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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Jan 08. 2024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기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기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역 ⓒryuhyeon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ryuhyeon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두번 갔다. 처음 뭣도 모르고 아무 준비 없이 떠나서 사실 제대로된 관람을 할 순 없었다. 목적은 단 하나. 에르미타주 미술관이었지만 내 모든 여행은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가기로 결정한것도 마침 룩스익스프레스에서 왕복 3유로 티켓을 팔고 있어서였다. 원래 주말에 탈린으로 가서 유자차를 살 계획이였지만 3유로 광고보고 마음을 바꿨다. 그래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에르미타주만 방문하려 했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올드타운 ⓒryuhyeon

에스토니아에 길들여져 크기 개념을 잃어버렸다. 그냥 여기보다는 한 1.5배 정도 더 크겠지 하고 생각했다. 멍청한 생각이었다.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이 생각했던걸까.


촬영중이던 사람들 ⓒryuhyeon

그래서 지나가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보이면 그리로 발걸음을 돌려 들어갔다. 한시간 내로 관람이 끝날 줄 알고. 시내에서 곧바로 에르미타주 미술관으로 향하지 않았다. 이왕 갔으니 천천히 걸어가면서 동네 구경이나 해볼까라는 멍청한 생각에 정말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뽈뽈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래서 에르미타주 외관을 보기 전까지 당일치기면 될 줄 알았다.


ⓒryuhyeon

하지만 아니였다. 진짜 아니였다. 러시아는 크다. 정말 크다. 상트페트르부르크를 두번이나 다녀오면서 생각했다. 러시아는 정말 크다고. 이건 도보여행의 개념이 아니다. 차를 렌트하거나,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의 개념이다. 좀 준비해온 여행객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부터 렌트한다더니. 자전거 없인 사실 당일치기, 일박이일로는 힘들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경험상 이렇게 거대한 도시를 둘러보고, 미술관이나 박물관까지 관람할 예정이라면 적어도 사박 오일은 필요할 듯 싶었다.


ⓒryuhyeon

난 많이 걷는걸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러시아는 정말 많이 걸어야 했다. 진짜 커도 너무 컸다. 여기서 저기까지 가는데 중간에 지칠 정도였다. 정말 너무 컸다.


카잔 대성당 ⓒryuhyeon

에르미타주로 가는 길에 성 이삭 성당을 봤다.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들어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티켓을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줄이 끝도 없었다. 그러다 그나마 줄이 좀 짧았던 기계쪽으로 가서 섰다. 30분 정도는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너무 오래걸린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빈 손으로 나오는 걸로 보아 기계가 고장 났나 싶었지만 그 다음 몇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표를 뽑기에 계속 기다렸다.


성 이삭 대성당 ⓒryuhyeon
성 이삭 대성당 ⓒryuhyeon

혹시 기계가 영어를 제공 안하나 생각했지만 말도 안되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편으로는 쥐뿔 모르는 에스토니아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했다. 그나마 표는 살 수 있으니.


내 차례가 왔고 기계가 있는 부스로 들어갔다. 두 사람정도면 꽉 찰만한 크기였다. 근데 이게 왠걸, 카드가 고장난건지 기계가 고장난건지 표가 뽑히지 않는다. 서너번을 더해봐도 안 뽑히기에 다른 카드로 바꿨다. 바꾼 카드도 안되서 이상하다 생각했다. 분명히 어제 저녁 장보고 카드로 계산했는데. 하루도 안지났는데 갑자기 카드가 고장났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난 그저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사이가 나쁘니 카드도 막아놨다 싶었다.


성 이삭 대성당 옆 공원(저녁 먹기전 사진을 안찍은게 생각나서 다시 돌아갔다) ⓒryuhyeon
성 이삭 대성당 옆 공원(그래서 성이삭 성당사진이 다 노을 빛이다) ⓒryuhyeon

몇 번을 더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나왔다. 옆 사람도 고개를 흔들며 빈손으로 나오는걸 보니 딱히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지만 내 바로 뒷 사람은 표를 뽑아 나오더라. 기계가 사람을 차별하나 싶었다. 다음엔 환전을 넉넉히 해서 꼭 들어가야지하고 다짐했다. 지붕부터 금빛인게 예사롭지 않을 것 같았다.


성 이삭 대성당 옆 공원 ⓒryuhyeon
ⓒryuhyeon

그러다 점심때가 되었다. 어디 음식점에서 먹을까 하다, 잠 한숨 못자고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였으니 혹시라도 배탈이 날까봐 빵과 물을 사서 성 이삭 대성당 바로 옆에 있는 공원 벤치에서 먹었다. 햇살이 좋아 여기 사는 사람들도 공원으로 점심먹으러 나오고 있었다. 사람도 좀 구경하고, 분위기도 좀 즐기면서 챙겨간 시집을 읽으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여기 온 목적이 문득 떠올랐다.


에르미타주 미술관 ⓒryuhyeon

그래서 에르미타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세상에. 에르미타주도 커도 너무 컸다. 진짜 너무 컸다. 이렇게 큰 미술관은 처음이었다. 세계 3대 미술관이 괜히 된게 아니였다. 규모가 너무 충격이였다. 외관을 보자마자 오늘은 안되겠으니 다음에 날잡고 다시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순수 에르미타주에 관람에만 일박 이일이 소요될 것 같았다. 바로 포기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러갔다.


푸시킨 미술관 ⓒryuhyeon
러시아 미술관 ⓒryuhyeon

넵스키 대로를 따라 한없이 걸으니 무작정 도착한 곳이 러시아 미술관이었다. 크기에 또 놀랐다. 표를 살려는데, 어떤 미술관들끼리 묶어놨는지는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몇 몇 미술관들 입장료를 묶어팔았다. 근데 그 묶음표를 보고 놀란게 미술관들이 워낙 크다보니 표가 당일권이 아니라 3일권이였다. 역시 러시아는 크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꼈다.


ⓒryuhyeon

관람하는데 한참 걸렸다. 전시된 작품들이 생각보다 너무 강렬했다. 게다가 작품이 너무 많아 내가 뭘 보고 있는건지 중간에 까먹을 정도로 집중할 수 없었다. 보통은 미술관에 가기 전 전시품을 찾아보고, 공부하고, 가서 그것만 보고, 체력이 좀 남으면 다른 것도 보다가 돌아오는 편인데 새벽 두시차를 타고 잠 한숨 제대로 못자는 바람에 예민해진 상태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타르투에서 약 7시간 걸리지만 3시간 정도 지나면 나르바에서 입출국 심사를 한다. 이게 오래걸린다. 그러다보니 7시간을 내리 잘 수가 없다. 집중력이 완전히 떨어졌다. 별로 한게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금방 갔다.


피의 구원 사원 ⓒryuhyeon

저녁을 먹으러 발걸음을 돌렸다. 러시아 전통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에스토니아 음식과 크게 차이 없을 것 같아 그냥 피자를 먹었다. 아까 빵을 한 번 먹어뒀으니 저녁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이트 와인에 페페로니 피자는 언제나 맛있는 조화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일기를 썼다. 아무 생각없이 왔는데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다음엔 준비해서 와야지했다. 에르미타주는 포기했지만 맛있는 와인 덕에 피곤한 상태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지금, 이 길의 끝에 보이는 성당을 가보고 싶지만 여태까지 모든게 커도 너무 컸으니 시간이 애매해질까봐 버스정류장 위치를 봐두는게 좋을 것 같았다. 출발하기 전, 적어도 국제미아만큼은 피해야겠다 마음먹고 구글에서 버스정류장 위치를 출력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알렉산더 넵스키 대로 ⓒryuhyeon
상트페테르부르크 알렉산더 넵스키 대로 ⓒryuhyeon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국제노선으로 나가거나, 들어오는 버스정류장이 두군데가 있다. 하나는 발틱스테이션 기차역 바로 앞, 정류장 티가 전혀 나지 않아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여기가 버스정류장 맞나요?' 라고 물어보는 발틱정류장과 다른 하나는 룩스 익스프레스 전용 코치스테이션.


그래서 버스를 예약할 때 한 작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발트정류장에서 내려, 코치스테이션에서 타고 돌아오는걸로 결정했었다. 이건 나의 100% 실수였다. 아니, 99% 내 실수와 1%의 구글 맵 잘못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알렉산더 넵스키 대로 ⓒryuhyeon
상트페테르부르크 알렉산더 넵스키 대로 ⓒryuhyeon

출력해온 맵에 표시된 장소로 갔는데 왠 건물뿐이었다. 버스는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하지만 역시 러시아는 크군. 이라는 생각과 함께 별수롭지 않게 여겼다. 러시아는 커도 너무 크니 분명히 어디 건물 안이나 근처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그 근방을 한 30분 정도 둘러봤다. 발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둘러보면 볼 수록 정류장이 있을 수 없는 위치였다. 차도가 없다.


같은 건물을 대여섯번 정도 뱅글뱅글 돌다 지쳐 이젠 누구한테 좀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기엔 왠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모든걸 다 알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너무 컸다.


ⓒryuhyeon
ⓒryuhyeon

그래서 호텔로 들어갈까 했는데, 이게 상트페테르부르크만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호텔의 모든 입구에 정말 무섭고 근육이 어마어마한 러시아 청년 두명이 어딜가나 서 있었다. 허리에는 몽둥이같아 보이는 무기를 차고. 잃어버린 길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수단은 호텔인데 말이다. 내게 있어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의 접근성은 제로였다. 외모로 사람 판단하진 않지만, 물론 해서도 안되지만 그들은 쉽게 다가가서 말을 걸 수 있는 인상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러시아 간다고 주변에 조언을 좀 구한게 나쁘게 작용했다.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러시아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대부분 부정적으로 얘기해줬었다. 그러다보니 난 정말 무서웠고 물어볼 곳이 없어 이곳저곳 떠다니다가 결국 근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왜 호텔에 들어가는걸 무서워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면 되는걸.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스 출발시간이 한 1시간 정도 남은 상태였다. 똥줄이 탔다. 타도 너무 탔다.


ⓒryuhyeon

거기에 난 IT회사에서 일하는지라 근무할 때 빼고는 전자제품을 잘 다루지 않는다. 게다가 블랙베리 유저라 핸드폰으로 위치추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일이었다. 이런 쓸모없는 예쁜 쓰레기같으니라구...


마음도 참 고왔던 바텐더 언니가 친절하게 인터넷을 뒤져 버스정류장을 찾아냈다. 짧은 영어 단어로 띄엄띄엄 설명해주던 언니는 내가 알아듣지 못하자 박력있게 내 손목을 이끌었다. 멋졌다. 정말 고마웠다. 10년 묶은 변비가 한 번에 뚫리는 기분이 바로 이런걸까 싶었다. 천사인 줄 알았다. 앞장서는 언니 등에 날개가 보이는 것 같았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이런거지~ 하며 생글생글 웃었다. 몸이 너무 가벼워졌다. 무게따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걸어 지친 발의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ryuhyeon

하지만 도착한 곳은 클럽이였다.


ⓒryuhyeon

난 이게 뭔가 싶었다.


발틱스테이션(기차역) ⓒryuhyeon
발틱스테이션 내부 ⓒryuhyeon

그렇게 마주한 간판 "L.U.X".


ⓒryuhyeon

이거 지금 나랑 시트콤 찍나? 몰칸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난 Lux Express 버스가 정차하는 Coach Station이 어딘질 물어봤는데 언니는 LUX로 만 검색했었나보다. 하지만 언니가 너무 밝게 웃고 있어 차마 여기가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마음이 너무 고마웠기에 정말 고맙다고 얘기하고, 언니가 떠날 때 까지 멍하게 서있었다. 느낌상 이러다 곧 국제미아가 될 것 같았다. 울고 싶어졌다.


ⓒryuhyeon

시간이 한 40분 정도 남다보니 호텔 입구에 서있는 러시아 청년들의 무서운 인상이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서로 맞부터도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카드가 혹시라도 모두 고장났을 확률이 있는 블랙베리 유저가 국제미아가 된다는 그 두려움은 청년들의 인상보다 더 강렬했다. 그래서 아주 당당하게 지도들고 성큼성큼 걸어가며 물어보려고 한 순간, 옆에서 청년들과 같이 담배피던 아저씨가 내게 다가와 길을 잃었냐며 물어봤다.


그렇다고!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아까부터 지도 들고 이 근방을 뱅뱅 도는게 안쓰러워보였다고 했다. 똥줄이 타도 너무 티나게 탔나보다. 아저씨도 너무 친절하셨다. 그리고 그 친절과 함께 내게 폭탄을 안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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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가 출력해온 지도 말고 다른 지도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아까 인포메이션센터에서 받은 큰 지도를 보여드렸다. 그러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안타깝지만 내가 가야하는곳이 지도에도 안나오는 시내 외곽이라고. 신지역에 있는 버스정류장이라고 하셨다.


ⓒryuhyeon

그 얘길 듣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난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봤고 아저씬 적어도 30분은 잡아야 한다고 했다. Obvodny kanal이라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 5분 정도 더 걸어야한다고까지 했다. 내게 택시를 불러줄까? 하셨는데 젠장, 피자에 와인마시느라 남아있는 현금이 없었다. 먹은걸 토해내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ryuhyeon

난 돈이 심하게 부족하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현금결제를 할 때 중간에 빼돌리는 직원들이 있다고 전해 들어 환전을 얼마 하지 않았었다. 혹시 모르니 딱 점심, 저녁 사먹을 돈만 했다. 설마 카드가 안 먹히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저씬 근처에 있는 ATM위치도 알려줬지만 난 성 이삭 성당에서 카드에 문제가 생겨 결국 표를 못 뽑았다고 얘기했다. 시간도 없는데 ATM까지 뛰어가서 기계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아저씬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며 내게 지금부터라도 뛰어야지 시간 맞춰 집에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조언해주셨다. 지하철 탈 수 있는 돈이 남아있는게 어디냐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셨다. 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늘어난 체감무게 100kg의 몸뚱이를 이끌고 지하철로 무작정 달렸다. 내 생에 가장 빠르게 달린 순간이 아닐까 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타들어가는 똥줄을 뒤에 메달고.


ⓒryuhyeon
ⓒryuhyeon

그렇게 뛰는 동안 에르미타주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내 다시는 이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으리라 명심했다. 내리고 타는 정류장은 한 곳으로 통일 해야한다는걸 따끔하게 배웠다. 많이 아팠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버스가 왔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좀 이상하게 내 편인 것 같았다. 내 편인듯 내 편 아닌 내 편같은 그대.


ⓒryuhyeon

종착역인 Riga가 써 있는 반가운 룩스익스프레스를 보니 어찌나 마음이 놓였던지. 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룩스 익스프레스는 출발지랑 종착지마다 기사 아저씨 국적이 바뀌는데, 에스토니아분이셨다. 내 에스토니아 ID를 보고 'Tere' 하셨는데 그게 정말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세상 정겨웠다. 고향사람 만난 것 같았다. 아, 이제 집에 갈 수 있구나. 하지만 타르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리가 라인의 중간지점이라 맘 편이 잠들 수 없었다. 깜빡 잠들면 리가까지 간다. 물론 기사아저씨가 인원수를 확인하는데다 리가는 잘 알고 가까우니 그닥 무섭진 않았지만, 아직 국제미아가 될 확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걱정이 들었다. 타르투 버스정류장에서 정차시간은 단 10분이다. 결국 뜬 눈으로 집에 돌아와 너무 걸어 물집잡힌 발을 부여잡고 기절했다.


전날 새벽 두시에 집에서 출발해 다음날 새벽 여섯시에 도착했다. 당일치기같지 않은 당일치기라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싶었다. 돌아오는 날이 일요일이여서 맘 편히 하루종일 잘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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