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전환>의 경제학자 칼 폴라니
얼마전 어느 강연에서 ‘인간 중심의 경제’ 를 외쳤던 칼 폴라니에 대해 소개를 듣고, 요즘 더 뜨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요즘 같은 사회/경제 전반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되새겨볼만한 학자라고 생각한다.
칼 폴라니는 시장이 모든 것을 상품화할 때 사회와 인간이 위협받는다고 경고했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불안 역시 시장의 논리가 사회 곳곳에 침투한 결과라는 점에서, 폴라니의 사상은 여전히 살아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칼 폴라니 Karl Polanyi (1886-1964)
칼 폴라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자랐다. 그는 집에서 개인 지도를 받았고, 13세에 고전학을 연구하는 ‘김나지움’에 들어갔다. 그는 부다페스트와 콜로즈바르 대학에서 공부했고, 1909년에 법학 박사(Dr. Jur.) 학위를 취득했고, 1912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1919년, 제1차 세계 대전 중 러시아 전선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의 기병 연대에서 장교로 복무한 후 그는 오스트리아로 이주하여 미래의 아내인 일로나 두친스카(Ilona Duczynska )를 만났고 1923년에 결혼했다. 그들의 외동딸인 카리 폴라니 레빗 (Kari Polanyi Levitt, 맥길 대학교 경제학 명예교수)은 1924년에 태어났다.
빈에서 폴라니는 중부 유럽의 주요 경제 및 금융 주간지인 Der Oesterreichische Volkswirt에 취직했다. 그는 공동 편집자였고 국제 문제를 전문으로 했다. 1933년 오스트리아에서 파시즘이 부상하자 영국으로 이주하여 기독교 좌파 그룹에 참여했고 옥스퍼드 대학교와 런던 대학교의 성인 교육 과외 프로그램인 Workers Educational Association에서 영국의 사회 및 경제 역사와 국제 문제에 대한 튜터로 생계를 유지했다.
1940년 폴라니는 록펠러로부터 3년간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버몬트주 베닝턴 칼리지에 레지던트 학자로 자리를 잡았고, 그곳에서 그의 가장 중요한 저서인 《거대한 전환》 이 집필되어 1944년 미국에서 출판되었다.
1947년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초빙 교수로 처음 임명되어 경제 인류학과 경제사에 관한 학술적 토론에 참여했다.
폴라니는 67세의 나이로 교사직에서 은퇴한 후 학계 동료와 학생들과 함께 "제도적 성장의 경제적 측면"에 관한 학제간 연구 프로젝트를 계속했고, 그 결과 《초기 제국의 무역과 시장(Trade and Market in the Early Empires, 1957)》이 출판되었다.
칼 폴라니는 생애의 마지막 20년을 토론토에서 보냈고, 1964년 사망했다.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PIA) 참조)
출처 : 캐나다 KPI https://www.concordia.ca/research/polanyi/about/karl-polanyi.html
내가 읽은 책은 《거대한 전환》과 《지금 다시, 칼 폴라니》 두 권이다.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칼 폴라니는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 요인을 밝혀냈다. 그는 자본주의가 상품화할 수 없는 것들 또는 상품화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상품화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불안정 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 가치인 노동능력을 상품화함으로써, 제도와 신뢰의 표시인 화폐를 상품화함으로써, 만인이 공유해야 할 자연(토지)을 상품화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불안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칼 폴라니는 노동, 토지, 화폐를 ‘가상상품(fictitious commodities)’으로 취급하는 시장체제가 인류와 자연의 존속 자체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자기조정 시장체제는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환상에 불과하며, 실제로 구현될 경우 사회와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보았다.
결국 사회는 시장의 논리에 무조건적으로 내맡겨질 수 없었고, 사회적 자기보호 운동이 자연스럽게 등장해 각종 보호 정책, 규제, 복지 제도 등을 통해 시장의 폭주를 견제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다시, 칼 폴라니》는 일본의 와카모리 미도리가 집필하고 김영주가 옮겼다.
와카모리 미도리(若森みどり)는 오사카 시립대학교 경제학 교수이다. 칼 폴라니의 사상을 연구하며 경제를 둘러싼 사회, 정치, 윤리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경제 행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경제, 정치, 제도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 경제사상사의 방법이 도움이 된다는 지론으로 경제학설사와 정치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에 경제학사학회 연구장려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칼 폴라니의 삶과 그의 사상이 낳았던 20세기 ‘극단의 시대’의 풍경, 그리고 폴라니 사상의 정수를 쉽고 간결하게 정리한 책이다. 칼 폴라니는 20세기 초 시장경제가 인간 사회보다 우선시되며 삶을 황폐화시키고 전체주의, 전쟁 등 비극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저자인 와카모리 미도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폴라니 사상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금 다시, 칼 폴라니》는 방대한 분량의 이론서가 아니며, 칼 폴라니의 생애와 핵심 사상을 정제된 언어로 소개하여 칼 폴라니 사상 입문서로 추천한다. 칼 폴라니가 왜 마르크스주의와 서구 기독교 사회관의 한계를 지적했고, 그가 제시한 ‘좋은 사회’와 ‘인간의 자유’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의 사상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쉽고 깊이 있게 설명한다.
칼 폴라니의 내포(embeddedness) 개념은 지속가능한 경제의 핵심 원리로 평가받을 수 있다. 폴라니는 경제가 사회적 관계, 제도, 가치에 반드시 ‘내포’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시장경제가 사회로부터 분리될 때 인간의 삶과 자연, 공동체가 파괴된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경제가 사회의 하위체계로서 공공성(자유, 평등, 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등)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지속가능한 경제란 환경 파괴 없이 미래 세대의 이익을 고려하며, 사회적 약자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된 경제 체제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시장 교환만으로 경제생활을 영위하기보다는, 호혜(상호부조)·재분배와 같은 원리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폴라니의 내포 개념은 바로 이런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틀을 제시한다.
요약하면, 칼 폴라니의 내포 개념은 경제를 사회적·생태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핵심 원리로, 오늘날 지속가능성 논의의 이론적 토대와 실천 방향 모두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포의 원리에 따라 경제가 시장 논리만이 아니라 공동체 가치, 공공성,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함을 시사한다.
끝으로 내가 쓴 《책문화공간과 도시재생》을 다시 읽었다.
사회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경제 활동의 근본적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에 있지 않고 ‘사회생활에서 발생한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에 있다고 하면서 ‘인간 중심의 경제’를 주장했다. 이는 사회란 돈(물질)보다는 인간의 내적 욕구에서 비롯된 ‘공동체’적이고 ‘공공(公共)’적인 가치들이 모여서 존속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중심의 편향된 경제 의식에서 벗어나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경고였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활성화함으로써 새롭게 사회를 재창조해야 한다는 칼 폴라니의 주장은 지역공동체 사회의 복원, 인간 존엄성 회복을 염두에 두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최준란, 32~33쪽).
칼 폴라니의 ‘인간 중심’의 사회경제 의식은 내가 쓴 책에서 언급한 ‘비산업적 도시 ‘비산업적 도시재생’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개인의 삶, 관계 조직, 조직의 활성화(문화의 창출), 도시의 재창조(인간 존엄성 회복)로 이어지는 비산업적 도시재생은 칼 폴라니가 강조했던 사회적 경제조직과 그것의 활성화를 통한 인간 중심의 경제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두 개념 모두 근본적 목표를 공동체적 사회의 재창조, 인간의 존엄성 회복에 두고 있다.
칼 폴라니의 이론을 조직에 적용해본다. 기업주도형(시장·이윤 중심)과 인간중심형(사회적 가치·구성원 존중 중심) 조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가 사회적 관계에 내포될 때 조직이 지속 가능하고 구성원이 존중받는 건강한 조직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칼 폴라니의 이론(인간 중심성, 시장 비판, 사회적 내포 등)이 요즘 더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ttps://www.concordia.ca/research/polanyi/archive.html
와카모리 미도리. (2017). 《지금 다시, 칼 폴라니》. 김영주 옮김. 생각의길.
최준란. (2017). 《책문화공간과 도시재생》. HUINE.
칼 폴라니. (2009). 《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적 기원》. 홍기빈 옮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