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이상한 걸까?(12)

by 조태진

앞서 저는 여자 아이들에 비해서 남자아이들이 더 많이 과잉행동장애와 충동장애에 시달린다는 미국정신의학협회(APA)가 펴낸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속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제 생각엔 꽤나 오래 전과는 달리 자녀를 한 명만 낳는 추세와 훨씬 더 살벌해진 경쟁적 분위기가 함께 작용해서 만든 요즘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일으키는데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남자아이들, 특히 외동아들에게 분명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지워진 부모, 특히 엄마의 높은 기대와 그로 인한 과중하고 상시적인 요구 때문에 특히 남자아이들이 과잉행동장애나 충동장애를 여자아이들보다 더 많이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어른의 경우에도 쉴 틈도 거의 없이 과중한 부담을 꽤나 오랫동안 느끼면 자연스레 쉬고 싶고 자고 싶고 놀고 싶어 지는데 만약 오랫동안 이 자연스러운 욕구의 실현이 주어진 조건 때문에 심하게 방해받거나 불가능하다면 점점 더 신경이 지치고 예민해져서 자꾸 딴생각이나 잡념이 들고 어서 일을 끝내고 일 때문에 몹시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헤치고서 가까운 친구와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거나 젊은 사람이라면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면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대며 춤을 추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욕구의 실현이 오랫동안 불가능하다면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이런 현상은 이런저런 연속적인 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 잔뜩 난 사람에게서도 관찰할 수 있는데 그는 심하면 주위에 있는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언성을 높여가며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힘든 욕설이 섞인 말을 횡설수설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에 걸렸다고 진단을 받은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할 때는 어째서 그 게임에 주의를 기울여 몰두할 수 있는가?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로서는 정신의학계에서 주장하는 유전적 소인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법관이 법적 판단을 내릴 때 쓰이는 표현인 "합리적 의심"에 기반해서 말씀드리자면 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선천적인 뇌 손상 때문에 생긴 장애라면 보편적으로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데 "정상적인"아이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느껴야 될 텐데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 같은 활동에는 주의를 기울여서 몰두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정신적 장애는 잠잘 때를 제외한 시간 동안 항상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라 유독 엄마가 반강제로 시키는 지겹고 어렵고 힘든 공부를 엄마가 정해 놓은 꽤나 긴 시간 동안 해야 할 때 나타나곤 하는데 이것은 자발적인 동기와 관련된 현상으로 보입니다. 즉 본인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옆에서 규칙을 정해놓고 어떤 행위를 강제할 때, 그것도 좀처럼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무조건 규칙에 따를 것을 강제할 때, 더구나 그 행위가 자발적인 흥미를 유발하지 못할 때 그에 대한 동기가 유발되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겹고 어려운 반강제식 공부 때문에 생긴 것으로 짐작되는 과잉행동장애 및 충동장애는 "미운 일곱 살"의 성질처럼 어쩌면 자기 욕구에 바탕을 둔 자기주장의 거친 표현일 수도 있는데 술에 잔뜩 취해 큰 소리를 지르면서 욕설을 내뱉고 횡설수설했던 사람이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 해지는 것처럼 과잉행동장애나 충동장애로 시달리는 아이들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그런 장애 행동을 멈추고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게 되기도 합니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저는 이 장애가 부모, 특히 자녀에 대한 엄마의 양육 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짐작합니다. 최근에 육아 관련 프로그램이 하나 둘 생겨났는데 부모, 특히 엄마들이 육아와 관련된 고민을 상담받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육아 현장을 보여 주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마치 육아 관련 강연회에서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는 전문 강사의 조언을 듣고 그 조언을 실제 육아 상황애 적용하는 엄마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 그 엄마들은 말로는 소위 "민주적", 그러니까 아이를 존중하는 듯한 말을 하지만 아이에게 더 중요한 부분인 비언어적 표현, 즉 말투 등은 상당히 권위적으로 보였습니다. 조금 뜬금없는 얘기고 지나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건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 자신의 말투와 행동거지를 잔뜩 포장하지만 그것이 진짜 자신의 모습과 말투가 아니어서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티가 드러나서 남들이 "저건 위선이다"라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미운 일곱 살"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는 엄마의 돌봄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젖먹이 아이조차도 선천적인 편적 인간 속성과 함께 천적인 개인적 속성, 이를테면 개인적인 취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그저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젖먹이 아이가 서너 살이 되면 내면에 잠재해 있던 보편적 속성과 함께 개인적인 취향에 바탕을 둔 자신의 욕구를 밖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자기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그 자기주장이 부모, 특히 아이를 곁에서 돌보는 엄마의 취향과 다르거나 심지어 정반대라면 엄마는 아이의 욕구 표현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반대 뜻을 밝히며 억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가 울면서 자기주장을 꺽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아이가 몹시 떼를 쓴다"라고 간단히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거의 전적으로 돌봄과 보호의 역할을 담당하는 어른으로서 엄마는 자녀를 잘 키운다는 명분 하에 자녀의 개인적인 취향에 바탕을 둔 자기주장을 계속해서 무시하거나 억압할 수 있는데 공격성에 대한 심리학 이론에 근거해서 말씀드리자면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의 실현이 외부의 조건 때문에 번번이 좌절당한 사람은 외부에 대한 공격성이 마음에 생기고 때로는 이 공격적인 충동을 밖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비단 어린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성인의 경우에도 적용될 텐데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 사이에서 자기주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번번이 무시한다면 당사자는 그런 자기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속으로 적개심을 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거리를 할 수 없다면 술을 잔뜩 마시거나 클럽에 가서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춰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당한 대우를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에게서 지속적으로 받는다면 그 속상하고 억울한 경험들에 대한 기억이 원치 않게 자꾸 생각나고 그와 함께 마음도 적지 않게 불편해져서 하고 있는 일에 좀처럼 집중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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