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수다쟁이
《크리스마스 수다쟁이》 Merry Christmas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 한 시간은 훌쩍 넘긴다. 그러다 보니 밤에 입을 열면 잠을 잘 수가 없다. 너무 친해서 아버지와 여동생은 우리를 한 덩어리로 안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허락된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딸일 것이다. 아들이 아니었더라면 유전자 결손으로 인한 희소병을 갖지 않았을 테니까.
사실 나는 과묵한 사람으로 불리는 편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보다 더 많이 말하고 싶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한다.
어머니와 나누고, 서로를 보듬고, 힘이 되고 싶어서 청소년 시절 책만 끼고 살았던 소년이었다. 어머니가 너무 안쓰럽고 애틋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속을 썩이지 않고 사춘기를 건넜다.
엄마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자랑만 늘어놓는 이웃의 말조차 격려와 칭찬으로 일관한다. 내가 보는 어머니는 그렇게 사랑이 넘치며 닮고 싶은 어른이다. 나는 이야기를 나눌 때 잠 따위는 상관이 없다. 예수님과 성모님과 함께 있고 싶고, 많이 궁금하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새벽에 영감이나 묵상으로 넘실거릴 때가 있다. 그러면 못 잔다.
어머니가 강론을 듣고 해석이나 나만의 묵상을 요구하면, 나는 성심껏 풀어 설명해 주고 곱씹는다. 그러므로 평신도로서 아무 노력 없는 아들로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성경과 묵상은 역사를 나열하듯 하는 일이 아니기에 꾸준한 실행이 필요하다.
크리스마스에는 완성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하느님과 수다를 떨고 싶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수많은 강론과 묵상을 통해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엄청난 수다쟁이이시다. 아기 예수님과 산타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도 괜히 마음을 웃게 한다.
Merry Christmas.
2025년 12월 25일 신선비 미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