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다이어트1
구성원이 여성으로만 25명 남짓되는 사업장에서 근무 중이다. 즉, 내 직장은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작은 회오리바람 한 가닥이 일고 지나갔다. 작은 일에도 버럭 하고, 파르르 하는 사람을 볼 때면,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형으로 표현하기는 했으나 나 역시 아직 때때로 그런 편이다.
문자 알림음, 핸드폰 벨소리뿐만 아니라 sns 알림음에 조차 화들짝 놀라고 긴장했던 때가 있었다. 조금 까칠하긴 해도 남에게 폐 끼치고는 못 사는 성격인데, 잘 못 한 것도 없이 자주 깜놀하는 예민한 성격 탓이다. 건강이 좋지 못한 편인데, 건강이 나빠서 예민한 것인지, 예민해서 건강이 나쁜 것인지..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질문 같다.
무엇이든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마음으로 나를 한참 빤히 들여다보니 '나로 인해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이 참으로 피곤하고 불편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반추가 다소 쉬웠던 것은 직장 내에 딱 나와 비슷한 예민이가 있었더랬다)
그런 생각들로 여러 날을 보내며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유연해지자', '별 것 아니다', '괜찮다'를 되뇌었다. 자꾸 그리 생각하다 보니 내 관점에서 모든 일을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는 초연한 마음이 드는 듯하다. 생각에도 굳은살이 박이고 관성이 생기나 보다.
그리하여 열불 나는 상황 열에 일곱여덟은 그냥저냥 '괜찮다'로 넘어 가지지만, 두세 가지는 '괜찮다' 고개를 넘어가지 못하고 '깔딱깔딱' 거리다 주저앉고는 만다. 그 고개를 넘지 못하는 20~30%의 사건 중에는 건강문제가 있다. 오랜 불면과 여러 통증으로 건강문제만큼은 타협이 없는 편이다.
며칠 전 건강검진(재검)을 받고 왔다. 검진센터에서 주치의와 면담 후 혈액만 채취하면 되는 간단한 과정이었는데, 그 후 요동치는 내 마음의 불길이 쉬이 잡히질 않는다. 간수치가 좋지 않은지는 좀 오래되었고, 근래 추가로 신장수치도 부정적이어서 좀 더 면밀히 검사해 보겠다고 한다. 며칠 뒤면 검진 결과가 나올 텐데, 나는 벌써 신부전환자가 되어 폭풍 검색질이다. 검색 키워드는 '신장에 좋은 음식', '신장에 나쁜 음식', '신장 수치 개선하는 법' 등이다. 내 식단을 요리 살피고 조리 뜯어보고. 간을 덜해야 하나? 수분을 더 섭취해야 하나.. 덜 해야 하나.. 과일을 너무 많이 먹는 게 아닌가? 안절부절이다. 검진 결과가 좋으면 어쩌려고 걱정을 벌써 이리 사서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작심한다. 아닐 수도 있잖아. 혹 신장수치가 개선이 되지 않았거나 더 나빠졌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나온 이후에 조치하면 된다. 며칠 사이에 나는 어떻게 되지 않을 것이다. 노심초사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최면들이 '괜찮다'라는 깔딱 고개를 아직은 넘지 못하고 있다.
어제 퇴근길 무거운 마음이 오늘 퇴근길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본다. 이것 조차 집착일까? 안간힘을 써야 내려놔지는 마음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찌푸린 미간과 한껏 치솟아 있던 승모근에 힘을 풀고, 들 숨 두 번에 날 숨 한 번을 길게 내 쉬어 보며, 똬리를 틀고 있는 교감신경을 토닥토닥 달래어 본다.
초예민, 진정해! 너는 여태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 거야! 결코 낙관이 대안이 될 수 없지만 지금만큼은 필요해, 긍정의 힘!
경량패딩처럼 가볍고 따스해 질 내 몸과 마음을 위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 걱정 다이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