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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태진 Oct 08. 2021

엄마들의 잔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반항, 그 이유는?

며칠 전 어디에선가 부모, 특히 엄마들이 다 큰 자녀들, 이를테면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향해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세 가지 말에 대한 동영상을 보았는데 그건 1) 그럴 시간 있으면 공부 좀 해라 2) 방 좀 치우고 살아라 3) 좀 씻어라 였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그리고 고등학생 자녀가 등장하는 드라마 속의 영상을 상상해 보면 엄마들의 그 말에는 아무런 모순도 잘못도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 상상해 보니 안개가 천천히 걷히듯 뭔가 석연치 않은 불쾌감이 서서히 다가왔고 그래서 부모가 그런 경우를 당한다면? 하는 상상을 하자 제 눈앞에는 초과근무를 밥 먹듯이 할 뿐 아니라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미리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무작정 내일 오전까지 끝내라는 명령과 함께 내던지듯 시키는 일을 아무 말 없이 해야만 하는 직장인 부모의 상황과 회의 시간에 상사와 다른 자신의 의견을 입 밖에 꺼냈다가 상사의 눈 밖에 날 수 있는 상황이 초점이 잘 맞지 않는 화질이 나쁜 영상처럼 떠 올랐습니다.


자녀의 입장에서 볼 때도 좋은 대학에 합격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공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오히려 부모보다 더 절감할 것이고 어지럽혀진 자기 방이 좋아 보일 리 없으며 좀 과장하자면 며칠간 씻지 않아서 냄새나고 불쾌한 자기 몸 냄새가 좋을 리 만무합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은 아닐지라도 적지 않은 아이들은 도대체 알면서도 왜 그러는 것일까요? 저는 이를 동기 유발과 스트레스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단순화시켜 짐작하는데  "~ 이유 때문에 만사가 다 귀찮다"는 흔한 표현이 이 경우에 그런대로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잠자는 시간 빼고는, 아니 때로는 잠이 들어서도 악몽으로 시달리는 공부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그 주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학습노동이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을 만큼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지식을 머릿속에 쑤셔 박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공부도 문제이지만 학업 성취도에 대한 자기 자신을 포함해 주변 사람, 특히 엄마의 비현실적인 높은 기대 때문에 불안과 초조함을 마음에 달고 사는 것도 버거워 죽겠는데 심지어 자난 번보다 꽤나 시험 점수가 올랐지만 그놈의 상대평가제 때문에 등급은 예전과 다를 바 없어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는커녕 "아무리 애를 써도 난 안 되나 봐"하는 마음에 절망감과 함께 자포자기 심정이 되고 그러면서도 "자금 성적으로는 나는 성인이 되면"하는 상상에 마음속에 심한 불안감이 밀려와서 다시 초조해지면서 속으로 "그럼 나 보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하는 생각이 들면 당황스러움과 함께 다 부숴 버리고 나조차도 없애 버리고 싶다는 공격성이나 파괴성이 독버섯처럼 도드라질 수 있는데 그건 그저 마음일 뿐이어서 곧바로 심한 무력감과 함께 그와 짝을 이루는 만성적인 우울함이 가슴을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무력감과 우울함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것이라고 저는 짐작합니다.


그런데 설사 그렇게 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항상, 매일 같이 그것도 몇 달이 아니라 수년 동안 노예처럼 공부에만 정신과 육체가 묶인 아이들은 방이 지저분하고 잘 씻지 않아 불쾌해도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쓰면 번아웃, 즉 거진 탈진 상태가 되어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좀 쉬었으면"하며  어른들이 잦은 야근과 도무지 어떻게 다 끝내야 할지 모르는 과중한 업무 때문에 요샛말로 "불금"을 기다리듯이 어디론가 도망쳐서 숨 좀 제대로 쉬며 놀고 싶다는 마음에 방 청소하고 씻기보다는 핸드폰으로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근사한 분위기에 취해 게임에 몰두하거나 동영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듣고 싶은 자연스러운 충동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마저 부모의 명령이나 간섭 때문에 자기 맘대로 쓸 수 없다면 그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일 것입니다. 게다가 원론적으로는 부모의. 말 중에 틀린 말이 없으니 자녀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불만 어린 말이란 고작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간섭 좀 하지 마"라는 구차한 항변일 것입니다.


제가  이 글로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아이들이 어른들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짜증이 나면서 때론 어쩔 줄 몰라하며 피하고 싶기도 하고 부당한 지시나 명령에 가까운 말을 들으면 반발심을 느끼고 무엇보다 몹시 힘들 땐  간절히 쉬고 싶어지는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임을, 너무도 당연한 그 사실을 정직하게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지요. 제가 꽤나 오래전에 들은 어처구니없는 말은 "지금은 공부만 하고 그런 것들은 이다음에 해"라는 말이었는데 그 말은 마치 "잠은 이다음에 충분히 몰아서 자고 자금은 공부만 해"라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모진 말을 하는 부모의 마음이 자녀의 미래 때문에 몹시 불안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심한 불안이, 그리고 그 불안과 짝을 이루는 환상에 가까운 욕망이 자기 자녀를 그렇게 평범한 인간으로 잘 보지 못하게 하는 마술적인 주술처럼 작용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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