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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푸스, 시집(읽다쓰다)

자작시 편 김선희 마리아

by 레푸스

자작시로 모든 불법을 반대합니다




김선희 마리아 (신선비 시)


우리 엄마가 아침에

길바닥 한 평씩

묵주기도를 빗자루 삼아

쓸고 오네


양재천을 따라

때로는 대모산에서

은총의 빛살들이 물결치고

바람은 성령처럼

등을 토닥인다


기도는 발이 닿는 곳마다

빛이 되고

어둠은 조금씩 물러난다


엄마는 말없이 걷고

그 뒤를 따르는 이의 마음에도

오늘의 평화가

고요히 닿기를


그러면 묵주기도를 드리는 마리아에게

물어오네

남편, 아들 냉담합니다

묵주기도를 드리고 싶은데

어렵다고 말하니


마리아 말한다네

"자매님,

십자가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 깊이 예수님의 숨결을 불러보세요

가장 쉬운 자비의 기도부터

해보셔요"


그 말에 자매는 눈시울을 붉히고

가슴속 돌덩이 하나

천천히 내려놓네


김선희 마리아,

호스피스 성모꽃마을

가밀로 신부님

유튜브를 열며 알려준다.


작은 묵주가 손안에 피어나고

자비는 강물처럼 흐르네


기도는 늘 그 자리에 있어

돌아오는 영혼을

언제나 기다리는

하늘의 품처럼


여기, 행복한 주님의 딸이 있다

묵주의 알을 넘기며

눈물로 씨를 뿌리고

은총으로 거두는

기도의 밭에서


성당의 장궤도 사랑하는 마리아,

산책길

묵주기도의 발걸음을

한 알 한 알

세속 성전에 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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