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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몽 Nov 03. 2020

나의 공간이 우리의 공간으로

1. 상호명 짓기

21개월인 둘째가 내년 3월이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다. 어제 드디어 어린이집 확정 문자를 받고 오늘 바로 서류를 제출했다. 마침 큰 아이가 다니는 곳이라 조금은 마음 편히 둘째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다. 큰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둘째도 언니 못지않은 껌딱지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넉넉잡아 한 달을 생각하면 늦어도 내년 4월, 나는 그리도 바라던 자유부인이 되는 것이다.


예전의 나라면 하루하루 현실을 불평하는 말들로 채워가고 있을 것이다. 일하는 엄마들을 부러워하며 집 안에만 갇혀 있는 나를 몹시도 괴롭혔을 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년 4월이 되면 바로 스타트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세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코로나로 세상은 멈추어버렸고 집에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온택트 시대가 시작되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이제 목표점까지 4개월가량 남은 지금 나는 몹시도 조급해진다. 어쩌면 그동안 내년 4월이라는 시점을 지정해두고 그 핑계로 마음만은 편하게 지내왔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사업자를 내지 않고 간간히 리본핀을 판매했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일정 매출액에 도달되었기에 더 이상 개인으로 판매를 할 수 없다는 공지를 받았다. 마침 그림책을 메인으로 내세우려고 마음 먹은 터라 과감히 기존의 스토어는 정지시키고 새로운 상점을 오픈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호명을 정하려고 하니 막막해진다. 그림책과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그림책과 공방을 조합한 ‘그림책공방’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림책을 만나는 시간, 무언가를 사부작 거리는 시간. 모두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에 그 시간만큼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나를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숨결’이라는 단어를 고르고 골랐다. 그리하여 생각한 상호명이 ‘그림책공방 숨결’. 막상 확정을 지으려고 하니 사람들이 그림책공방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단다. 보통 그림책공방이라고 하면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거나 북아트를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나중에 독립출판이나 북아트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엔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참 난감하다.







함께 그림책을 공부했던 선생님에게 상호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내게 그림책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를 물었다. 누구를 타깃으로 왜 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라 한다. 그림책테라피를 가사와 육아에 지친 3~40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계획은 있는데 왜? 가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왜 그들에게 그림책테라피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사업자를 내려고 하는 나를 발견한 순간 한 숨이 터져 나왔다. 또 이상적인 생각만 가지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뛰어들려고 했던 내가 한심해진다. 의기소침해진 나는 신랑에게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이 내게 이런 질문들을 했을 때 쉽게 답할 수 없었다고 말이다. 신랑이 물었다.


“왜 그림책이야?”

"좋아서”

“그럼 됐네. 좋은데 이유가 왜 필요해”

“엥. 그게 끝이야?”


정말 끝내도 되는 건가? 그림책을 만난 후 그림책이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도 함께 이 마음을 느꼈으면 했다. 그것을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림책 공방 또한 그렇다. 내가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듯 다른 엄마들에게도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쉼터 같은 곳. 이 곳에서 즐기는 그녀들의 시간만큼은 여유롭고 편안하고 아늑했으면 했다. 내 공간을 타인에게 나누어주고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림책과 어우러지는 공방을 열고 싶다.


그림책공방 숨결.

처음 느낌 그대로 내가 원하던 그대로.

우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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