녔어서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시급이 높다는 게 약~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지원해 보고 살펴보자는 생각이었다. 지원을 했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셨다.
라이브 카페는 지하에 있었는데 내려가니 덩치가 큰 사장님과 날카로운 눈매의 사모님처럼 보이는 분이 앉아 계셨다. 뭔가 한때 한 자락 하셨을 것만 같은 사장님의 풍채와 분위기에 '만약 이 사람이 전직 조폭이었다면?' 하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나이를 물어보셨다. 서른넷이라고 말하니 젊다며 좋아하셨다. 실장 언니를 도와주는 일을 하면 된다고 하셔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과일, 술안주 땅콩 같은 거 준비하면서 홀 뒤편에 있는 바에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냥 단순한 서빙을 하는 게 주된 임무라고. 그러면서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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