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죽었다고 말했지만
친구의 가게에서 죽어가는 화분을 발견했다. 잎은 다 떨어져 누가 봐도 죽었다고 생각하는 나무였다. 아마 잎이 가득했을 때는 노란 꽃을 피우는 레몬향이 나는 '애니시다'라는 식물이었을 것이다.
친구가 죽은 화분이라 이미 단정 짓고 버릴 거라고 하기에 그럼 내가 가져가겠다 했다. 가지를 하나 부러뜨려 보니 아직 가지 속은 살아있었다. 이 하나의 가지로 살려보자 싶었다.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니까.
저 무거운 화분을 비닐에 꽁꽁 싸서 한여름에 지하철을 타고 집 까지 왔다. 땀이 뻘뻘 나고 마지막엔 팔이 저려 힘들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가벼웠다. 이제 너를 살릴 수 있겠구나 싶어서. 빨리 해를 보여주고 신선한 공기를 쐬어주고, 시원한 물을 실컷 마시게 해주고 싶었다.
죽은 가지를 최대한 쳐주고 해가 잘 드는 곳에 자리해주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살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더 컸다. 사실은 죽었는데 내가 괜한 오기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줬다. 여름이라 한낮에는 더울까 해뜨기 전 새벽, 해 지고 난 저녁 그렇게 매일 물시중을 들었다.
누가 보기에는 죽은 식물에 계속 물을 준다고 바보라고 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식물이 살아나면 날 놀리던 사람들이 바보 되는 거다. 안 살아나더라도 난 최선을 다했으니 스스로 창피할 것 없을 것을 알기에 누가 보면 바보라고 할 짓을 해봤다.
결국 매일 물을 주고, 들여 보고, 기다려보니 마른 줄만 알았던 가지에서 새싹이 올라왔다.
하나가 올라오니 하루가 다르게 매일 새순을 올리더니 이제야 숨통이 트였는지 애니시다는 빠르게 본모습을 찾아갔다. 결국 그해 가을에는 주인도 알아보지 못하는 전보다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애니시다가 되었다.
감격스러워 눈물이 난다기보다는, 기뻐서 웃음이 났다.
물론 모든 식물이 이렇게 기적처럼 본모습을 찾아 빠르게 살아나진 않는다. 그래도 잠깐의 실수로 혹은 방심으로 식물이 죽었다면, 아니 죽어버렸다고 생각 된다면 이미 보내주려고 생각한 거 마지막으로 한번 더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자. 그래도 안되겠다 생각이 든다면 그때 보내줘도 된다.
그게 죽어가던 식물이던, 내 안에서 죽어가던 무엇이 됐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