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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Feb 05. 2020

왜 정치하는엄마가 되었나

정의당 시민선거인단에 참여하며

오늘 <정치하는엄마들-정의당 시민선거인단 참여 협약식>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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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발언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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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 조성실입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만해도 젖먹이였던 작은 아이가 어느덧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86년생 조성실로서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도 분열되지 않은 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어 시작한 정치하는엄마들 활동이 벌써 4년차에 접어듭니다.

저는 워킹맘(이란 단어)에 반대합니다.

흔히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워킹맘이라고 부르는데요. 반대 개념에 전업모가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를 워킹맘으로 부른다면, 전업모는 일하지 않는 엄마가 되는건가요? 반대로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엄마를 전업모라 부른다면 워킹맘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반업모 또는 팔할모가 되는걸까요? 이러한 단어 이면에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난임과 유산 끝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엄마'라는 이름을 얻은 대신 86년생 조성실로서의 이름을 잃었습니다. 전업모가 되는 순간 사람들이 제 이름을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더라고요. 더 이상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정후 준후의 엄마로, 1306호 아줌마로, 때로는 사모님으로, 커피숍에선 맘충으로, 그렇게 결국 애나보는 사람이 되어 버리더군요.

전업모가 되든지, 워킹맘이 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사회 속에서, 엄마이면서도 사회의 일원으로 오롯이 존재하고 싶다고 외치면 욕심이 되고 맙니다. 아니면 낙오자 취급을 받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라. 그 한계를 뛰어넘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이 자리에 오는 길에 오랜만에 한 친구와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모두가 아는 전문 직종에 종사하며 두 아이를 낳았고 셋째를 임신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건강을 먼저 걱정했습니다. 응원과 함께 대단하다, 애쓴다라고 말하니 친구가 답했습니다. "내가 아니라, 시어머니가 고생하시지" 눈물이 울컥했습니다.

언제까지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 대단한 존재가 되어야 할까요?
여기 계신 심대표님도 아드님이 혹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된다면, 머지않아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절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계를 뛰어넘은 개인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정치와 공당은 그 이면에 숨겨진 누군가의 저임금 무임금 노동에 주목해야합니다. 그 모순과 부조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언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고 그 자리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정치에선 이 상식적인 일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치하는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도 정치하는엄마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의당에서 정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도 정당 공천권을 나눠주는 개념의 시민선거인단을 운영한다고 하시고, 적극 제안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양육자들의 권리가 곧 아이들의 인권이 됩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시민선거인단제 참여로 양육자와 아이들의 문제가 대한민국 정치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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