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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Apr 28. 2018

86년생 조성실입니다

18년생 김지영을 위한 엄마 김지영들의 정치

2018년 4월 11일 국회 앞에서 진행 된 기자회견 발언과 기자회견문 관련 기사 링크 공유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47&aid=0002185570&sid1=001


<발언 전문>

86년생 조성실입니다.


어제 아이들과 산책하는데 강아지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할머니 말씀.

©정치하는엄마들

"야도 꽃 예쁜 걸 알고 여기 멈춰섰다고."


강아지가 주저앉은 곳은 흩날리는 벚꽃 앞이 아니라 저희 아이들 앞이었습니다.

"봄꽃이야 기껏 열흘 폈자 지지. 이 아이들이야말로 종일 펴 있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 아니냐"고. 강아지도 그걸 알고 집에 안가고 꽃밭에 눌러앉아 있는거라고.


그렇습니다. 봄꽃축제가 한창인 이 때 저는.


세상의 모든 꽃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세상의 어떤 계절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엄마란 이름이 주는 무게와, 환희와 경탄에 이끌려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작년 4월 정치하는 엄마가 되고부터 저는 매일을 정치하는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간절하고 절박하게 글을 쓰고 발언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토론회에 갑니다. 엄마들 각자의 잃어버린 이름과 아이들의 잃어버린 행복을 위해 싸웁니다. 이것은 비단 엄마만의 투쟁이 아닙니다. 양육자들의 잃어버린 자리를 위한 싸움이고 실종된 조부모의 황혼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는 싸움이고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위한 싸움입니다.


저 뿐 아니라 수 많은 엄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과 생애와 아이들을 건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이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이 시대의 엄마뿐 아닙니다. 이 땅을 살다간 모든 엄마들이 그야말로 뼈빠지게 착취 당하듯 살아왔습니다. 그런 엄마들이 오늘 굳이 이 자리에 선 이유는, "18년생 김지영들에게 경력단절과 독박육아 대신 성평등 헌법을 물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사회주의 개헌 운운하며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롯한 개헌 반대 세력들의 정치적 퍼포먼스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립니다. 요즘 터져 나오는 미투 열풍에 숨죽인듯 몸을 사리거나 적극적으로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수많은 제도권 정치인들의 소식도 듣습니다. 가는 곳마다 초저출산 위기론을 역설하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봅니다. 적폐 청산을 외치며 촛불 과업을 완성하라고. Mb와 삼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위기감을 조성하는 이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여성의 문제 엄마들의 문제는 차후의 일이라고 목소리 높이는 이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들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진짜 적폐가 누구입니까?

초저출산의 진짜 원흉이 누구입니까?

누가 이 사회의 진정한 불순세력입니까?


여자만세를 내세우면서 뒤로는 여성 지자체후보 우선공천 반대 연판장을 돌리는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들.


끊임없이 적폐를 타자화하고

자신 안에 존재하는 공고한 적폐성을 성찰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


혼인율을 높여야 할지 출산율을 높여야 할지 고민된다며 초저출산 문제 때문에 잠을 못 이루겠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는 국회의원들.  


미투를 지지한다면서도, 만연한 성차별적 구조를 회피하고 최소한의 남녀동수 개헌조차 요구하지 못하는 수많은 남성 의원들.


여성의 대표로 엄마 대표로 자신을 마케팅하지만, 진정으로 여성과 엄마 문제로 씨름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치적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여성 의원들.


이들이야말로 시대의 진보와 우리의 미래를 저해하는! 그야말로 왜곡하고 민심을 호도하는


진정한 적폐요, 원흉이고, 불순세력 아닙니까?


이제 개헌의 공이 국회로 넘어왔습니다.


국회의원들 모두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고 살다간 숱한 엄마의 이름, 그 가치를 안다면.

필사적인 마음으로 정당의 가치 진영의 가치를 떠나 한 마음으로 개헌에 임하십시오.18년생 김지영에겐 "복지국가, 성평등국가, 적극적인 아동권이 보장"된 2018판 헌법을 줄 수 있도록 힘쓰십시오.


이 땅의 엄마들에게 이 문제는,

자아실현의 의미를 넘어

생존의 문제이고

인간존엄의 문제입니다.


현재의 모성보호관련 개념으로도 충분하다고 발뺌하는 의원들에게 외칩니다. 아동의 기본권, 성평등, 국가의 돌봄책임이 보장된 개헌을 반드시 만들어내십시오.


여러분이 하지 않아도 결국, 역사는 진보할 것입니다. 이 땅의 엄마들과 아이들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는 끝내 한걸음 더 내딛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것은, 우리의 생사와 생존 일자리에 대한 박탈권이 아닙니다. 역사의 진보에 이바지 할 것인지 아닌지, 동참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영광스러운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반드시 붙잡으십시오.


어젯 밤, 간만에 아이들을 재우고 한참을 옆에서 아이들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눈물이 핑돕니다. 훗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날들은 언제로 기억될 것인가.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절이,

제 생애 가장 빛나고 찬란하고 그리운 시절이 될 것입니다. 그걸 알기에 하루하루가 아깝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아이를 돌보고 엄마의 정치를 계속합니다. 하루에 수십번씩 아이들이 흩어놓은 밥알을 닦고, 매일 같이 아이들 재우고서야 밀린 집안 일을 하고 글을 쓰고 다음 회의를 준비하는 이 날들.


18년생 김지영들은, 그리고 저의 두 아들을 비롯한 18년생 남자 아이들은.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와는 다른 이유로 정치하고 기뻐하고 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회는 응답하라!




<기자회견문>


우리는 ‘18년생 김지영’에게 독박육아·경력단절 아닌 ‘성평등 헌법’을 줄 것이다!


□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이 바뀐 지 30년이 지났다. 87년 체제의 한계는 사회 전역에서 지적된 지 오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무분별하게 도입된 비정규직 차별 문제, 2013년 초 남양유업 사태로 대두된 대기업 갑질 문제, 이명박 정권이 특권학교(특목고·자사고)를 양산함으로써 심화된 교육양극화, 최근의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성폭력의 일상화 등 민주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할 적폐는 산더미다. 그와 더불어 87년 체제는 ‘82년생 김지영’의 삶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오늘 우리가 10차 개헌에 요구하는 것은 성평등-복지국가의 가치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아닌 우리 아이들, 즉 ‘18년생 김지영’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 새 헌법이 개별 법률에 반영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도와 정책이 시행되고 자리 잡는데 수 십 년이 걸릴 것이다. 즉 10차 개헌은 ‘82년생 김지영’이 아닌 ‘18년생 김지영’을 위한 개헌인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를 통해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성차별 채용비리가 밝혀졌고, 지난해 말에는 MG구미새마을금고가 여성직원에 대해 결혼과 동시 강제퇴사 시킨 사건이 폭로되었고, 대형병원에 만연한 ‘임신순번제’도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기혼 여성 특히 엄마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사건도 사고도 아닌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공동운명일 뿐이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첫째 자녀 출산 시 경력단절 비율은 공무원 11.2%, 민간기업 종사자 49.8%, 비정규직 71.1%에 달한다. 즉 여성 노동자 2명 중 1명은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관두고 있다. 공무원의 경력단절 비율과 비교하면 여성 노동자의 대다수가 비자발적 퇴사 즉 사회적인 부당해고에 직면한다는 뜻이다. 87년 체제는 여성의 일 할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모성권과 아동권 어느 하나 보장하지 못했다. 육아휴직도 마찬가지다. 첫째 자녀 출산 시 육아휴직 사용률은 공무원 75%, 민간기업 종사자 34.5%, 비정규직 1.9%로 엄마의 직업에 따라 아이들의 돌봄 받을 권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극심한 차별 상태에 놓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저의 초저출산율 국가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 87년 체제가 대한민국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했는지는 몰라도, 여성의 노동권을 지키지는 못했다. 2009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처음으로 남성을 앞지른 이후 2015년 현재까지 격차를 점점 벌어지고 있다.(남성 67.3%/여성 74.6%) 반면 2017년 12월 현재 성·연령별 고용률을 보면 20대 고용률은 55.8% 대 59.9%로 여성이 앞서고 있으나, 30대 고용률 남성 90.3% : 여성 59.2%, 40대 고용률 남성 92.6% : 여성 65.6%로 여성 노동자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사회구조는 통계수치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교육권과 노동권 사이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출산율’자체에 매몰되어 있으면 저출산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람과 태어나고 자라는 사람의 인권 그리고 그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여성에 대한 경제적 차별이 맘충 논란이나 미투운동으로 드러나고 있는 사회적 차별과 혐오 현상으로 직결되고 있음은 말 할 것도 없다.


□ 헌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재적인원 293명 가운데 196명이 찬성해야 만이 6월 개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면 개헌저지선은 98석이다. 의석수 116석을 확보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어제(10일)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 투쟁본부(공동위원장 김무성·김문수·이재오)’를 가동하고 장내·외 결사투쟁을 선언한 것이 한낱 정치쇼에 불과한 까닭이다. 정상적인 국회 일정에 따라 개헌안을 심의·부결시켜도 될 것을 지난 3월 26일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독재 개헌, 관제 개헌이라 하더니 급기야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궤변으로 속보이는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평균재산이 55억으로 자유한국당(43억)보다 많은데 생산수단 및 토지 국유화가 될 말인가.


□ 우리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국회의 개헌 논의를 고대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 상의 성평등 조항이나 아동권 조항은 지난 1월 발표된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안보다 후퇴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문위 안은 ‘제15조제1항 국가는 고용, 노동, 복지, 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성평등을 보장한다. 제15조제2항 국가는 선출직?임명직 공직 진출에 있어 남녀의 동등한 참여를 촉진하고, 직업적·사회적 지위에 동등하게 접근할 기회를 보장한다.’ 등 성평등 가치를 강화하고 구체화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안은 ‘제33조제5항 모든 국민은 고용ㆍ임금 및 그 밖의 노동조건에서 임신ㆍ출산ㆍ육아 등으로 부당하게 차별을 받지 않으며, 국가는 이를 위해 여성의 노동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제33조제6항 연소자의 노동은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라고 되어있다. 즉 여성의 노동권을 연소자와 마찬가지로 보호의 대상으로 명시함으로써 87년 체제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 또한 자문위 안은 아동권을 별도 조항으로 신설하여 ‘제16조제1항 아동은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아동과 관련한 모든 공적·사적 조치는 아동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제16조제2항 아동은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며,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제16조제3항 아동은 차별받지 아니하며, 부모와 가족 그리고 사회공동체 및 국가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16조제4항 아동은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받으며 적절한 휴식과 여가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아동이 부양이나 복지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성인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이며 독립된 인격체라는 점을 헌법에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안은 ‘제36조제1항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존중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는데 그치고 있다.


□ 기본권 개헌은 립서비스가 아니다. 우리는 △성평등 개헌 △복지국가 개헌 △아동권과 돌봄권(돌봄 받을 권리)을 헌법상에 명시할 것을 요구한다. 가사노동·육아노동·간병노동과 같은 돌봄과 살림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국가가 함께 책임진다는 복지국가의 가치를 헌법에 명시하고, 특히 가족구성원 중에서도 ‘엄마’에게 그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성평등 개헌을 해야 한다. 우리는 ‘18년생 김지영’이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10차 개헌이 되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다. 우리는 아동의 주권과 행복추구권과 놀 권리와 생명권과 안전권 그리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10차 개헌으로 ‘18년생 김지영’이 더욱 행복하고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결사투쟁을 해야 할 사람은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이 땅의 엄마들, 대한민국의 여성들이다.


□ 이 사회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이고,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보다 멋지다. 우리는 엄마라서 행복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는 내 아이들에게 부모가 되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선언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6월 국민투표로 미래세대에게 성평등-복지국가 헌법을 줄 것이다!


2018년 4월 11일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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