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가지의 한국 힙합 앨범

by Nouvelle Vague
힙합은 안 멋져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힙합을 물어본다면 당연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말 할 것이다.

2021년, 그런 쇼미더머니의 무대 위, "이찬혁" 이라는 젋은 팝 가수는 힙합을 저격하는듯한 짧은 문구와 함께 대중들에 강렬한 등장을 선보였고 이찬혁의 이 등장 이후로 힙합과 관련된 비판적인 숏폼 컨텐츠와 기사의 댓글에는 어김없이 이 문장이 등장한다.

"힙합은 멋있지 않다." 물론 필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찬혁이 정말로 힙합에 대한 적대적인 심정을 가지고 쓴 가사 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 발언이 한국에서의 힙합 이라는 문화를 전체적으로 희화화 시키는데에 큰 일조를 했다는 점은 동의한다.

대중들에게 이찬혁의 발언은 "힙합의 정곡을 찌르는 펀치라인"으로 부상하여 래퍼들의 사건사고를 다루는 일명 "렉카영상"이나 힙합이라는 문화와 동떨어진 시야에서 바라보는 힙합의 이질점을 개그요소로 활용한 영상들에는 항상 이찬혁의 발언을 무기삼아 힙합이라는 문화를 비꼬려는 사람들의 댓글로 가득 차 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힙합 장르팬들의 힘이 필요하다. 힙합을 비판하는 대중들과 키보드 배틀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이런 대중들의 판단을 무시할 수 있고 "여전히 힙합은 멋있다."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가 힙합의 태도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힙합의 멋없는 점, 힙합이 추한 이유를 말할 때 힙합팬들은 힙합은 멋있고 왜 이 문화를 사랑하는지 자신있게 말해야 한다. 많은 장르팬들이 그랬고 힙합팬들도 그러해야 한다.

"쇼미더머니"가 11년간의 방영끝에 종영을 맞이한 만큼 장르팬들의 힘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여느 해와 같이 양질의 작업물들이 쏟아진 한국힙합, 2022년이 비교적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의 부흥기였다면, 올해 2023년은 힙합씬에 가장 큰 이벤트인 쇼미더머니가 종영을 한 첫 해인 만큼 거물 래퍼들의 소식이 필요했던 상황이였다. 그런 간절한 기대감을 받은 만큼 스타들의 복귀가 눈에 띄는 해 였다.

힙합팬이 아니여도 들어본적이 있을 두 전설 "이센스"와 "빈지노"의 정규 복귀작은 물론 "쇼미더머니777"에 출현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힙합과 패션계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키드밀리"의 정규발매, 사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크루 "서리(30)"입단과 2장의 EP앨범 발표한 "딥플로우" 등 걸출한 래퍼들의 앨범소식은 물론 한국에 상륙한 포스트뉴욕힙합사운드, 통칭 "네오붐뱁"이라 불리는 장르 또한 "손 심바"와 "아케스트라"의 정규작에 힘 입어 어느정도 적응기를 끝낸듯한 모습이다. 또한 "스카이민혁" "오도마"와 같은 래퍼들의 정규발매는 그간 받아온 저평가를 무시하듯 훌륭한 음악들을 들려주었고, 트랩스타 "랍온어비트"는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올해 힙합씬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스윙스"의 "AP알케미" 레이블 설립은 50명이 넘는 아티스트와 콘서트 흥행실패 등 의구심을 들게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었지만 훌륭한 퀄리티의 레이블 컴필 앨범 발매와 여러 어린 아티스트들 에게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신생 레이블의 탄생을 알렸다. 앨범들의 퀄리티와 화제성 모두 챙긴 한 해 였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쏟아졌던 한 해, 그 중 10개의 뛰어난 앨범을 선정해 보았다.







1.랍온어비트 <Trapstar Lifestyle>

호평받은 전작 <lobonatune2¡>에 뒤이어 발표한 랍온어비트의 첫 정규발매작이다. 9개의 트랙, 22분의 러닝타임은 정규작 치고는 짧은 분량이지만 랍온어비트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선 보일 충분한 시간이다.

랍온어비트는 자신의 장기인 댐핑감이 강한 비트위에 가볍고 향락적인 가사를 주로 쓰는, "멍청트랩"이라 일컬어지는"뉴웨이브 트랩"을 이번 앨범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적재적소에 레이지(rage)사운드를 활용하며 듣는 즐거움을 더 한다. 앨범의 제목대로 트랩스타의 살아가는 방식을 힙합의 식으로 풀어낸 앨범이다.









2.서리(30) <THE FROST ON YOUR EDGE.>

현재 힙합씬에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가장 화두에 많이 오르는 크루, 서리 (30) 이다.

그런 서리크루가 새로운 멤버영입을 이 앨범을 통해 발표했다. 사장의 자리에서 내려와 플레이어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갈 딥플로우가 그 주인공이다. 호평받던 전작과 새 멤버의 영입에도 서리크루의 평가절하는 계속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태세"라는 희대의 밈을 만들고 모 커뮤니티에서 서리크루는 비웃음거리로 전략되고 말았다. 그러나 서리크루는 이런 밈을 앨범의 키워드로 정하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앨범을 전개해나간다.

서리크루 특유의 인터넷 밈을 활용한 말장난식에 펀치라인이 포장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수 많은 공격태세가 내재되어 있다. 전곡 프로듀싱을 맡은 "비앙" 이 깔아준 판 위에 다섯명의 래퍼들은 적절하게 분배된 각자의 역할들을 소화해내어 우려점이였던 피로감을 감소시키는데에 성공했다. 서리크루는 이 앨범으로 인해 힙합씬에 특별한 위치에 서 있는 크루가 되었다.






3.손심바 <DOUBLECROSS MUSASHI>

프레디카소가 전곡프로듀싱을 맡은 이 앨범은 1MC 1PD 형식의 앨범이다. 그가 줄곧 해왔던 컨셔스한 가사와 이 앨범에 담긴 가사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앨범의 이름대로 손심바는 무사시의 칼 같은 날카로운 래핑으로 자신의 신념 정반대에 서 있는 래퍼들을 도륙해 나간다. "포스트 뉴욕 힙합" 통칭 "네오붐뱁"의 사운드를 동양적으로 재해석한 프레디카소의 프로듀싱 또한 큰 흥미요소 이다. 일본 극이야기의 전개방식인 서 파 급을 사용하며 해당 부분에는 김기현 성우의 나레이션을 삽입해 청자의 피로감을 덜어주는건 물론 이 앨범의 전체적인 테마를 알기쉽게 해주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2023 가장 컨셉츄얼한 앨범 중 하나이다.






4.선진, 격, 덥덥이 <Arkestra>

선진의 프로듀싱 위에 격과 덥덥이, 두 래퍼가 랩을 뱉는 1PD 2MC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앞서 소개한 손심바의 네오붐뱁과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선진의 프로듀싱은 동양적인 사운드 보다는 좀 더 미국 본토 본연의 사운드를 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드럼의 비중을 감소시켜 "드럼리스" 사운드를 연출한다.

가사또한 컨셔스한 가사가 주를 이룬다. 그들은 물질적인 풍요에 힙합을 따르지 않는다. 순수한 예술로서의 힙합을 광신도적으로 따르며 갈구한다. 지나간 청춘의 과거들을 답습해 도출해낸 이 결과는 타인에게는 그저 공상으로 보일 지라도, 도출해낸 결과의 출처가 희미해질지라도 그들은 이러한 정신에 "아케스트라"라는 이름을 붙여 숭배하고 경배한다. 그 모습은 흡사 종교와도 같아 보인다. 그들이 말하는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고 느낀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앨범과 그들의 행보를 보며 우리들은 아케스트라의 정신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5.넉없샨 <Not Really Now Not Anymore>

"24년차 래퍼" 그 뒤에 첫 정규작 이라는 말이 따라오는 어색함, 이 앨범을 재생하기전 첫 생각이다.

앨범을 재생하고 들려오는, 힙합과는 거리가 먼 사운드와 드럼대신 들려오는 공백들. 그 사이에 넉없샨의 세련되지 않은 랩이 투박하게 걸어 들어온다. 낯설기에 새롭다.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라는 장르적 이름을 내건 실험적인 비트는 그의 랩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사운드만큼 가사또한 해석하기 모호한 성격을 띄우고 있다.

그는 지나간 시간을 잡지 못한채 허망한 감정을 비추기도 한다. 주저하며 방황하던 자신을 비난하고 책망한다. 그는 투병중이던 어머니에 대해서 말하며 그의 말 끝에는 죄책감이 따라오는듯 하다. 모친상 이후 그는 시간과 우주 그 너머에 것을 말한다. 그의 가사들은 시적이며 작게 읆조리는 넋두리 같기도, 그의 이름의 뜻인 무당의 넋두리와도 닮아있다. 다양한 해석의 갈래들이 나눠져 리스너들의 흥미를 갈구하는 앨범이다.







6.키드밀리 <BEIGE>

키드밀리의 정규 4집인 이 앨범은 그의 커리어를 종합한 하나의 결과물이다. 특유의 리듬감과 불규칙적인 라임배치의 스타일리시한 래핑은 유지하지만 17곡, 40분이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 안에 키드밀리는 한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 않는다. 레이지 사운드를 활용하기도, 싱잉랩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도 하며 자신의 장르적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허나 여러장르들의 결합은 자칫하면 혼란스럽고 앨범의 유기성을 해칠 수 도 있다. 키드밀리는 이 문제를 4개의 인트로를 활용하여 해결한다. 이 4개의 인트로는 각자가 앨범의 변곡점이 되어주어 여러장르들의 결합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준다. 8명에 다른스타일의 래퍼들을 한 앨범에 모아 어색함 없이 각자의 한 부분을 채우게 하는 키드밀리의 연출력에 감탄하게 되는 앨범이다.






7.빈지노 <NOWITZKI>

청춘의 아이콘이 7년이라는 시간의 경과 이후 18곡 분량의 정규앨범을 들고 우리에게 돌아왔다.

7년의 시간이 흐를동안 빈지노 본인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군입대와 전역,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결혼 등 20대의 젊은 예술가 빈지노가 아닌 30대의 빈지노를 우리는 마주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철든 음악"을 하지 않는다. 단지 이전까지 그의 테마가 청춘과 야망이였다면 이제는 삶의 즐거움과 여유로움 등을 말한다. 자신의 행복한 결혼생활과 일상 등을 말하지만 그 뿐만이 아닌 군 복무 당시에 기억을 떼어 오거나 어릴적의 기억들을 떼어 오며 추억하며 곱씹기도 한다. 7년의 세월동안 그는 앞선 미래가 아닌 그가 밟아왔던 과거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꿈을 이룬 성숙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음악의 스타일은 그가 줄곧 해왔던 재지한 비트와 재치있고 유쾌한 가사 우리가 줄곧 사랑해왔던 "빈지노 스타일"의 태를 띄우고 있다. 그의 모든 앨범이 그렇듯 이 앨범 또한 리스너의 마음 속 한 자리에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갈것이다.






8.이센스 <저금통>

힙합씬의 독보적인 아이콘 이센스는 이전 작품들에서 선 보였던 그의 장기인 정교한 서사의 앨범이 아닌 오로지 "랩"의 타격감과 쾌감을 담은 앨범으로 찾아왔다. 저금통 이라는 앨범명을 택한 이유를 설명하듯 앨범의 가사는 주로 돈과 관련된 가사들이다. 서사의 발전 보다는 랩에 더욱 집중한 이 앨범은 선뜻 들으면 의미없는 이야기에 나열인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그의 압도적인 실력앞에 사그라든다.

오랜시간 몸을 담았던 레이블에서 나와 인디펜던트 아티스트가 된 이센스의 첫 작품은 그의 행보만큼 부담을 덜어낸 결과물이다. 치밀한 구조와 연출에 힘을 빼도 이센스 그의 존재감 만으로 앨범에 위력이 생긴다.






9.오도마 <선진기술X>

"선전(宣傳)" "주의나 주장, 사물의 존재, 효능 따위를 많은 사람이 알고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여 널리 알리는 일". 삶을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허상이라 말하며 자신은 "빨간약" 만을 주는 "모비우스" 라고 말하는 그는 선동가의 특징을 지닌다. 참과 거짓이 아닌 믿는다는 행위 자체를 요구하는 "프로파간다". 그는 자신의 사상을 "스페이스x"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퍼뜨린다. 그의 사상 안에는 힙합, 사회 그리고 삶 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는 사회에 규율이나 윤법같은 시스템 에서 벗어나야 한다 말하지만 그러한 말들을 반복할수록 더욱 벗어날수 없는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라고 하면 코끼리 라는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듯이.

1PD 1MC 형식의 선진기술X는 오도마의 가사와 앨범의 주제의식 만큼 가짜인간의 프로듀싱 또한 탁월하다. Y2k느낌의 레트로한 전자음향을 필두로 한 얼터너티브한 사운드와 가상공간과 선전에 걸맞는 나레이션과 사운드 효과 등을 활용해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스페이스x라는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청각적 형상화를 하여 리스너들을 이 공간으로 끌어당긴다. 선진기술x는 실험적이고 도발적 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전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앨범이다.








10.언텔 <Animal>

아픈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들쑤시는 고통이 동반된다. 언텔은 그 상처 안을 헤집어 과거이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을 "동물"로 묘사한다. 이는 앨범에 수록된 곡에 제목에도 반영된다. 그는 앨범에서 전개되는 세계를 "정글"로 비유하며 그곳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 앨범에서 나태하고 열등감에 가득 찬 자신을 자책 하기도 하며, 타인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 또한 내재되어 있다. 트라우마는 응고 되어있다. 그의 정글에는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가 존재한다. 사자는 그의 어머니가 되기도, 그의 전 소속사 대표가 되기도 하며 그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긴 "악역"들이 사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은 리스너의 입장에서 때때로 소화시키기 힘든 음악이다. 언텔은 이러한 문제를 프로듀싱 역량으로 풀어낸다. 일렉트로니컬한 사운드와 네오소울 류의 장르를 차용해 사운드 적으로 서사의 무게감을 덜어내주며 락의 기법을 활용해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22세의 언텔은 여타 젊은 래퍼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은 점을 이용해 수익을 위한 음악들을 만드는게 아닌 작품성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언텔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다.








[그외 주목받아야할 앨범들]

스카이민혁 <해방>
이테 <소리선>
모도 <Canopy>
이현도(D.O), 딥플로우 <Dry Season>
우건 <26, 남, 서울거주, 무직>
AP alchemy <side A>
도끼 <The core tape vol. 1>
서리(30) <THE BOLD CREW>
앰비드 잭 <프로이디안>
Homo drumiens <Garden of A-den>
덥덥이,OtomiisauQ <Otodub's Invasion>
미란이 <The Drift>
혜민송 <REBORN>
비프리 <FREE THE MANE>
바밍타이거 <January Never 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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