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 책방>이 문을 연 지 벌써 1년이 넘었다고 한다. 최인아 책방은 2016년 8월 18일에 오픈했다. 얼마 전 1주년 행사도 가졌다.
아직도 최인아가 누구지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최인아는 몰라도 이 말은 기억한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어느 화장품 회사가 슬로건으로 내건 ‘20대여 영원하라’라는 카피도 있다. 최인아는 이 카피를 쓴 제일기획 광고카피라이터로 삼성그룹 최초 여성 임원 및 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몇 해 전 회사를 떠나 선릉역 근처에 책방을 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시기는 이르지만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 또 궁금했다.
혹자는 그래도 대기업 간부급이 퇴임 후 한 거니 뭐 운영상 걱정이야 하겠어 하지만... 또 한편 누군가는 버틸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출판업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토록 출판시장이 어려운데 서점을 하겠다고 나섰다니, 그 자체만으로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서점 한 군데가 생겨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우리 업계에서 하는 말이 있다. 무조건 3년은 버텨야 한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경제적 수치를 따지기에 앞서 지속성을 (속으로) 묻는다. 많은 책방을 탐방하면서 나는 나름대로 서점에 대해 두 가지 잣대를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2층 책꽂이와 책꽂이의 문구를 보는 순간 ‘아, 맞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최인아, 정치헌의 선후배, 친구들이 추천합니다.
- 아이디어가 막힐 때 이 책들에서 영감을!!
-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들에게
- 스트레스, 무기력, 번 아웃이라 느낄 때
이런 문구가 눈길을 확 끌었다.
2층에 올라가면 <책방 주인이 즐겨 읽은 책> 코너(비매품)가 있다. 역쉬, 최인아 씨!
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신영복 교수의 책과 체게바라 평전 등, 인문 교양서가 많았다. 최인아 대표가 말한 것처럼 아이디어가 막힐 때나 고민할 때 찾아갈 곳으로 찜해놓고 싶은 서점이다.
- 분야는 달라도 인사이트가 깊은 책!
- 집중이 안 될 땐 소설이 최고!!
- 무슨 일을 하든 글쓰기가 중요하다
이런 세세한 문구 하나하나 독자들의 재방문 의욕을 높인다. 오는 대상도 확실하다. 3~40대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 최인아 씨도 독자들을 서점으로 이끌 포인트를 가장 크게 고민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도 쉽게 살 수 있는 책,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나와서 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인아 책방만의 1주년 베스트셀러도 있었는데 내가 아는 교보문고 순위와 달랐다. 역시 고민이 있을 때 가는 서점답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마흔의 서재> <오가닉 미디어> 등 최인아 책방은 달랐다.
서점은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주변과 공동체적 가치를 공유하고 관심사를 나눠야 한다고 여긴다. 일종의 지역 사랑방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가능성 있어 보여서 OK!
페북 팔로어가 1만이 넘어 자체 홍보와 이슈 나누기에도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책 분야가 한계가 있긴 하지만(그래서 타깃은 더 명확하다) 출판사와 나름대로 연동이 잘되는 듯하다. 선릉역 주변 이용자들뿐 아니라 타 지역 사람과도 책을 매개로 커뮤니티 활동을 공유한다면 이 책방의 지속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특색 있는 서점으로는 인정을 받았으니 다른 차원으로 지속성의 고민이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책을 매개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방안들을 심도 있게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서점은 책 판매가 우선이긴 하지만 공동체의 가치는 책값을 넘어설 수 있다.
강남에서 작은 책방으로 살아남길 바란다. 현재 1층과 복층인 2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3층에 서재를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단다. 11월 중순 오픈이라는데 기대하고 응원한다!!
최인아 책방 대표는 11월 16일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주관의 ‘출판, 서점, 도서관의 커넥션’이라는 포럼에서 “강남에서 작은 책방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출판계, 서점계, 도서관계, 문화기획자, 지역개발,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분들이 와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by 최하경
홍대앞 출판사에 다니고 있다. 어릴 적 꿈은 지리학자. 그 지역의 역사와 지리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는데 출판사에 있다 보니 관심 장소가 책방이 되었다. 오늘도 열심히 책방을 탐방하고 있으며, 책문화공간과 도시재생이 주요 관심 주제다.
<사람, 공간, 일곱 빛깔 이야기>는 (사)아시아문화콘텐츠 연구소 소속 필진 7명이 함께 써가는 매거진입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최신의 문화콘텐츠와 트렌드에 색깔을 살려 소개하고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