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작가
맛집이면 맛집,
카페면 카페,
클럽이면 클럽,
옷가게면 옷가게,
점집이면 점집.
홍대에는 없는 게 없다.
하, 옛날에는 민주 떡볶이 밖에 없었는데.
(아차, 연식 노출.)
홍대.
홍익대학교 일대는 물론이요
가깝게는 동교동과 서교동
연남동, 상수동, 합정동
멀리는 망원동, 연희동까지
씹어 먹는 거대 상권의 이름.
홍대.
인디문화의 메카이자
젠트리피케이션의 본산
캐슬도 있고
원룸도 있고
커피팩토리도 있고
다방도 있고
아주 메이저하면서
지극히 마이너한 곳
첨단 레트로의 발상지.
홍대는 하나의 거대한 살롱이다.
(명 작가와 장 디잔,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아서 커피 마시는 뒷모습)
[명 작가] “옛날에는 여기 즉석떡볶이 빼고 없었는데, 그지?”
[장 디잔] “그거 어느 쌍팔년도 얘긴데?”
[명] “어쭈? 모르는 척하면 나이가 쭈냐?”
[장] “...”
[명] “울 엄마아빠는 옛날에 뭐했나? 이 근처에 집이라도 하나 사놓지.”
[장] “우리는 옛날에 여기 살았다. 고딩 때 이사했지.”
[명] “우왁, 젠장.”
(둘이 동시에 쓰디쓰게 커피를 들이킨다.)
[명]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장] “응.”
[명] “월급 받을 때가 좋지 않아?”
[장] “월급 평생 받겠냐.”
[명, 묵묵히 커피만 쭉] “...”
[장] “프리랜서 해보니 어때?”
[명] “일장일단이 있지.”
[장] “일 년이라도 빨리 자리 잡으려면.”
[명] “...”
(거리를 걷는 두 사람, 명은 야구모자, 장은 선글라스)
[명] “바를래?”
패션잡지 부록으로 받은 스프레이식 선크림
(장, 선글라스 벗고 얼굴에 분사)
[명] “편하지?”
[장] (다시 선글라스 끼며) “응.”
[명] “있던 집들도 다 리모델링해서 회사 되고 카페 되는구나.”
[장] “저런 데가 작업실이면 좋겠다.”
[명] “오피스텔이나 반듯한 사무실이 낫지 않아?”
[장] “나는 마당도 있고 집 같고 그런 데가 좋더라.”
[명] “큭~!”
(이층집, 삼층집을 개조한 디자인회사, 출판사 등)
[명, 가리키며] “저런 건 얼마나 할까?”
[장, 얼굴 돌리며] “수십억 하지 않을까?”
[명] “로또 되면 이런 데다 저런 거 하나 사자.”
[명과 장, 킥킥 웃는다.)
[명] “마당으로 열리는 일층은 니 작업실.”
[장] “전망 있는 이층은 니 집필실.”
[명] “온실 같은 서재도 하나 만들자.”
[장] “편집자 오면 거기서 회의도 하고.”
[명] “외주 일할 자리도 아늑하게 만들고.”
[장] “나는 커다란 목공 테이블 그런 게 그렇게 좋더라.”
[명] “거기에 의자는 다 짝짝이로?”
[명과 장, 하이파이브] “바로 그거야!”
(길거리음식 들고 걷는 두 사람)
젠장 버거, 회오리 감자.
[장] “유리벽돌 샤워부스랑 크롬 키친.”
[명] “뒤에다 데크 깔고 바비큐 그릴.”
[장] “마당에 허브도 심자.”
[명] “마당에 길냥이 밥그릇도 두자.”
[장] “고양이들이 허브 뜯어 먹잖아!”
[명, 회오리 감자 뜯으며] “그럼 어때! 사람도 먹고 냥이도 먹는 거지.”
[장, 버거 씹으며] “그래...”
(나무 밑 벤치에 앉은 두 사람)
(열띤 대화1)
[명] “그 큰 데를 둘만 쓰기 아깝다. 입주자를 더 모으자.”
[장,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으며] “업종이 맞아야 돼.”
[명] “너랑 나는 뭐 업종이 같냐.”
[장, 회오리감자 막대기 쓰레기통에 투척] “같고 다른 게 아니라 맞고 안 맞고의 문제지.”
[명] “1인출판인!”
[장] “편집자를 맨날 보기는 싫다.”
[명] “그건 그래.”
[장] “그리고 걔네 은근 시끄러.”
[명, 회오리감자 막대기 쓰레기통에 투척] “그것도 그래.”
(열띤 대화2)
[명] “삽화가! 디자이너!”
[장] “걔네는 자리를 너무 차지해.”
[명] “인생은 장비빨이야. 기자재 같이 쓰고 좋잖아.”
[장] “생각해볼게.”
[명] “에이전트!”
[장] “무슨 에이전트?”
[명] “저작권?”
[장] “걔네도 시끄럽잖아.”
[명] “시끄럽지.”
[명, 느닷없이] “야야! 독립편집자든 에이전트든 나쁘지 않아! 모여 있으면 업계 정보 교환하고 좋지.”
[장] “그건 그래.”
[장] “에스프레소 머신부터 들여놔야지.”
[명] “나는 연아의 커피부터 쟁여놔야지.”
[장] “커피믹스 좀 끊어라.”
[명] “니가 커피믹스에 식빵 찍어먹는 맛을 몰라서 그래.”
[장] “에스프레소에 마들렌이지.”
[명] “것도 좋다! 하하하!”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
[장] “이 바닥을 우리가 접수하는 거야! 하하하!”
[명] “출판그룹을 만드는 거야! 하하하하!”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
(아주 멀어진 두 사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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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나 사고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