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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연 Nov 29. 2017

제주비엔날레 2017 투어리즘 관람기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공공예술 활용 문화재생 프로젝트  

제주비엔날레 2017 투어리즘 공식포스터


왜 지금 제주에서 비엔날레가 열려야 하는가     

제주비엔날레의 개최를 알리는 보도를 보면서 왜 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제주’라는 지역명을 내세운 대규모 행사를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떨칠 수 없었다. 이미 10여개의 비엔날레가 열려 포화 상태에 이른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비엔날레라니....


이러한 대규모 미술행사의 국제적이고 스펙타클한 성격과 이슈몰이 등의 효과는 각 지역의 브랜드를 강화하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지역의 주제들을 통해 유의미한 담론을 생산하고 예술의 책무를 고민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로 생겨난다.      

미술전시회 위주의 기존 비엔날레와 달리 미술을 매개로 제주 지역과 연계한 새로운 문화예술 축제를 지향해 궁극적으로 제주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는 포부로 시작하는 제주비엔날레의 속살을 만나본다.     


주제가 ‘투어리즘’이라고?     

과거 관광은 시간과 비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진 자만 누릴 수 있는 여가활동이었다. 과거에 비하면 현대사회는 관광이 보편화되고, 관광민주화 보다는 관광객 수의 급증으로 관광객과 지역주민들 사이의 많은 갈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지역민들의 일상이 흔들리는 상황에 도달한 현재의 제주에서 관광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주제가 선정되었다.     


5코스로 구성된 전시공간                           

전시코스 지도

제주도립미술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한라 살롱

제주비엔날레의 가장 중심이 되는 전시관. 주제인 투어리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전시들을 기대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정제된 전시를 기대했기에 제주도립미술관의 전시는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도립미술관 전시의 중심은 한라살롱이다. 제주문화의 모태인 한라산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담아내겠다며 기획된 ‘한라살롱’은 첫 번째 전시실의 가장 큰 벽면에 전시되었다. 미술관 전시에서는 한라산살롱과 함께 지리산과 백두산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도 초대작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제주비엔날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투어리즘에 대한 성찰은 한라살롱을 통해 살펴볼 수 없다. 오히려 지리산과 백두산, 그리고 다른 작품들을 통해 그에 대한 고민이 읽혀 장소성만을 제시하기 위한 전시였는가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현대미술관                          

이지유: 돌아오지 않는 배

일제강점기, 제주 4·3과 한국전쟁 등 비극의 세월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혹은 그저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지유작가의 작품은 그의 고향 제주의 역사와 장소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주 4·3과 광주 5·18 길을 담사한 결과물을 담은 ‘더 로드 43518’프로젝트는 좀 더 직접적으로 땅과 바다에 묻힌 기억을 되새기게 했다.      

전시장 말미에 있는 디오니시오 곤잘레스의 ‘뉴하롱’과 ‘베니스 호스피탈, 르 꼬르뷔지에’는 실존하는 건축물과 디지털로 재구성한 건축물을 한 프레임 안에 배치한 허구적 공간으로 관광지로 개발되어 정체성을 잃어버린 도시의 이면을 드러내어 관광사업이 진행된 도시들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알뜨르비행장        

옥정호: 무지개 진지

제주비엔날레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이며, 제주 말로 ‘아래 뜰’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모슬포 주민들이 동원되어 만들어진 비행장이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군사시설로 일본군 자살특공대가 훈련하던 전초기지였다. 80만평 규모의 벌판에 19기의 격납고와 활주로, 벙커 등이 남아 있으며 격납고 10기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9m 높이의 조형물인 최평곤의 ‘파랑새’와 노란 깃발을 나부끼는 김해곤의 ‘한 알’ 작품이 저 멀리에서부터 보인다. 농로를 따라 가면 격납고에 전시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격납고에 전시하여 밭두렁을 따라 걷다보면 전쟁의 상처와 회복을 생각하게 한다. 초겨울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고구마, 콜라비, 감자 등 초록이 자라고 말과 밭 가는 농부의 외침이 함께하는 알뜨르 비행장은 비극의 장소가 일상의 공간을 넘어 여행의 대상이 된 다크투어리즘의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해곤: 한알

예술공간 이아     

옛 제주대학교병원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예술공간 이아’는 작가 레지던시와 전시장, 연습공간 운영과 창의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예술창작의 거점을 마련하고 도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17년 5월 13일 개관한 원도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아’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제주목 이아터라는 점에 착안하여 장소의 역사성을 살려낸 명칭이다. 이아는 수령의 지방행정을 보좌하는 일종의 지방자치 기관으로 목사가 근무하는 현 목관아를 상아라 부른 데 비해 낮추어 부른 이름이라고 한다.      

제주의 오늘을 직접적으로 뼈아프게 진단하고 있는 참여작가들의 눈에 들어온 제주는 우울한 풍경을 간직한 관광섬이다. 아픈 역사 위에 세워진 관광 제주, 자본 앞세운 개발현장들과 연결되며 지난 기억의 파편들을 모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김태균: 위와 같이 아래에도


제주 문화재생과 비엔날레     

5개 전시코스 중 급하게 돌아 본 이중섭거리 외에도 다양하게 열린 투어프로그램이나 배움 프로젝트들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타 지역에서 부임한 주최측 인사들이 빠른 시간 안에 지역의 의제를 파악하고 지역 예술인과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비엔날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 했다. 모두의 노력으로 빠른 시간에 골격을 만들고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일반적으로 짝수년도에 진행되는 비엔날레와 함께 열리는 부담을 덜은 것도 현명했다.      

‘1회’라는 핑계는 피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느끼게 되는 부담감도 크다는 것을 모두가 생각해야 할 때이다. 주최 측의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애정과 노력이 다음 비엔날레에서는 더욱 빛을 발하기 바란다. 일반적으로 문화재생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인프라 구축에 많은 예산을 소요하며, 첫 번째 행사에서 그 의미를 제시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년마다 열리는 행사라는 비엔날레를 표방한 만큼 이번 행사에 대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2년 후에는 더욱 내실 있는 제주비엔날레를 만나길 기대한다.     

 


<사람, 공간, 일곱 빛깔 이야기>는 (사)아시아문화콘텐츠 연구소 소속 필진 7명이 함께 써가는 매거진입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최신의 문화콘텐츠와 트렌드에 색깔을 살려 소개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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