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의 고단샤 출판사를 사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출판산업 내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리더십 유형과 조직문화의 핵심 요소를 탐구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조직문화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일본의 고단샤 출판사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1) 고단샤 출판사의 디지털 전환
고단샤(講談社)는 1909년 창립된 일본의 대표적 종합출판사로, 일본 내 2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출판기업이다. 『진격의 거인』, 『도쿄 리벤저스』 등 글로벌 메가 히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매출 1,720억 엔을 기록하였다. 고단샤는 2015년 이후‘출판의 재발명(出版の再発明)’을 기치로 대규모 조직 개편과 디지털 전환을 단행하여 출판업계의 성공적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본 절에서는 고단샤의 사례를 살펴보고 리더십, 조직문화, 지속가능성의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여 국내 출판사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고단샤는 2011년 4대 사장으로 노마 요시노부(野間省伸)가 취임한 뒤로 출판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직시하고 과감한 변혁을 주도하였다. 일본 출판시장은 1996년 이후 14년 연속 축소되어 있었으며, 고단샤 역시 잡지 광고 수입이 2010년부터 5년간 절반으로 급감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노마 사장은 2015년 사원총회에서 ‘출판의 재발명’을 공식 선언하며 전사적 변혁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재정의를 의미하였다.
노마 사장의 리더십에서 주목할 점은 일관되고 명확한 비전 제시이다. 2015년‘출판의 재발명’은 종이 출판물과 광고 공간을 판매하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서‘데이터 퍼블리싱(Data Publishing)’으로의 전환을 의미하였다. 이는 콘텐츠를 핵심 자산으로 하여 다양한 채널과 형식으로 확장하는 전략이었다. 2021년에는‘Inspire Impossible Stories’라는 새로운 기업 이념을 발표하고 기업 로고를 쇄신함으로써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밝혔다.
노마 사장은 전통에 안주하지 않는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주목받았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2015년 조직 개편 시, 1941년 이래 74년간 유지되어온‘편집국(編集局)’이라는 명칭을 폐지한 것이다. 일본 출판업계에서 편집국은 출판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조직이었기에 이러한 결단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2015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전 직원의 80% 이상을 인사 발령 내리는 대규모 조직 재편을 단행하였다. 이는 일본 기업 문화에서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으나, 디지털 전환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실행되었다.
(2) 고단샤 출판사의 리더십-조직문화-지속가능성
노마 사장의 리더십의 특징은 장기적 안목과 전략적 일관성이다. 디지털 광고 매출 비중은 2015년 10% 미만에 불과하였으나, 그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21년에는 디지털 광고 매출 비중이 70%를 넘어섰으며, 2020년에는 디지털 및 라이선싱 부문 매출이 처음으로 종이 매체 매출을 초과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이는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전략을 유지한 결과였다.
고단샤의 조직문화 혁신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부서 간 장벽을 허무는 구조적 변화였다. 2015년 조직 개편에서 27국·4실·2역원직할부 체제를 12국·2실 체제로 통폐합하였으며, 콘텐츠 장르별 사업국 체제로 전환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편집부와 광고영업부를 동일 사업국 산하로 통합하였다. 디지털 시대에는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수익화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편집과 영업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2023년에는 추가 개편을 통해 4사업본부 체제로 재편하며 글로벌 전략에 대응하였다. 제1사업본부는 남성계 미디어 및 문예, 제2사업본부는 여성계 미디어, 제3사업본부는 소년 코믹, 제4사업본부는 청년 및 여성 코믹을 담당하도록 하여 콘텐츠 제작에서 친화성이 높은 부서를 동일 본부로 묶었다. 이러한 재편성은 프로젝트 중심의 수평적 협업을 촉진하였다.
또한 고단샤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적극 장려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였다. 대표적 사례가 디지털 퍼스트 미디어의 다수 창간이다. 『ゲキサカ』, 『FORZA STYLE』, 『mi-mollet』 등은 종이 잡지를 모태로 하지 않는 웹 매거진으로, 2015년 이후 디지털 네이티브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실험하였다.
고단샤는 조직문화의 또 다른 축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화하였다. 2017년 BtoB 영업 사이트‘C-station’을 구축하여 약 1,000개의 만화 캐릭터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고도화된 검색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광고주와 IP의 매칭 효율을 크게 높였다. 또한 IT 부서와 영업 부서가 긴밀히 협력하여 SFA(영업지원시스템)를 자체 개발하였으며, AI와 RFID 기술을 도입하여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였다.
고단샤는 약 40개의 임프린트와 약 20개의 디지털 미디어를 ‘벌집 구조’로 연결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각 미디어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여성지 『FRaU』와 인기 코믹 『도쿄 타라레바 딸(東京タラレバ娘)』이 연계 기획을 진행하거나, 하나의 광고 캠페인이 복수의 미디어를 횡단하며 전개되는 등 사내 콘텐츠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였다. 매거진 포켓의 운영 방식도 협업 문화를 잘 보여준다. 이 플랫폼은 독립된 편집부 없이 『주간 소년 매거진』, 『월간 소년 매거진』, 『시리우스』 등 복수의 편집부가 협력하여 운영한다. 이러한 수평적 협업 방식은 부서 이기주의를 탈피하고 전사적 최적화를 추구하는 조직문화의 산물이다.
고단샤의 지속가능성 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수익 구조의 다변화이다. 전통적으로 출판사는 정기간행물과 단행본 판매라는 플로우(Flow)형 비즈니스에 의존하였으나, 고단샤는 IP 라이선싱과 판권 사업이라는 스톡(Stock)형 비즈니스를 강화하였다. 『진격의 거인』의 경우 연재 만화에서 출발하여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상품화로 이어지는 장기적 IP 수익 모델을 구축하였다. 실제로 2015년 이전에는 BtoC 위주의 출판물 판매 수입이 대부분이었으나, 판권 및 전자 콘텐츠 등 사업 수입(BtoB)이 3배 이상 증가하며 수익 구조가 크게 변화하였다. 2019년 이후 디지털 사업과 라이선싱 사업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였고, 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수익 다변화는 종이 출판 시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되었다. 고단샤는 디지털 전환을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지속가능성 확보 전략으로 접근하였다. 2015년 출시한 매거진 포켓은 월간 활성 사용자 600만 명을 확보하며 일본 내 대표적 디지털 만화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2020년에는 디지털 및 라이선싱 부문 매출이 종이 매체 매출을 처음으로 초과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이는 출판사가 종이라는 물리적 매체에 종속되지 않고 콘텐츠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이다.
(3) 고단샤 출판사의 디지털 전환 분석
고단샤 출판사의 디지털 전환의 성과를 보면, 재무 지표상 2021년 고단샤는 1,707억 엔 매출을 기록하였으며, 이는 전년 대비 17.8% 증가한 수치다. 디지털 광고 매출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5배 이상 증가하였고, 2021년에는 전체 광고 수입의 70%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임을 보여준다.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또 다른 전략은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고단샤는 2023년 5월 미국에서 자체 디지털 만화 플랫폼‘K MANGA’를 출시하였다. 이는 기존의 해외 파트너사를 통한 간접 진출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플랫폼으로 직접 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 MANGA는 약 500개의 타이틀과 100여 개의 연재작을 영어로 제공하며, 일본 연재와 동시 업데이트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2024년에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 필리핀, 멕시코 등 8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였다.
글로벌 전략은 IP 비즈니스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고단샤는 2025년 할리우드에 ‘Kodansha Studios’를 설립하고 오스카 수상 감독인 클로이 자오를 CCO(Chief Creative Officer)로 영입하였다. 이는 자사 IP를 직접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고단샤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조직의 내부 역량 강화에도 주력하였다. 외부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여 FiNC, TikTok, Twitter, dマガジン 등과 협업하며 콘텐츠 배급 채널을 다변화하였다. 또한 IT 인프라와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조직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였다. IT전략기획실을 신설하고 데이터 분석, AI 활용 등 기술 기반 출판을 추진하며 미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인재 측면에서도 변화가 관찰된다. 고단샤는 2015년 이후 디지털 네이티브 인재 채용을 늘렸으며, 기존 직원들에 대한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였다. 편집자의 역할도 단순히 원고를 다듬는 것을 넘어 콘텐츠 기획, 마케팅, IP 비즈니스 전략까지 아우르는 종합 프로듀서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인재 전략은 조직의 장기적 경쟁력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
결론적으로 고단샤 출판사는 리더십, 조직문화, 지속가능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노마 사장의 변혁적 리더십은 명확한 비전 제시와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조직 개편을 주도하였고, 이는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하고 혁신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로 구현되었다. 새로운 조직문화는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으며, 이는 다시 수익 구조 다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전체 직원의 80%가 부서를 이동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명확한 전략적 방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시적 개편에 그치지 않고 2015년부터 10년 가까이 일관된 전략을 유지한 것은 조직문화의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한 결과이다.
*참고자료
강정구,“19화 고단샤의 디지털 서비스”, 브런치, (2024.12.12.)
Advertimes,“デジタル化の次はグローバル化 講談社、組織改編の狙いとは?”,
<https://www.advertimes.com/20230815/article430118/>, (2023.8.15.)
Digital Shift Times,“出版不況へ挑む講談社のデジタルシフト戦略”,
<https://digital-shift.jp/dx_strategy/MR190704>, (2019.7.4.)
OpenPage,“講談社のデジタル営業戦略:”,
<https://www.openpage.jp/blog/digital-sales-strategy-kodansha/>, (2024.12.27.)
- 이 글은 2025 출판문화진흥 연구논문에서 수상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출판사의 리더십과 조직문화 기초 연구: 일본 고단샤 출판사를 중심으로>에서 일부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