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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Jun 18. 2018

행복과 불행의 이중주, 장예모 감독의 <인생>

 <차이나는 무비>의 한중일 횡단토크쇼!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오늘 얘기나눌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쩜 이 단어로 충분할 듯싶습니다. 영화도 원작 소설도 유명한 작품, 바로 <인생>입니다. 영화 <인생>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30년에 걸쳐 중국의 파란만장했던 세월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중국의 커다란 역사를 푸구이라는 한 남자를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의 거장 장예모가 위화의 소설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인생>.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실 영화와 소설의 원제는 <인생>이 아닌 <활착(活着)>입니다. 살(生) 활자에, 동사 뒤에 붙어 전치사의 기능을 하는 착(着) 자.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란 뜻이지요. 아무래도 활착은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으니, 영화를 수입하면서 제목을 바꾸었던 모양입니다. 제목과는 모순되게도 영화 속은 삶보다 죽음으로 가득합니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죽고, 같이 도박하던 친구가 죽고, 아들이 죽고, 딸이 죽습니다. 세상에 이런 기구한 운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합니다.


영화의 중요한 실마리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킨 장면이 있습니다. 피영희(皮影戱)라 불리는 중국의 그림자극입니다. 영화 속 피영희는 때로는 생계의 수단으로, 때로는 삶의 작은 위로로, 때로는 적진에서 목숨을 유지하는데 쓰이고, 때로는 혁명을 위한 제물로 받쳐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반혁명의 증거물로 덜미를 잡힐까봐 영화에서 씁쓸히 퇴장합니다.      

피영희 실제 공연 모습


피영희는 유네스코 무형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중국의 그림자극입니다. 피는 가죽 피(皮)자고, 영은 그림자 영(影)자고, 희(戱)는 중국에서 연극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조명을 비춘 하얀 천 뒤에서 종이나 동물 가죽으로 만든 인형 모형을 음악에 맞춰 움직이게 하는 그런 공연입니다. 그런데 이 피영희가 영화와 얽힌 사연도 있습니다. 1896년에 서양영화가 중국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사람들이 봤을 때 하얀 천을 앞에 놓고 구경하는 게 마치 중국의 영희 같았던 거죠. 그래서 중국인들은 영화를 서양 영희라고 불렀어요. 서양의 그림자극으로 정의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영화를 전영(電影)이라고 부르는데, 결국 전영도 해석하면 전기로 하는 그림자극, 대개 이런 뜻입니다. 그리고 영희가 워낙 익숙하고 역사도 오래다 보니 중국인들이 서양영화를 조금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중국의 연극이라 하면 늘 경극이나 곤극 정도를 꼽았지요. 하지만 중국에는 사람이 무대의 중심에 서는 연극 외에 인형극도 상당히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인형을 무엇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극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천으로 인형을 만들면 포대희(布袋戱)가 됩니다. 또 색종이를 가위로 예쁘게 오려내 만든 인형은 전지인형극에 쓰였다고 합니다.     

피영희에 사용된 인형들


피영희 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또 있습니다.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중국의 역사입니다. 20세기 중국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습니다. 중일전쟁, 국공내전,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여러분도 분명 몇몇 사건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 이야기는 중국의 근현대사와 궤적을 같이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이해한다면 푸구이 개인의 삶도 또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1940년대라는 자막이 뜹니다. 1937년 노구교사건으로 중일전쟁이 발발합니다. 1945년까지 8년 지속되었다 하여 ‘8년 항전’이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물론 일제의 침략은 그보다 훨씬 전인 만주사변부터 시작됩니다. 1945년 광복을 맞고 한반도에서는 남북이 갈라지는 비극이 있었다면 중국에서도 비슷하게 이념으로 대립하는 일이 있게 됩니다. 차이라면 중국은 단독정부 수립 대신 무력통일을 선택하게 됨으로 국민당과 공산당 간의 내전이 폭발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푸구이가 일본군이 아닌 중국인 군대에 번갈아가며 포로당하는 대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전쟁을 국공내전이라고 하는데요. 1949년 공산당이 승리함으로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되고, 국민당은 대만으로 패퇴하는 일이 있게 됩니다.   

  

국공내전 때의 장제스와 마오쩌둥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토지혁명과 사회주의 3대 개조가 진행됩니다. 지주들의 땅을 몰수하고 농업, 수공업, 공상업을 모두 국가소유로 귀속시킵니다. 영화에서는 지주 룽얼이 재산을 내놓지 않아 반동분자로 처형당합니다. 그 후에 뒤따른 사건이 대약진운동입니다. 강철생산량을 늘린다고 솥이나 철제 생활용품들의 헌납을 요구하는 정말 몰상식한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금 모으기가 있었다면 중국에는 철 모으기가 있었지요. 그런 대약진이 실패할 것은 안 봐도 뻔합니다. 1960년대 초 대약진은 철회되고 마오쩌둥은 당내외의 비판을 받으며 리더십이 타격을 입습니다. 이에 절대적인 통치권을 되찾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문화대혁명이 66년에 시작되어 10년 동안 중국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마오쩌둥의 우상화, 빨간 완장을 찬 홍위병, 반혁명으로 몰려 수모당하는 의사가 나오는 장면들이 그 시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들로부터 직격탄을 맞았을 푸구이를 상상하자니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대약진운동 시기의 제철 수거


위화 작가의 원작도 영화 못지않게 유명하지요. 영화가 1994년에 제작됐다면 책은 1992년에 세상에 나옵니다. 국내서는 <살아간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97년에 초판 발행되고, 지금은 <인생>으로 바뀌어 39쇄까지 찍었습니다.(2018년 5월)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39쇄로 보아 많이 팔린 건 분명하지요. 그럼 중국에서의 반응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작년 한 해에만 130만 부가 팔렸다 하는데 한국으로 치면 초베스트셀러죠. 20년을 훌쩍 넘긴 책이 매년 줄지 않고 이 정도로 읽힌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요.     

위화 작가

박경리의 <토지>에 버금가는 무게감을 가진 <인생>. 오늘은 중국 문화와 역사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우리의 인생담도 말해보고 싶었지만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오릅니다. 영화 속 푸구이의 인생도 그랬을까요. 아니, 어쩜 정반대였습니다.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 <인생>은 이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얘기를 해주는 작품입니다.  




















ㅣ팟캐스트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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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podbbang.com/ch/13254        


'소중한라디오'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 전용)

https://www.soradio.co.kr/pod7_player.php?chid=zurGiUQJ23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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