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사이로 피어난 꽃

너무 자랑스럽고 기특해

by choy


길을 가다 시멘트 사이나 아스팔트 사이로 자란 꽃들을 보면 기특해서 울컥한다.


꽃이 지고 남은 자리에는 씨앗이 생긴다. 이렇게 다시 싹을 틔울 씨앗들은 양지바르고 비옥한 토양으로 자리 잡을 것을 한껏 기대했을 텐데, 결국 안착한 곳은 뿌리내리기 불가능해 보이는 갈라진 시멘트 사이다. 이 씨앗은 아무도 모를 차가운 구석자리에 떨어져 버렸다. 발이라도 달렸으면 조금만 더 옆으로 가 때 되면 물도 주고 영양제도 주는 화단으로라도가고 싶을텐데, 저 씨앗은 그럴 수가 없다. 딱딱한 시멘트 사이에서 비가 귀한 봄에 내리는 봄비를 한 방울이라도 더 저장하여 싹을 틔운다. 그리고 또 버티고 버틴다.


꽃이 피기까지 식물은 엄청난 에너지와 영양,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멘트 사이에 자리 잡은 꽃 씨앗은 가끔 내리는 단비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틴다. 그리고 기특하게도 이 꽃씨앗은 회색 빛 시멘트 사이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아름다운 노란색 꽃을 피워 나의 발길을 잡았다.


가드닝을 시작하니 그 과정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러니 저 꽃의 일생이 너무 안쓰러워 사진도 찍고 가만히 오래 쳐다도 보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버틴 저 꽃이 지면 생길 씨앗들은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 사이가 아닌, 가장 비옥하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길 바랬다.


시멘트 좁은 틈 사이로 꽃을 피워 이렇게 오랫동안 잊지못할 감동을 준 저 꽃의 씨앗들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 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노란 꽃이 되길 바란다.


이 꽃이 사람이라면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 꼭 안아주며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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