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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몽 Nov 07. 2020

개인적이어서 개인적인

소통의 부재

중학교 도덕 시간에 이기주의자, 이타주의자, 개인주의자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만의 이익에 중심을 두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사람, 이타주의자는 타인을 위한 이익을 행동의 의무나 기준으로 삼는 사람이란다. 그렇다면 개인주의자는 무엇일까? 개인의 존재와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사상과 태도를 지닌 사람, 개인을 중심에 두고 권리와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 그렇다면 나는 개인주의자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이기적이지는 않되 타인을 위해 살고 있지도 않으니 이타적이지도 않다. 그러니 나는 개인주의자. 나는 그냥 내가 중심이었다.

고백하자면, 학창 시절의 나는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언젠가 병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손톱이 약해서 자주 부러졌던 나는 손톱 깎기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내가 손톱 깎기를 들고 다니는 걸 아는 친구들이 내게 빌리러 오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손톱 깎기를 함께 사용한다는 것은 무언가 위생적으로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친구들에겐 거절을 못하고 두 개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파우치 안에는 내가 사용하는 손톱 깎기와 친구들이 사용하는 손톱 깎기 두 개가 함께 있었다. 친구들에게 불편한 말을 하기도 싫었거니와 혹시라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왜 친구들에게 불편한 말을 하기 싫었을까? 또 그들이 나를 좀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때서?

요즘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내가 참 소통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참 어렵고 힘들다. 그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 힘들었는데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활발했던 대화에서 내가 말을 하면 뭔가 흐름이 끊기던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러는 거지?

신랑이 언젠가부터 내게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너는 참 네 중심대로 세상을 바라보는구나”


한없이 약자라 생각한 나였는데 내 중심대로 바라본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어이없게도 나만의 착각이었다. 특히나 가족에 있어서 신랑은 아이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반면에 나는 언제나 내가 먼저였다.


오늘도 나는 경주에 온 김에 자주 오지 못하는 그림책 책방을 방문하고 싶었다. 첨성대나 안압지는 이전 여행에서 다 봤던 것들이기에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하루 종일 언제 그림책 책방을 방문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고 신랑은 아이들에게 처음인 문화유적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저녁을 먹고 이동하려는데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7시면 그림책 책방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나는 꾸준히 그림책 책방을 이야기하고 신랑은 꾸준히 첨성대를 이야기했다. 당연히 대화가 되지 않았다. 서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라며 성을 내야 했다.






소통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해주어야 대화가 이어진다. 내가 소통이 어려웠던 것은 그들의 대화에서 나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공감되는 부분엔 내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공감되지 않는 부분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을 거다. 내가 이리도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다니 서글퍼진다. 이쯤 되면 나는 개인주의라기보다는 이기주의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기만의 이익에 중심을 두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사람. 그게 바로 나이지 않은가.

경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칼림바 챌린지를 완주한 멤버들에게 축하 선물로 칼림바 액세서리를 발송하고 왔다. 오늘 택배를 받은 멤버들이 고맙다는 말을 하며 오히려 내게 선물을 보내왔다. 그들이 스스로 챌린지를 참여하며 완주했고 나는 미리 약속되었던 보상을 해준 것뿐인데 왜 나에게 고맙다며 선물을 보내주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강의를 들으며 좋은 정보를 얻고 많이 배웠지만 내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것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내가 돈을 냈는데 또 선물을 준다고?

내가 나를 아끼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을 아끼는 방법을 몰랐고 내가 남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지 못했기에 남이 나에게 고마워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사람이 개인을 위해 개인적인 행동을 할 때 그건 이미 이기적인 마음을 지닌다.

나는 개인적인 사람일까, 이기적인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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