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4 한국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지난번 그룹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언니들과 또 아이들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인터뷰는 단독 인터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재밌고 편안한데다,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쏟아질 때의 그 울림은 인터뷰를 하고 돌아 온 이후에도 한참을 잦아들지 않는다. 혼자선 만들기 어려웠을 하모니를 만들고 돌아올 때면, 기자회견이었든 토론회였든 인터뷰였든 자리에 상관없이 완전체에 합류한 것 같아 용기백배하게 되고 하염없이 겸허해진다.
그래.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공동대표란 이름으로 참석하는 모든 자리에서, 엄청난 부담과 즐거움 어쩌면 양가적인 이 두 감정에 휩싸인다. 먼저는 나의 어떠함 때문에 우리의 목소리가 왜곡되진 않을까 늘 조심스럽고 긴장되고, 더 잘 해야 한다, 더 잘 하고 싶다, 제대로 하고 싶다 와 같은 부담에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도 수십번을 다시 읽으며 잠 못 이룬다. 그러면서도 한켠으로는 굉장한 쾌감과 즐거움에 흥분돼 있는데. 좀체 답이 없이 보이는 이 사회에서 그래도 우리가 무언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데서 오는 쾌감, 그 일 한가운데 내가 있다는 자부심이 몰려올 때면, 온갖 피로감과 기회비용들이 '이 따위쯤이야' 싶어진다. 이 작은 노력들로도 세상을 바꾸는 일에 합류할 수 있다니 싶어 주어진 모든 기회에 고맙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사실 (요즘) 엄청 즐거운 것 같은데 너무 쿨한 척 하는거 아니냐고.
진심을 들켜 쑥쓰러웠다. 정말로 그랬다. 앞서 기술한 부담감과 책임감은 내게 스트레스보다도 엔돌핀처럼 작용하고 있어서, 활동을 하고 돌아 온 이후 누군가 내게 수고해줘 고맙다 하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즐겁고 신난다고 하기엔, 한켠으론 미안하고 또 오해받을까 조심스럽기도 한게 솔직한 심정.
사실 내 자리가 아닌데, 언니들 모두를 위해 주어진 자리인데 그 몫에 내 이름이 호명되는게 늘 미안하고, 그러면서도 종종은 두렵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내가 (공동)대표란 수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까봐. 우리 모두의 것인 그 이름을 내 것인 것처럼 여기게 될까봐. 그래서 자주 부탁한다. 저를 긴장시켜 주세요. 저와 함께 가 주세요. 잊지 않게 해주세요.
6개월의 짧은 시간이 몇 년처럼 길었다. 돌아보면 분명 주마등처럼 짧았는데, 그간의 변화가 그 어떤 시절보다 급박하고 역동적이었어서 그런지, 마치 몇 년을 살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리라.
그런 의미에서 11월 집담회는 [어게인 0422](우리 지난 6개월을 돌아보고 2018년을 꽃피워보자)란 주제로 준비한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향후 우리 활동방향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11월 25일(토) 정치하는 엄마들 7차 집담회(11시-14시, 서울여성프라자4층 아트컬리지2). 각자의 이야기들과 아이들의 왁자지껄함이 한편의 음악처럼 쏟아질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아래는 지인들께 꼭 일독을 권하고픈 기사 링크를 걸어두었다.
이번 한국일보 기사를 써 주신 기자님께도 감사드린다. 깊이있고, 겸손하면서도, 예리하게 질문해주셔서, 역시 박선영 기자님이구나 싶었다. 우리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감각적으로 캐치해주셨다. 인터뷰 내내 이해받고 지지받고 있단 기분이 들어 신난 아이처럼 인터뷰에 응했다. 이것이 바로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에서 기술하신 좋은 시민으로서의 기자정신이구나 싶기도 하고. "좋은 기자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고, 건강한 시민의 양식에 입각한 질문은 언제고 좋은 질문이라는 믿음."
개인적으로는, 엉켜 있던 그간의 문제의식들을 구조화 해 가는 과정에서, (일면식은 없었지만) 박선영 기자님의 도움을 받아왔다. 그간 써오신 기사와 칼럼들을 통해 여러 문제들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을 느꼈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그런 의미에서. 페친분들께, 꼭 함께 읽어주시길 강권하는 기사. 링크는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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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중 발췌]
엄마들의 요구는 엄마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내 자식, 내 남편만을 위한 치맛바람이 아니라 그간 소외되어 온, 광범위한 수혜자에게 봉사한다는 것이 엄마 정치의 진정한 힘이다. 칼퇴근법 촉구 기자회견에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참석해 “칼퇴근은 나의 문제다” 외친 것이 단적인 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엄마, 아빠만 기쁜 것이 아니다. 조부모도, 삼촌도, 이모도 그 수혜를 입는다. 무한히 확장되는 외연의 힘.
“저희 구호가 ‘집단 모성이 사회를 바꾼다’예요. 우리가 말하는 모성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모성이 아니라, 사회적 모성입니다. 돌봄의 주체로서 겪었던 약자의 경험이 있다면, 엄마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연대할 수 있어요.” 조 대표는 “정치하는 엄마들이 6개월 만에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아이만 생각하지 않고, 사회라는 것에 대해 깊은 울림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요구가 정책적 성과로 결실을 맺는다 해도 현실에서 체감하려면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국공립어린이집이 40%를 넘기게 될 때 내 아이는 이미 초등학생이다. 노동시간이 단축돼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될 때 내 아이는 엄마 손이 그다지 필요 없는 중학생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 엄마들은 그럼에도 정치를 한다.
http://hankookilbo.com/m/v/cf3fdd6221204bedb47ba8d54e35a8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